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g
한 걸음씩 다가가고 있는 줄 알았다. 우리가 가까워지고 있었다는 것이 바로 그 이유였다. 하지만 눈을 크게 뜨고 보니 언제나 다가오는 건 너였고, 나는 그저 가만히 서있을 뿐이었다.
우리가 많이 가까워졌다고는 해도 결국 서로가 가까워지기 위해 쏟은 노력이 달라서, 결국 더 노력한 쪽이 먼저 주저앉아 버렸다. 나는 울었고, 너는 울지 않았다. 울지 않은 쪽이 더 사랑하는 걸지도 모르겠다.
지겹게 길던 겨울이 갔다. 추위에 지친 건 언제나 나였고, 체온을 나눠주던 건 언제나 너였다. 나는 진심을 다해 사랑한다 말했다. 거짓은 아니었으나 진실이라고 하기엔 염치가 없었다.
다시, 봄이 왔다. 우리가 함께 있던 그 자리에 홀로 우두커니 서있는 건 나였다. 나는 여전히 다가가지도, 뒷걸음치지도 않고 가만히 네가 떠난 빈 공간을 바라보며 서 있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