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무엇을 하고 있나
며칠 동안 글을 쓸 생각을 않고 있다. 분명 이번 달만큼은 의자에 엉덩이 붙이고 진득하게 써 보기로 했는데, 결심은 결심으로 끝나고 있다.
머리에 여러 가지 생각들이 많아서일까. 출산이 임박해져 마음이 조급해져서 그럴까. 출산 준비를 어느 정도 마쳤다고 생각했는데, 다시 생각해보면 준비 할 건 더 남은 것 같다. 아기가 우리 집에 있다고 상상을 하면 뭔가 많이 부족하다. 나는 자연분만으로 낳게 될까? 제왕절개를 하게 될까? 지금도 하루에 한 두 번씩 배가 많이 아픈데, 진짜 진통이 오면 허리가 꼬꾸라질 정도로 아프다는데, 걱정이다.
잡다한 생각이 뒤죽박죽, 머릿속을 가득 채우고 있다. 마음먹은 대로 글이 써 지지 않는다. 썼다가 지웠다가, 반복한다.
‘내일은 꼭 동네 카페로 나가봐야지’
결심은 했지만 언제 그랬냐는 듯이, 쏙 들어가버린다. 글을 쓰려고 하니 머릿속은 텅 비었고 빈 화면을 노려보고 있다. 오늘 한 잡생각에 대한 글을 써도 족히 10개는 넘게 나올 것 같은데 그건 글로써 아름답게 승화되지가 않는다. (이래서 유명 작가들은 대단하다. 일상의 작은 것도 놓치지 않고 관찰하고 글로 쓰니까) 머릿속 생각은 꺼내지 못하고 책만 읽고 있다. 읽고 생각을 해야 정제된 글감이 하나씩 나올 것 같다. 하지만 소화되지 않은 것들로 가득 찬 머리에 더 채우고 있다니. 머릿속에 것을 끄집어 내어 아웃풋(output)으로 만들어야, 날려버리는 일상의 좋은 글감을 내 것으로 제대로 소화시키는 건데. 일단 읽고 싶은 책이 무척이나 많다는 핑계로 쌓아 놓은 책을 하나씩 꺼내 읽고 있다.
출산까지 얼마 남지 않은 날에 ‘내 남은 용돈을 책 사는데 탕진해야겠다’고 남편에게 말했다. 배춧잎 몇 장정도 밖에 안 되는 돈이지만 ‘탕진’이란 말을 써 보니 어찌나 기분이 좋던지. 그것도 책 사는데 탕진하겠다고 할 수 있다니. 벌써 부자가 된 기분이다. 남편이랑 같이 중고서점과 큰 서점을 들러 한참을 책 구경하고 몇 권 사서 나왔다. 남은 용돈이 부족해서 남편 용돈까지 끌어다 왔다. 분명 출산 전까지는 이 책들을 다 못 읽지만, 책장에 놔 뒀다가 읽고 싶은 날에 읽으면 되는 거 아닌가. 그리고 이 책들을 다 읽으면 나 역시 훌륭한 글을 쓸 수 있을 것 같다.
아직 엄마가 된다는 게 실감이 나지 않는다. 엄마라니… 엄마라니! 난 우리엄마처럼 잘 키울 수 있을까. 나의 영역에 새로운 존재가 조금씩, 지속적으로 들어오려 하고 있다. 어떤 식으로 변화에 적응을 해 나가야 할지는 잘 모르기도 하고 쉽지도 않지만, 나만의 읽고 쓰는 방법으로 하루를 즐겁게 보내고 있다. 걱정 많은 예비 초보엄마지만 변화에 점차 적응을 해 나가고 있다.
모자라고 부족한 글이지만 나중에 우리 아기가 커서 엄마의 글을 읽어주었음 좋겠다. 점점 봐줄만한, 읽을만한 좋은 글이 되어 우리 아이가 엄마 글을 읽고 ‘내가 뱃속에 있었을 때 엄만 이랬구나’ 하며 ‘멋지다’고 느꼈으면 한다.
그러기 위해 오늘도 쓴다. 내일도 써야지. 계속 써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