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그린우드 Oct 30. 2022

풋살에도 연출이 필요하다

우리는 비록 초보지만

'배운 전략을 실전에서 얼마나 적용할 수 있을까' 매번 훈련 때마다 드는 생각이다.

    

매주 화, 목 저녁 7시 10분에 풋살 연습이 시작된다. 나는 남편과 육아 바통터치를 해야 해서 남편이 7시에 집에 도착하면 부리나케 집을 나선다. 구장까지 가려면 10분 이상 걸리니 매번 5~10분씩 늦는다. 풋살장에 도착하면 이미 준비운동은 끝났고, 감독님의 설명이 진행되고 있다. 나는 시동을 끄자마자 운동가방을 들고 재빨리 뛰어 혼자 준비운동을 하고 팀에 합류한다.     


오늘 밤공기는 부쩍 차다. 얼굴에 찬바람이 느껴지고 얇은 패딩 안으로 몸이 더욱 움츠러드는 기분이다. 패딩까지 4겹을 겹쳐 입고 나니 왠지 든든하다. 이런 날은 더욱더 몸을 잘 풀어줘야 한다. 훈련에 앞서 감독님의 조심스러운 한마디가 먼저 다가온다.   

   

“여러분에게 솔직하게 물어보고 시작할게요. 혹시 훈련이 많이 힘든가요?”     


지난 시간에 참가 인원이 적어 평소보다 많이 뛰었는데, 아무래도 마음에 걸리셨나 보다. 또한 풋살 클럽 회원이 하나둘씩 관두니 혹시라도 자신이 너무 열정이 넘쳤는지 고민하셨나 보다. 평소와는 다른 어두운 표정이 낯설었다. 힘들긴 한데 재미있다. 조금 힘들었지만 우리한테 필요한 훈련이었다. 많이 힘들었으면 나갔을 거다. 우스갯소리로 남은 사람들이 말했다. 여기 모인 우리들은 힘들지만 충분히 소화할 수 있는 몸과 마음을 가졌다. 그러니 지금처럼 하셔도 됩니다.     


“네 좋습니다. 그러면 오늘도 제 맘대로 열심히 시작하겠습니다.”

일단 몸풀기 훈련으로 공 없이 열 발자국 거리에서 상대방을 마주 본 다음 가운데로 뛰어와서 한 명은 공격, 한 명은 수비 역할을 하기로 한다. 공격자는 상대방을 속이는 옆으로 달려가는 동작을 하고 수비는 공격수가 재빠르게 어느 방향으로 갈지 관찰하고 뒷덜미를 잡아채면 된다. 공 없이도 이렇게 훈련하는 이유는 실제 경기에서 상대방을 속이는 동작이 굉장히 중요하기 때문이다.     


처음 풋살을 시작했을 때 놀랐던 점은 풋살을 잘하기 위해서는 상대방을 잘 속여야 한다는 사실이었다. 공격수가 공을 가지고 드리블하고 있을 때 상대방을 얼마나 잘 속이는지에 따라 방향을 전환하여 골문 앞으로 나아갈 수도 있고, 공을 빼앗기고 역습(수비수였던 상대방이 공격수로 변하여 공격함)을 당할 수도 있다. 또한 패스할 때 상대방을 속이고 패스를 해야 공이 안전하게 동료에게 전달되고 한 번 더 골 기회를 가질 수 있다. 우리가 너무 솔직하게 공을 패스했기 때문에 '여러분은 사기꾼이 되기는 힘들겠네요.' 하는 감독님의 처절한 외침이 자주 들렸다.     


상대방을 속이기 위해서는 순간적으로 빠른 동작과 눈속임이 필요하다. 마치 농구 경기에서 앞사람을 보면서 그에게 패스할 듯 팔을 휘두르다 반대편 저 멀리 공을 보내는 것처럼, 지금 그런 속임수를 연습하고 있다. 잠깐 쉬는 시간이 지나고, 이제 땀이 좀 나려나 싶을 때, 킥 연습을 하게 되었다. 흐르는 공을 끝까지 보고 발을 대고 골문을 향해 정확하게 차는 것이다. 공이 총 16개인데 계속 쉬지 않고 감독님이 하나씩 흘려보내 줄 때마다 뻥뻥 차고 헉헉대다 이제 좀 끝났으면 하는 소망이 간절하였다. 오늘도 화요일 못지않다. 우리는 훈련하면서 조금씩 강해지고 있다.(고 믿는다.)     


3인 1조가 되어 패스를 하고 슛까지 연결하는 것은 오늘 한 전술 훈련의 꽃이었다. 공을 가진 공격수에게 수비가 붙었을 때 같은 편 선수가 공간을 찾아 이동하고 공을 전달받아 다른 선수에게 패스하여 슛까지 연결되는 과정이었다. 한번 설명으로 이해가 잘 되지 않아 두세 번은 기본이고, 이런 건 직접 몸으로 해봐야 안다. 각자 위치에서 어떤 방향으로 움직여야 하는지는 결국 연습으로만 익힐 수 있다. 매 훈련마다 우리에게 맞는 전술을 준비하는 감독님은 정말 대단하다. 우리의 수준을 알고 어떤 훈련이 도움이 될지 정확히 알고 계신다. 열심히 준비하시는 만큼 우리도 열심히 따라가려고 뛴다.     


훈련이 마치고 마무리하는 시간. 감독님은 말씀하셨다. 오늘 한 전술이 어렵지만 실제 경기에서 반드시 한 번은 나오는 것이라고, 우리가 일부러 이런 연출을 하는 이유는 언젠가 필드위에서 한 번이라도 쓰기 위해서라고 말이다. 현재 우리 실력으로는 슛까지 연결되기 어렵지만, 결국 다양한 훈련을 연출하고 실제 풋살장에서  뛰다 보면 자연스럽게 드러난다고, 그것이 우리의 진짜 실력이 된다고 말이다.


삶에는 다양한 연출이 필요하다. 풋살뿐만이 아니라, 회사에서 가정에서 다양한 상황에서 우리는 상황을 가정한다. 그런 연출은 당장 써먹을 수 있거나, 당장은 필요 없더라도 알고 있으면 언젠가는 반드시 필요한 것들이다. 때로는 왜 이런 것까지 하냐며 불평을 터뜨릴 수도 있다. 하지만, 인생은 길고 우리는 어떤 순간에 놓일지 모른다. 그렇기에 다양한 연출을 연습하고, 해보는 경험이 필요하다.


대회가 15일 앞으로 다가왔다. 가슴이 뛴다.

이전 13화 풋살 회식에 꼭 가져가야 하는 것은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