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미아책방 Jul 08. 2020

멋진 사람이 되어야겠다

<배움의 발견> 타라 웨스트오버

얼마 전에 우리 집 거실장을 더 높고 수납을 많이 할 수 있는 것으로 바꾸었다. 아이의 장난감을 많이 수납하기 위해 바꾸었는데, 그보다 더 좋은 점은 책도 같이 꽂아둘 수 있는 점이 마음에 들었다. 16개월이 지난 아이는 눈높이에 있는 책을 손쉽게 꺼내어 보고 만지고 하면서 하루에도 몇 번씩 나에게 가지고 와서 같이 보자고 한다. 엄마가 책 보는 것을 유심히 보다가 갑자기 거실장에 가서 책을 하나 가지고 와서 한 장씩 넘겨서 본다. 말을 알아듣고 있어서 동물 이름을 알려주고 그림보고 맞추는 것도 자주 하고 있다. 몇 달 전만해도 걷기를 시작하려는 아이였는데 이제는 제법 뛰어다니려 하고 내가 하는 말도 제법 알아듣는다. 이제 이 아이에게 가르쳐야 할 것이 하나씩 계속해서 생기고 있다. 내가 어디서부터 무엇을 알려주고 가르쳐주어야 할까. 일상의 모든 것을 장난감삼아 놀면서 있는 아이와 나, 이렇게 지내도 되는 걸까 궁금했다.     



아이가 낮잠을 자고 나는 새로운 책을 읽고 싶어 책장에서 책 한 권 꺼냈다. 타라 웨스트오버의 ‘배움의 발견’, 사 놓은 진 오래 되었지만 두꺼워서 언제 다 읽을지도 모른단 생각에 펴지도 않았었다. 하지만 오늘따라 그런 잡스런 생각은 모두 음소거 되었다.      






타라는 폐쇄적인 아버지 밑에서 자라면서 태어나서부터 16년 동안 공교육을 받아본 적 없는 사람이었다. 아버지가 만들어준 세상 속에 자라면서 외부 환경에 조금씩 노출 될 때마다 새로운 자극을 느낀다. 타라의 형제들은 아버지의 강력한 신념으로 학교와 병원을 가지 않고 집에서 생활에 필요한 것과 종교를 배운다. 사고가 나거나 아파도 병원을 가지 않고 약초를 잘 다루는 엄마의 손길을 통해 느린 회복을 했었다고 한다. 이런 가정환경 속에서 작가의 배움의 맛을 하나씩 알아가는 여정을 쓰고 있는 책이었다. 아이는 낮잠을 겨우 한 시간 자고 일어났지만, 나는 40분 동안 이 책에 한 없이 빠져버렸다.        



어릴 때 부모님은 내가 원하는 것, 궁금한 것은 무엇이든 접할 수 있게 도와주셨다. 일상에서 최대한 많은 기회를 만들어 주고 싶어 하셨다. 공부와 직접적인 연관이 없었던 서예도 내가 원해서 시작하게 되었고 대학교 가기 전까지, 자유롭게 계속 배우고 연습 다니기도 했었다. 도서관에 책 빌리러 가기 힘들면 집 현관문에 걸어주는 책 배달 서비스를 이용하기도 했었다. 부모님이 쉬는 주말이면 우리 가족은 산으로 계곡으로 놀러 다니기 바빴다. 내 고향 주변의 모든 산은 다 가보았을 것이고, 계곡에서 발을 담그고 놀았던 기억이 생생하다. 밖에서는 많은 것을 보고 만지고 느끼고, 집에서는 책을 통해서 배울 수 있게 만들어주셨다. 부모님은 평일에는 열심히 일하고 쉬는 날에는 나와 동생을 데리고 자주 다니셨다. 지금 와서 생각해 보면 어릴 적 학교 밖에서 부모님과 함께 하며 배운 것들이 지금의 나의 대부분 행동으로 남아 있었다.



  

우리 집에서 무엇을 배운다는 것은 온전히 혼자서 방향을 찾아야 가능한 일이었다. 맡은 일을 끝내면 뭐든 혼자 배울 수 있었다. (p.84) 
<배움의 발견> 타라 웨스트오버      




어린 아이가 배움의 길을 부모님과 함께가 아닌, 혼자 만들어 가야 하는 게 얼마나 어렵고도 힘든지 이 책을 읽으며 느끼고 있다. 오늘 각자가 맡은 일, 이를테면 폐고 철을 모으는 것, 병조림을 만드는 것과 같은 생계에 관련된 일을 끝내야만 타라는 아버지 몰래 책을 조금이나마 볼 수 있었다. 또 아버지는 자신이 옳은 방법으로 세상을 살고 있고, 이와 맞지 않은 사람들은 ‘이방인’이라 칭하면서 아이들에게 자신이 하고 있는 것을 강요하며 따라 배우길 원하고 있다. 



책을 보는 것을 싫어하는 아버지의 눈에 띄지 않으려 하는 타라의 행동에서 마음이 찡해져 온다. 이토록 힘들게 배움을 구하는 중에도, 그녀의 눈은 반짝거리고 있다. 급기야 아버지의 생각을 부정하며 집 밖의 세상으로 나가기 시작한다.      




아이를 키우고 있으니 부모님이 나를 어떻게 키우신지 기억을 더듬어보고 감사함을 느끼고 있다. 부모님이 일상을 살아가는 방식을 보면서 어린 나도 ‘~하며 이렇게 살아야겠다.’ 라는 것을 느꼈을지도 모르겠다. 일하는 날에는 일 열심히 하고 쉬는 날에는 가족과 함께 즐기는 그런 부모님, 나 역시 그 길을 나도 모르게 따라 가고 있었다.      




이제는 아이가 나와 남편의 모습을 보며 내가 부모님을 보며 느끼고 배운 것처럼, 배워가고 있을 것이다. 나도 우리 부모님처럼 아이가 알고 싶은 것, 배움에 대한 것을 자주 노출시켜 주고 싶다. 타라의 아버지처럼 삐뚤어진 시선으로 세상을 보는 것이 아닌, 건강한 마음으로 세상을 보며 살아가길 바란다. 그러기 위해선 내가 더 멋진 사람이 되어야겠다. 엄마를 보며 ‘나도 우리 엄마처럼!’ 하는 말이 나올 수 있게 말이다. 

이전 11화 가족끼리도 거리두기가 필요해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