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걸음, 한 걸음 더.
이제 만삭의 몸이다. 점점 무거워지고 멀쩡하던 곳까지 다 아프게 되었다. 난 키도 작고 덩치도 작은데, 우리아기 뚜이는 공간이 점점 부족한지 뱃속 안에서 여기저기를 누르고 차며 밀어내고 있다. 몸이 마음대로 움직이지 않는다. 허리, 배 주변 곳곳이 아프다. 가만히 있고 쉬고 싶지만 침대에 계속 누워 있을수록, 몸이 더 무거운 느낌이다. 안되겠다, 움직여야 할 것 같다. 요가든 스트레칭이든 운동을 해야 한다. 유튜브를 보면서 집에서 하다가 혼자 하는 건 귀찮아서 자꾸 안 하게 되어 수업료를 내고 요가 수업을 신청했다.
요가 수업가야 하는데 정말로 귀찮다. 움직이기 싫다. 집 밖을 나가기가 이렇게나 싫을 줄이야. 원래 밖에 나가길 좋아하는데 오늘같이 미세먼지가 심각한 날은 왠지 탁한 대기환경을 탓해서라도 나가기가 싫을 뿐이다. 하지만 몸이 점점 무거워지고 허리가 아픈걸 어찌하나, 운동을 해야 하는데 몸을 스트레칭 해 줘야 하는데. 침대에서 웅크려 누워 30분동안 고민했다. 갈까 말까. 따뜻하고 포근한 침대 밖을 벗어나고 싶지 않다.
‘이불 밖은 위험한데’
‘그래도 요가를 하면, 운동을 하면 몸이 더 가볍고 허리도 안 아플 꺼야!’
아무리 나를 당근을 주고 채찍질을 하며 달래도 움직이지 않는다.
‘아침에 운동하면 건강해지고 하루를 성실하게 시작할 수 있으니 그만 일어나자! 넌 할 수 있어!’
이건 좀 아닌 것 같다. 지친 내 몸을 소외시키고 다그치는 이런 애기는 피로한 나에게 먹히지 않는다. 내 경험상으론 그보다는 단순한 행동과 결심이 훨씬 더 힘이 세다.
일단 몸을 일으키는 것.
다리를 뻗어 한 발만 내디뎌보는 것.
_걷는 사람, 하정우 / 하정우
어제 읽었던 책의 한 구절이 떠올랐다. 아침에 일어나 매일 걷기를 하는 배우 하정우. 매일 만보 이상 걷기가 쉽지 않은데. 집 밖을 나가는 것부터 쉽지 않은데. 운동화 신으러 현관에 가는 것도 잘 안 되는데.
오늘은 스스로에게 말한다.
‘일단 침대에서 일어나자. 옷이라도 입자’.
옷을 입고나니 정말 나가야 할 것 같았다. 지하철 역까지 걸어 가 보기로 했다. 이왕 여기까지 나온 거, 문화센터까지 왔다.
대단한 의지가 필요한 게 아니다. 그저 단순하게 바로 한 단계 다음 해야 할 것을 말하고 움직여 보는 거다. 작은 결심이 나를 한 걸음, 한 걸음 더 움직이게 했다.
결국 요가 수업을 듣고 나왔다. 천천히 호흡하면서 동작을 하나씩 하나씩 한다.
대단하고 근사한 것도 아니지만 조금씩 내 몸이 움직이고 있다는 사실을 새삼 느낀다. 뿌듯하고 개운한 하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