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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그린우드 Oct 19. 2022

뛰는 것이 늘 좋지만은 않아요.

롱런 하고 싶어요.

언니 무슨 일 있어요? 몸이 좀 무거워 보여요


응? 아닌데? 나 엄청 괜찮아요. 아무렇지 않게 씩 웃었는데, 마음속으로 뜨끔했다. 어떻게 알았지?   

  

일주일에 두 번 가는 풋살인데도 늘 좋은 것만은 아니다. 그중 한 번씩 컨디션이 안 좋을 때가 있다. 기분이 별로라서 뛰는데 흥이 나지 않거나 몸이 무겁거나 하는 날이다. 특히 몸이 무겁다고 느껴지는 날에는 집에서 쉬는 게 낫지 않을까 진지하게 고민하면서도 일단 출발하는 나를 본다.      


하지만 그런 날은 왠지 신호등에 걸리면 조금 더 천천히 바뀌어라. 늦게 도착하고 싶은 마음까지 든다. 신호등이 언제 바뀌는지 이미 다 아는 상태에서 끌려가는 기분이다. 뛰고 싶어 하는 마음과 오늘은 좀 쉬어도 되지 않을까 하는 마음이 싸우고 있는 것이다. 그래도 조금 더 위로 불쑥 솟아 나오는 마음이 아직은 뛰자라는 마음이다. 마음이 차분해질 무렵 간신히 풋살장에 도착한다. 이런 마음으로 뛰어도 되는 걸까.    


처음부터 이런 것은 아니었다. 일주일에   번만 뛰는 건지,  번이면 실력 향상도 빨리   같아서 매일 뛰고 싶은 욕심이 컸다. 풋살을 5 말부터 시작했으니 벌써 4달이 지났다. 일주일에   뛰니, 횟수로는 30 이상 운동을 하였고, 조금씩 기량이 좋아지는  같다고 감독님은 힘주어 말씀하셨다(정말이죠?)      

심란한 마음으로 뛰면 이상하게 티가 난다. 열심히 뛰자 억지로 마음먹어도 한발 늦고, 몸이 마치 슬로 모션을 보는 것 같이 움직인다. 이렇게 뛰다 보면 결과는 둘 중 하나다. 어느새 기분이 좋아져서 아무 생각이 없어지거나 아니면 최악으로 치닫거나. 내 마음은 왜 이렇게 싱숭해진걸까? 곰곰이 생각해본다.     


입단하고 처음에는 몰랐다. 그저 뛰는 재미가 좋아서 못해도 공을 따라다니기 바빴다. 지금은 상황이 달라졌다. 풋살을 계속하면서 감독님과 언니들의 요구는 점점 커졌다. 물론 확실히 좋아진 것이 보이니까 요구하는 것임을 안다. 그래서 패스, 드리블, 슛 모든 과정에서 조금씩 더 높은 수준을 바라게 되었고, 나 또한 잘하고 싶은 욕심이 커졌다.


머리로는 완전히 알겠는데, 몸이 따라오지는 못한다. 마치 피아노 악보를 볼 수 있다고 해도 그것을 완벽하게 칠 수 없는 것과 같은 이치다. 악보를 제대로 연주하려면 끊임없는 연습이 필요하다. 풋살도 마찬가지다. 머리로 아는 것을 몸이 따라줘야 한다. 이럴 때는 욕심을 살짝 내려놓고 하나씩 하면 되는데, 마음이 급하니 한 박자 쉬지 못한다. 그것이 실수로 이어지고,  자책하고. ‘나는 왜 이렇게 못하지, 뭐가 문제지’ 하는 수렁에 빠져든다.     


이런 부담감이 오늘은 유난히 크게 다가온 날이었다. 천천히 한 걸음씩 가자고 다짐했지만, 어느새 잊은 걸까? 부담감이 커 의욕조차 꺾여버린 날이었다.


풋살은 나를 성장시킨다. 풋살 이전의 나에서 이후의 나로 되려면 시간이 필요하다. 잊지 않도록 매번 다짐해야지 안 그러면 오늘 같은 일이 언제 또 일어날지 모른다. 그저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오늘도 한 발 더 뛰고 나아가는 것. 기분이 좋은 날은 조금 힘껏 뛰어보고, 별로인 날도 조금씩 뛰다 보면 내가 원하는 풋살의 세계에 조금 더 가까워지지 않을까? 10년 후에도 풋살구장에서 뛰는, 롱런하는 그날 말이다.


오늘도 여전히 낯선 풋살에 한발 더 들어가 보자고 다짐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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