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넘기를 시작했다.
오늘은 역대 최저 인원이 훈련에 참가했다. 부상자와 개인 사정 때문에 결석한 사람들을 제외한 겨우 4명이 모였다. 감독님은 한 명이라도 나오면 훈련을 하겠다고 말씀하시며 단호한 의지를 보이셨다. 인원이 적으면 감독님 눈에 더 잘 보이고, 뛸 기회가 많아진다는 장점이 있다. 대신 더 많이 뛰어야 되고, 풋살 경기가 어렵다. 이런 상황에서 오늘은 최고로 높은 심장 박동수를 기록하였다.
인원이 적으니 넓은 풋살 구장 대신 콘(운동 경기 시 바닥에 세워 놓는 표식)을 세우고 작은 공간에서 뛰게 되었다. 작은 구장이라 덜 힘들겠지 하고 순간 생각했지만, 경기장이 작다고 덜 뛰는 것은 절대 아니었다. 오히려 구장이 작아지니 더 민첩하게 공을 몰 수밖에 없다. 2대 2 경기는 굉장히 박진감 넘치고 한 순간 숨쉬기조차 어려웠다. 더군다나 오늘은 밤 기온이 4도 안팎이어서 찬 공기가 입으로 막 들어왔다. 몸에서는 땀이 나는데 공기가 차가우니 이러다 감기 걸리지 않을까 싶은 마음이었다.
쉼 없이 2분을 뛴다는 것이 얼마나 숨차던지, 어제까지의 훈련은 아무것도 아니었다. 겨우 2분 동안 뛰었는데 이렇다면 실제 경기 15분은 어떻게 하나. 심폐 지구력을 키우기 위해 내일부터 줄넘기라도 해야 하나. 줄넘기는 10분만 해도 천 개 정도 할 수 있을 테니 반드시 도움이 되겠지. 풋살장에서 제대로 뛰려면 공 차는 것보다 우선 제대로 필드를 뛸 수 있는 심장을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힘들어도 경기는 어쨌든 뛰어야 했다. 2대 2 경기는 내가 움직이지 않으면 절대 패스가 이루어질 수 없는 게임이다. 공간을 찾아서 움직이고 공을 받을 준비를 하고, 공간을 만들고 다시 우리 편에게 패스하고 골문 근처로 전진. 이 모든 과정이 한순간도 여유롭지 않다. 일단 일대일 돌파를 해야 하는데, 상대방 수비가 붙으면 마음이 급해져 자꾸 아무대로나 공을 차 버린다. 그때였다.
일대일 해봐요. 뒤에 내가 있어요.
어느새 우리 편이 되어 같이 뛰게 된 감독님이 말씀하셨다. 그 말은 공을 빼앗겨도 뒤에서 든든하게 골문을 지키고 있을 테니 마음껏 실패해보란 말이었다. 순간적으로 마음이 어찌나 든든하던지, 마음 놓고 해도 괜찮을 것 같았다. 잘되면 좋고, 안 돼도 시도 자체로 좋았으니 말이다.
언젠가 나도 실력이 쌓이면 누군가에게 자신 있게 건네고 싶은 말이었다. 내가 뒤를 지킬 테니 걱정 없이 해보라고 말. 그 말은 곧 초보자에게는 천금 같은 위로의 말이고, 실패를 두려워 말라고 불안을 잠재우는 말이었다. 다만 일대일로 상대방을 제치기 위해서는 속이는 기술을 자연스럽게 써야 하는데, 배운 걸 경기에서 적절하게 쓸 줄 몰라 매번 아쉬운 순간이 생긴다. 부족한 실력으로는 골대까지 쉽게 나아갈 수 없었고 매번 연습해야지 다짐하게 된다.
그룹 과외 같은 풋살 수업이 끝나고 나도 모르게 털썩 의자에 앉아버렸다. 모든 것을 불태웠어. 오늘은 여러모로 재밌는 날이었다. 힘들지만 그보다 큰 재미가 있으니 풋살을 계속할 수밖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