변화에 적응중입니다
1년전쯤으로 돌아갈 수 있는 있다고 하면 언제로 돌아가고 싶을까?
글쎄, 나는 지금이 좋은데.
그럼 돌아가고 싶은 날은 없을까?
3년전이든 5년전이든 10년전이든. 딱히 없고 지금이 좋아.
항상 돌아가고 싶은 날이 있는지, 언제가 좋았던 날인지 종종 생각해본다. 특히 연말에는 더욱 깊이 생각하게 된다. 이런 생각을 하게 되면 내가 어떻게 살았는지 파노라마처럼 주르륵 지나가며 알게 된다. 사실 여태까지 돌아가고 싶었던 때는 없었다. 물론 후회되는 순간이 있어서 있을 수 있겠지만, ‘이때로 꼭 돌아갈 꺼야!’ 라고 말할만한 때는 아직 없다. 최근 들어서 한 해를 돌아보며 내가 무엇을 했을까, 생각 해 보면서 올해에도 돌아가고 싶은 순간은 딱히 없다. 이 정도면 만족한다. 정말로 이 정도면 잘 살았다고 생각한다. 물론 어디까지나 내 기준이지만.
다만 아쉬운 점을 찾아보자면,
1. 책을 더 많이 읽지 못한 것.
2. 여행을 더 많이 다니지 못했다는 것.
3. 입덧이 왜 그렇게 심했을까
4. 운동을 좀 했어야 했는데.
5. 나는 아직 덜 놀았는데, 더 놀아야 하는데, 더 돌아다녀야 하는데.
이런 것들이다.
결론은 더 많이 놀지 못하고 더 읽지 못하고 입덧이 심했음에 아쉬움이 남는다. 아쉬워봤자 지나간 시간인데. 지금 이 시간에 더 열심히 놀면 되는 것을.
“엄마, 나는 아직 덜 놀았어… 하루하루가 아쉬워지려고 해”
“딸! 지금도 잘 살고 있으니 걱정하지마! 앞으로가 더 기대되는구만, 무슨 걱정이야.”
“자기야 나는 더 놀 수 있는데 몸이 점점 무거워져… 뚜이가 나오면 노는 것도 끝이라는데 어떻게 하지”
“지금 뭐 하고 싶어요? 내일 OO갈까? 주말에 OO갈까? 지금도 잘 하고 있으니 앞으로도 잘 할 꺼야.”
나를 잘 아는 엄마와 남편은 나의 푸념에 이렇게 응수한다. 더 놀지 못해서 아쉽다니. 출산 전까지 하고 싶은것을 리스트로 만들어두고 하나씩 달성하면 줄을 좍좍 긋는다. 정말로 나라는 사람은 못 말린다. 그렇다고 몇 달 전으로 돌아가서 ‘무엇을 해야겠다’라고 생각하는 것도 아니면서. 그저 하루를 행복하게 살고 즐겨야 한다는 생각에 마음이 바빠지고 있다.
일을 하고 있었을 때나, 입덧이 심해서 집을 벗어나기 힘들 때나, 몸이 무척이나 무거운 만삭의 지금이나, 나만의 방식으로 매일 열심히 살고 있다. 바쁘면 바쁜 대로 시간을 쪼개어 살고, 무엇을 잊어버리지 않기 위해 포스트잇에 목록을 적어 놓는다. 지금 이때 할 수 있는 일이기 때문에 힘들고 스트레스 받아도 명상하며 마음을 다스리기 위해 노력 많이 했다. 시간 날 때마다 틈틈이 오감을 채우는 행동들(영화 보거나, 주말여행가거나, 지하철에서 책 읽거나, 맛집을 찾아 다니거나)도 하는 걸 참 좋아한다.
몸이 힘들 때는 힘든 만큼 쉬어주고 집 안에서 즐거워지기 위한 가장 편한 방법을 찾는다. 벽돌 책이 아닌 얇고 편한 책 위주로 읽었다.(평소에도 벽돌 책은 잘 읽지도 않으면서) 만화책도 좋았다. 입덧이 심했던 이 때, 미드를 가장 재미있게 봤었다.
입덧이 끝나고부터는 예민하고도 세심한 감각을 되찾기 위해 먹고 싶은 것을 먹으러 가거나 요리를 하거나, 읽고 싶었던 책을 끊임없이 읽거나, 남편과 주말마다 근처로 여행을 다니거나. 달력에는 나와 우리의 일정으로 빼곡하게 채워졌다. 그렇게 지금을 보내고 있다.
즐거웠던 2018. 그래도 가장 행복했던 순간은 아기 뚜이가 우리에게 왔을 때가 아닐까. 6월달에 처음 존재를 알았을 때는 1cm도 안 되는 아기집이었는데 어느새 뱃속에서 자라 2kg이 넘었다. 처음부터 엄마였던 사람은 없었고, 모성애도 금방 생기지도 않지만, 점점 애착이 생기고 병원 가서 볼 때마다 그저 신기하고도 사랑스럽다. 물론 몇 달간 아무것도 먹지 못할 때가 많아서, 회사를 그만둘 수밖에 없어서 속상했지만 괜찮아. 좋아하는 가수 내한공연 못 가도 괜찮아, 가고 싶었던 여행 다 가지 못해도 괜찮아, 그래 다 괜찮다.
시간이 걸리겠지만 앞으로 같이하면 되지 않을까.
글 쓰고 있는 지금 옆구리를 뿍뿍 차고 누르고 있는 걸 보면 이 움직임이 재미난다. 혼자 있어도 혼자인 기분이 전혀 안 든다.
이제 어떤 재미난 일들이 일어날까. 육아전쟁터에 입성하겠지만 힘들지만은 않았으면 좋겠다. 지금까지 살아온 나만의 방식으로 하나씩 잘 헤쳐나가야지.
지금 난 행복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