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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그린우드 Oct 19. 2022

풋살 대회에 나가기 전에 우리가 이야기하는 것들

박살 나거나 박살 내거나

“우리도 대회 한 번 나가 볼까요?”     

누군가의 입에서 무심코 나온 말에 잠시 정적이 흘렀다. 익숙한 목소리가 들린 거 같았다. 내심 나가고 싶지만, 충분히 잘하지 못한다는 생각에 나가도 될까 하는 마음이 먼저였다. 그런 생각을 하며 주위를 돌아보니, 내 옆의 동료와 슬며시 눈이 마주쳐 버린다. ‘나와 같은 마음이죠?’      


늦은 봄 시작했던 풋살의 세계는 어느새 가을을 맞았다. 이제는 얼추 그럴듯한 동작을 흉내 내며 언니들을 따라가고 있다. 뛰기 좋은 계절이 되었지만 한 두 명씩 이런저런 이유로 탈퇴하기 시작했다. 15명까지 늘었던 멤버는 어느새 7명으로 반토막 났고, 남은 우리들은 강제 정예 멤버(?)가 되었다. 이제 클럽에서 나가고 싶어도 동료의 간절한 눈빛을 보면 도저히 나갈 수 없을 것 같다. 감독님도 이런 상황을 예견한 듯이 이제 빠질 사람은 다 빠졌으니 남은 사람끼리 더 스페셜한 수업을 하자고 하신다. 뭐든 긍정적으로 생각하시는 감독님은 역시 위너다.     


나는 뛰는 것이 좋아서 아직 풋살장에 남아 있다. 풋살 기술을 훈련하는 것도 좋고, 숨차도록 뛰는 것도 여전히 좋다. 매번 조금씩 다른 드리블과 슈팅 연습, 패스 연습을 하다 보면 어느새 옷이 땀에 젖고 시원한 느낌마저 든다. 공이 몸에 착 붙으려면 제일 중요한 기본기를 소홀히 할 수 없다. 그런데 아까부터 주장 언니와 감독님이 심각하게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눈다. 발은 공을 차면서도 그쪽으로 눈길이 계속 간다. 무슨 이야기를 하는 거지? 궁금해서 귀가 당나귀 귀처럼 길게 늘어지는 것 같다.      


잠깐 쉬는 시간이다. 물을 조금 마시고, 하늘을 보면서 숨 쉬고 있는데, 주장 언니가 말한다.      

우리도 대회 한번 나가죠

11월에 대회가 있는데, 참가 신청을 하려고 일단 팀원들에게 물어보는 것이다. 나갈까? 가 아닌 나가자!라고 말하는 것은 주장의 의지가 담긴 표현이었다. 툭 던진 듯해 보였으나, 언니 눈이 반짝였다. 주장 언니는 10년 넘게 축구를 해서인지 기량도 뛰어나고 여전히 축구에 대한 열정과 의욕이 넘친다.      


우리는 말없이 서로의 얼굴을 쳐다본다. 작년 12월에 팀이 창단되고, 다른 팀들과 친선 연습 게임은 몇 번 뛰었는데, 공식적으로 대회를 나간 적은 한 번도 없다고 했다. 다들 아무 말이 없자 부주장 언니가 침묵을 깨트린다.


대회 한 번 나가보는 게 좋아.
승패를 떠나서 실력이 업그레이드되거든.
상대편과 뛰다 보면 나의 부족한 점도 바로 알고, 승부욕도 생기고.

여러모로 도움이 된다는 것은 이미 안다. 다만 결정이 쉽지 않을 뿐이다. 무식하면 용감하다고, 아무것도 모르는 나는 무조건 찬성이다. 되든 안되든 일단 해보고 싶다. 그리고 기왕이면 잘하고 싶다. 다행히 다른 멤버들도 긍정적인 반응이다. 열정 넘치는 사람만 남아서 그런지 반대 의견이 하나도 없는 게 왠지 당연했다.


보통  대회를 나가면 한 경기는 기본,  많으면 세네 번 경기를 뛴다고 한다. 물론 이겼을 때 이야기다. 떡 줄 사람은 생각도 안 하는데 김칫국부터 마시는 나다. 이왕 나가는 거 잘해서 결승까지 가서 우승해서 상금 받아서 회식도 하면 좋은 거 아닌가? 하고 혼자서 상상의 나래를 편다.     


이렇게 우리의 대회 참가가 확정됐다. D-30이다. 갑자기 마음이 묵직해지고, 눈빛이 달라진다. 조금 더 집중해서 연습에 참가해야지 하는 다짐 한다.


멀리 풋살 공이 어서 오라 손짓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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