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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그린우드 Oct 25. 2022

풋살 하면 살이 빠지나요?

코로나 비만인이 답변드립니다.

“살 많이 빠졌죠? 얼굴 라인이 달라졌는데!”

“아니에요, 몸무게는 그대로예요”     

나와 같이 입단한 동기에 얼굴에 함박웃음을 지으며 겸손해했다. 왜 몸무게는 그대로라고 답하면서 얼굴이 꽃피는 걸까. 나는 이유를 알고 있다. 그렇다. 그녀의 몸이 운동을 시작했을 때와 비교하여 전체적으로 슬림해졌다. 모두의 눈에 보일 정도니 굉장한 일이다. 부러우면 지는 건데, 진 건 둘째 치고, 이건 부럽다 못해 왜 나는 안되지? 하는 질투심까지 일었다.     


처음 운동을 시작했을 때, 겉으로 속으로 기초 체력 향상을 기대했지만, 내심 마음 한구석에는 살이 조금이라도 빠지면 좋겠다 라는 작은 소망도 늘 함께 있었다.      


몇 년 만에 측정한 인바디 결과, 나는 어느새 코로나 비만인이 되어 있었다. 수치상으로는 간신히 표준체중 끄트머리에 걸렸지만, 내일이면 경도 비만이라는 진단을 받아도 이상하지 않을 몸뚱이였다. 몸이라기보다 몸뚱이라고 적나라하게 표현하는 이유는 내 몸에 대한 반 포기 상태의 자조적인 표현이리라. 적정 체중을 위해서는 6킬로를 빼야 한다는 기가 막힌 현실과 마주했다. ‘아직은 괜찮습니다.’라고 담당자는 말했지만, 내 마음은 빨간 불이 켜졌다. 더는 너그러울 수 없었다.


‘이대로 살 수는 없어’를 외친지는 한참 되었지만, 믿기 힘든 현실을 마주했으니 뭔가 다시 한번 대책 마련을 해야겠다 싶었다. ‘나 살찐 것 같아’가 아니라 이 몸이 쭉 내 몸인 것 같았다. 손에 잡히다 못해 이제 내 몸을 지탱하는 힘인 뱃살은 힘을 줘도 움직이지 않았고 튼실했다. 인바디 결과 상담 중 그나마 위안을 주는 내용이 하나 있었다. 하체 근력이 남들보다 월등히 좋아서, 운동을 하고 있냐는 질문을 들은 것이다.


그 순간 풋살이 떠올랐다. 왜였을까.     


며칠 전 풋살 경기를 뛰는데, 일대일로 공을 차고 돌파하던 중에 수비를 맞닥뜨렸다. 개인기가 뛰어나면 바로 뚫고 나갔을 텐데, 아쉽게도 난 아직 초보 풋살 선수라 기량 따위는 없다. 다만 공을 뺏기지 않기 위해 다리에 힘을 주고 어디로 패스할까 고개를 들어 이리저리 엿보고 있었다. 그때 수비하던 언니가 내 튼실한 허벅지를 흘겨보면서 큰 소리로 말했다.      

얘 허벅지 보기만 해도 딴딴해. 타고났어. 내가 첫날부터 만져봤잖아     


적나라하게 서로의 신체를 칭찬하며 공을 빼앗으려 하는 이곳은 물론 풋살 교실이다. 칭찬이 난무하는 풋살교실. 왜 이렇게 튼튼한 거냐 늘 타박받던 허벅지가 여기서는 부끄럽기보다는 왠지 위풍당당하다.


학창 시절 허벅지가 유난히 튼튼해 바지보다 치마 교복이 편할 정도였다. 당시 교복 유행이 월남치마 스타일이라 펑퍼짐한 치마통은 튼튼한 다리를 넉넉하게 감싸주었는데, 어느 날 바지 교복으로 바뀌는 바람에 굉장히 난감했었다. 내 뒷자리 앉았던 반장은 내가 일어나 발표할 때마다 꽉 끼는 허벅지에 반해 헐렁한 엉덩이를 손으로 가리키면서 소리 없이 박장대소했다.     


그때 감추고만 싶었던 허벅지가 여기서는 칭찬 일색이라니. 인생이란 참 알 수 없다. 이런 허벅지는 사실 타고났다고 하기보다 그동안 내가 해온 취미가 만들어낸 결과가 아니었을까?      


20대에는 취미로 등산을 다녔다. 주말마다 집 근처에 있는 산에 산책하듯 올라갔고, 밤에는 아차산으로 야간 등산을 다녔다. 왕복 2시간의 산행이 조금 익숙해질 무렵 멀리 있는 산을 다니기 시작했다. 새벽에 서울에서 버스를 타면 강진 월출산까지 당일로 다녀올 수 있었다. 등산은 빠른 운동은 아니지만, 지속적으로 숨이 차고 몸을 움직이는 전신 운동으로 운동효과가 굉장하다. 또한 산을 오르락내리락하다 보면 허벅지가 단단해지고, 부지런히 숨이 차며 심폐지구력이 좋아지구나 하고 저절로 느낀다.


30대에는 자연스럽게 불어난 살을 뺀다고 집 앞 복싱장을 열심히 다녔고, 5개월 만에 3킬로그램 정도를 감량하였다. 복싱 자체 효과라기보다는 체력 단련을 위해 복싱장에서 뛰었던 줄넘기가 한몫했을 것이다. 줄넘기를 할 때마다 허벅지가 제 역할을 하지 않았다면 출렁거리던 뱃살 때문에 더욱 힘들었을 것이다.     


이쯤 되면 뚱뚱한 허벅지도 괜찮아. 아직 쓸모가 있구나, 만족해야 하지만 아직 내 맘은 그러하지 못하다. 비만인의 마음을 위로하기에는 단단한 허벅지가 슬프고 또 안쓰럽다.

    

풋살을 하면서 줄넘기도 같이하고, 먹는 것도 신경 써서 먹고, 자연스럽게 체중이 조절하기로 하였다.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귀찮아서 하루 한 끼 라면으로 때우는 것보다 냉장고에 있는 두부를 굽고 계란을 삶아 먹는 것. 천천히 꼭꼭 씹다 보면 과식하지 않아도 충분히 배부름을 느낄 테니까. 그래서 그런지 풋살을 시작하고 매일 아침 체중계에 부지런히 올라가는데 2킬로 그램 정도가 줄어들었다. 풋살 덕분이라고 믿는다. 일주일에 최소한 두 번 숨 찬 운동이 나의 몸과 마음을 조금 더 가볍게 만들 거라고 믿는다.


오늘도 파이팅을 외치며 풋살장에 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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