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죽은 가장 가치 있는 중요한 Fashion소재 중의 하나이다. 우리는 가죽이 최근에 와서 개발된 소재인 것으로 알고 있으나 지금과 같이 가죽을 가공해 의류 또는 잡화의 소재로 삼은 역사는 수천 년에 이른다.
가죽 제작 과정은 크게 세 가지로 나눌 수 있다.
첫째, 생피(生皮) 단계로 동물로부터 벗겨낸 껍데기 상태이다(위 사진이 생피를 쌓아 놓은 모습이다).
두 번 째는 Wet blue 단계인데 털을 제거하고 무두질이 이미 끝나 동물성 재료에서 광물성 재료로 바뀐 단계이다. (아래 사진이 Wet blue상태의 가죽이다)
끝으로 이 Wet blue를 염색해 건조하면 완성된 가죽이 되는 것이다.
피혁업계 원로 중의 하나인 모(某) 가죽사(가명, 국가 자격증으로서 가죽사는 존재하지 않는다. 본인이 자칭 그렇게 부른다)에 따르면 Wet blue만 딱 보면 어떤 동물의 어떤 품종인지 그리고 완성된 상태의 가죽 품질을 가늠할 수 있다고 한다.
그런데 완성된 가죽 말고 중간 가공단계의 가죽이 '논어(论语)'에 등장한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호랑이와 표범의 무두질하고 난 뒤의 가죽은 개나 양의 무두질하고 난 뒤의 가죽과 같다(1)"
아마 이 시절은 가죽제품을 쓰기는 했어도 전문적인 가죽사는 아직 없었던것 아닐까?
여기서 무두질한 가죽을 뜻하는 '곽(鞹)'자는 털을 완전히 제거한 Wet blue상태의 가죽을 의미한다. 이 곽(鞹)을 말리고 염색하는 과정을 거쳐 가죽을 완성한 후 옷을 지을 수도 있고 다른 생활에 소용되는 잡화를 만들 수도 있는 것이다.
공자가 말년에 주역(周易)을 너무 많이 읽어 죽간을 묶은 가죽 끈이 끊어졌다는 고사(위편삼절, 韦编三绝)는 질긴 가죽의 성질과 다른 소재보다 고급스러운 가죽을 이용해 귀중한 책을 제본했다는 고대 문헌의 중요한 근거이다.
지금도 책의 겉표지를 가죽으로 만드는 경우가 있는데 이는 오래 쓸 수 있게 하는 의미도 있지만 고급스럽게 보이게 하는 의미가 있는 것과 같은 맥락일 것이다.
보다 구체적인 예로 약 1920여 년 전에 만들어진 『설문해자』라는 사전에서도 가죽 제작 전 과정의 글자를 발견할 수 있다. 이 책엔 총 1만 여자의 한자를 540개의 부수자로 나누어 수록해 놓았는데 이 540자 부수자 중에서만도 가죽 제작 과정을 구성할 수 있다. 잠깐 살펴보면 아래와 같다.
(괄호 안의 음과 훈은 네이버 사전을 참조했고 풀어 설명한 것은 설문해자의 내용을 번역한 것이다.)
剝(벗길 박)은 찢는다는 뜻이다. 가죽과 살을 나누어 찢는다는 뜻이다.
皮(가죽 피) 짐승에게서 짐승의 가죽을 벗겨낸 것.
革(가죽 혁) 짐승의 가죽에서 털을 없앤 것. 革은 고친다(更)라는 뜻이다.
가죽을 펼쳐놓고 가공하는 모습을 상형 한 것.
柔(부드러울 유. 설문해자에는 ‘연(현대 한자에 없음)’으로 나와 있음)
다듬어서 가죽을 부드럽게 하는 것. - 과거에는 두드리거나 밟아 부드럽게 했으나 지금은 태고라고 부르는 큰 통에 넣어 빙글빙글 돌린다.
韋(가죽 위) 사용할 수 있는 가죽이다. 짐승의 가죽으로 묶으면 비틀어지고 어긋난 물건을 쌀 수 있으므로 빌어서 가죽이라는 글자로 삼았다. (공자가 세 번이나 끊어지게 했다는 것은 바로 이 위(韋)이고 영어로는 leather string이다)
裘(갖옷 구) 가죽 옷이다.
裘는 공자의 Fashion의 중요한 요소이다. 공자의 패션 감각, 특히 칼라 코디 감각에 대해서는 나중에 살펴보기로 한다.
현대의 피혁 관련 용어와 다른 부분도 있으나 대체적인 맥락은 차부뚜어(差不多~~)하다.
상품 디자인 과정에서 Fashion소재를 선택할 때 화학 소재의 경우 그 물성을 가늠하기 위해 성분 정보를 요구하는 경우가 많다.
천연 소재의 경우 원산지, 품종의 특성 그리고 제작 방법에 따라 다양한 변주가 가능하다. 당연히 원산지, 품종 그리고 가공 방법은 완성된 천연 소재의 품질과 소재의 성격에 편차가 생기게 한다.
따라서 이점을 이해하고 예측할 수 있게 되면 원하는 나만의 독특한 성격의 소재를 얻을 수 있는 가능성이 높아진다.
불행히도 우리나라의 경우, 가죽 등 천연소재에 대한 이해도가 낮다. 따라서 디자인에 반영되는 비율도 낮다. 따라서 세계적으로 새로운 방식의 천연소재 개발은 구조적으로 불가능한 것이 현실이다.
트렌디한 색의 조화, 세련된 디자인, 편안한 착용감도 중요할지 모르지만 자연친화적이고 품격 있는 천연소재를 이해하고 독특한 성격을 부여하지 못한다면 세계 1류 브랜드가 될 수는 없다(2).
오죽하면 디자인 맵판에서 가죽제품은 '특종(特种-특별한 종류)'으로 구분하고 위탁받아 구색을 맞추거나, 해외 출장 가 샘플 사다가 스펙 바꾸고 주머니 디자인만 바꿔서 모델 수 채우겠는가?
'켈리백'으로 유명한 에르메스를 창업한 티에리 에르메스(Thierry Hermes)는 피혁 공이었다. 세월이 갈수록 손때가 묻어 더욱 멋스러움이 배어 나오는 루이뷔통(Louis Vuitton)의 역사적 가죽 제품은 소가죽 위에 특수 코팅 처리를 하여 반짝거리게 만든 모노그램, 베르니 라인을 개발하는 등 지금도 진화하고 있다.
13살의 어린 나이에 여성 전용 구둣가게를 열고 발이 편한 구두 제작을 위해 UCLA대학에서 해부학을 공부하고 구두를 단순한 상품이 아닌 예술적인 시각에서 바라보는 브랜드가 페라가모(Ferragamo)이다.(3)
이런 브랜드 근처에 비슷하게 라도 간 우리나라 브랜드가 있는가? 없다면 왜일까?
이제 아이돌로 대표되는 음악의 한류, 기생충과 윤여정으로 실현된 영화의 한류, 韩剧(한쥐 - 한국 드라마)로 명명된 문화의 한류에 뒤이어 지금은 우리나라에 하나도 없는 세계 1류 브랜드 탄생의 핵심에 가죽이 있다.
가죽사가 더 늙기 전에 가죽 제품 디자이너 교육에 과감하고 장기적이며 체계적인 투자가 필요한 까닭은 여기에 있다.
(1) 인용문 원문은 "虎豹之鞟, 犹犬羊鞟 “이며 출전은 안연편 8장이다.
(2) 2류도 어렵다.
(3) 이 부분은 이재진, 2013, 『패션과 명품』을 참고, 인용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