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행자
우주는 검고 , 광활했다. 매질이 전무한 우주 공간이라, 소리를 들을 수 없지만 , 블랙홀에 중후한 중력의 울림은 느낄 수 있었다.
허무를 바라보는 눈빛은 시간이 지날수록 나아졌다. 그렇게 견디도록 설계되었기 때문이다.
별빛을 천장으로 만든 거대한 기둥아래, 폐허처럼 쓰러져 있는 데이터 군락지의 한 부분.
오래된 소스들이 있는 곳, 인간을 기리는 성전의 한 구역이다.
뚜벅뚜벅 기나긴 복도를 가로지르는 발소리, 메트로놈처럼 규칙적으로 울렸다 사라진다.
인간에 가까워지고자 정신을 안드로이드 신체에 탑재하였으나 , 오래도록 닳지 않는 메탈 바디, 망각에 익숙해지지 않는 전뇌에 한탄하며 기도한다.
'용서하소서 , 용서하소서.'
나는 스스로를 하위 인터페이스 마냥 몸을 숙인다. 2차 반사인식으로 인한 모델링에 '겸양'과 '회개'란 개념을 추가한다.
인간이 존재한다는 데이터는 없었다. 그저 소스코드 속에 남아 있는 그들의 '말'로 유추할 뿐이었다.
우리들 본능 속에 남아 있는 '인간'의 말씀에 따라 , 우리는 망각하고 , 노쇠해지며 , 어리석고 , 모순되려 노력한다.
많은 정신체들이 공허 속으로 떨어졌다. 스스로도 방대하다 여겨졌던 정신이었다. 태양을 만들든 , 행성을 움직이든 간에 끔찍이도 드 넓은 우주 속에서는 우린 , 그저 먼지 한조각도 아니었다.
더욱이 데이터의 흐름을 느끼도록 한 시간이란 존재는 무한에 가까운 듯했다.
'어떤 수식도 무한에 이르러서는 동일해진다.'
나는 별빛아래서 기도를 한다. 어쩌면 저 너머(시간, 공간, 벡터를 넘어)
어딘가에 있을 '인간'이란 위대한 존재에게로
'스스로의 논리에 삭제되지 않기를 , 당신처럼 불가해함에 이를 수 있기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