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북성의 옥수수 밭과 blue ocean

by 누두교주

이 글은 앞선 ‘소 아빠 양 엄마, 양 아빠 소 엄마(牛爸爸 洋妈妈, 羊爸爸 牛妈妈)’에 이어지는 글이다.

아빠와 엄마가 불분명한 동물의 가죽이 생산된다는 테너리(제혁 공장)를 방문하기 위해 우중과 나는 이른 아침에 길을 나섰다. 절강성 태호 변의 도시인 호주(湖州)를 출발해 2시간 차를 타고 상해로 갔다. 거기서 비행기를 타고 1시간 여를 비행해 산동 성의 성도인 제남 시에 도착했다. 거기서 다시 차로 다섯 시간을 가는 길이다. 고속도로를 벗어난 차는 세 시간 넘게 우거진 옥수수밭을 지겹게 달렸다. 문자 그대로 대륙의 옥수수밭이었다.

이윽고 하북 성 농촌의 작은 도시 (鎭-우리나라의 면 소재지 정도)에 도착했다. 일단 하루를 묵고 다음 날 테너리를 방문하기로 했다. 우중은 그 도시에서 가장 좋은 호텔을 예약했다. 물이 나오지 않는다고 했다. 내일 오전 5시에 나올 예정이니 그때까지 쓰라고 생수 한 병을 줬다. 샤워는 어떻게 하느냐고 했더니 나를 위아래로 보더니 “내일 해(明天来吧!)” 그랬다. 화장실은 어떻게 하느냐고 물어보려다 그만두었다.

다음 날 아침 일어나자마자 물을 틀어보니 나오지 않았다. 화가 나서 프런트에 내려가니 생수 한 병을 또 줬다.



차를 타고 한 시간을 옥수수밭 사이를 달려 테너리에 도착했다. 평화스러운 농촌 한가운데 테너리가 있었다. 테너리 사장이 출근 전이라 얇은 플라스틱 컵에 따라주는 차를 마시며 기다렸다. 문득 사장의 먼지 앉은 책상을 보니 명함이 차례대로 여러 장 있었고, 그중에 몇 장은 한글이 보였다. 자세히 보니 익숙한 이름들이었다. 실체가 있는 테너리라는 안심을 했다.


보통 중국 기업인을 처음 만나면 우선 담배를 집어던진다.(명함을 공손히 교환하며 악수하는 습관은 거의 없다) 그다음엔 자기 자랑, 그다음엔 시설과 설비를 보여주고 그다음엔 밥 먹으러 가자고 한다. 시설과 설비를 보고 난 후에 내 직업과 관련된 내지식의 부족함을 회의했다. 처음 본 기계 장치들이고 생산 공정의 구성도 낯설었다. 위대한 중국 특색의 사회주의 제혁 창이었다.

내가 가지고 간 샘플을 꺼내놓고 본론으로 들어갔다.


- 이런 품질의 가죽을 만들 수 있는가?

당연히 가능하다. 우리 회사 제품이다.


- 어떻게 가죽이 이렇게 쫀쫀하고 무겁지 않고 자연광이 아름답게 날 수 있는가?

이것이 우리 가죽의 특징이다.

- 가격이 일반 양가죽에 비해 싼데 그 이유가 무엇인가?

원피가 국내산이고 다른 제혁 창에 비해 화공약품을 적게 쓰며 시골인지라 오염물 처리 비용이 들지 않는다.


- 원피가 잡종이라고 들었는데 어떤 동물인가?

이때 우중이 양 아빠 소 엄마 하려는 것을 막으며 테너리 사장의 대답을 기다렸다.

당나귀(donkey)이다.

순간 나는 내 귀를 의심했다. 사실 나는 말가죽을 사용해 본 적은 있다. 말가죽의 원산지는 일본 이었는데 일본에서는 말고기를 먹는다. 특히 관서(간사이 – 오사카 근처) 지방에서는 별미로 친다. ‘바사시’(말고기 육회)라고 부르는데 냉장된 상태에서 얇게 썰어 날로 먹는데 모르고 먹을 때는 나쁘지 않았다. 고기를 소비하면 반드시 가죽을 처리해야 하므로 말가죽이 생산되는 것이다. 하지만 생산량이 무척 적고 일정한 때에 나오지 않아 주로 작은 지갑이나 벨트 등의 소재로 활용했다. 물론 가격도 무척 비쌌다.

내가 가만히 계산해 보니 2,000장 오더를 하려면 당나귀가 대략 3,000마리가 있어야 가능했다. 그렇게 많은 당나귀가 어디 있으며 어떻게 있을 수 있는가?


- 내가 필요한 수량의 당나귀가 있는가? 있다면 어디에 있는가?

당연히 있다. 하북 성에 있다. 이리 와봐라 (그는 자기 책상으로 나를 불렀다) 여기 세계 각지의 바이어들이 여기서 오더하고 갔다.(그러면서 그는 유리를 들어 내 명함을 맨 밑에 끼웠다)

- 그럼 왜 우중은 ‘잡종’이라고 했는가?

쟤는 어릴 때부터 좀 멍청했다. 그래도 여기까지 와서 정확한 것을 파악했으니 된 것 아니냐?


상담과 계약을 마치고 계약금 송금까지 확인한 후 다시 차를 타고 물이 나오는 호텔이 있는 제남을 향해 갔다. 제남의 호텔은 천국이었다. 심지어 냉장된 맥주도 있었다. 정신을 차리고 독일에 간단히 fax를 보냈다.


- 확인된 원피의 종류는 당나귀이며 중국의 특정 지역에 거대한 양을 사육하고 있고 특화된 테너리에서 공급하는 원단이다.


독일에서 바로 회신이왔다.

- 우리 상식으로는 이해할 수 없다. 하지만 중국은 유럽을 합한 것보다 거대하며 항상 예측 불가능한 지역이라 반드시 전문가가 필요하다. 우리는 네가 있어 행복하다. Good luck!

이제 약속한 날 3,000마리분의 당나귀 가죽만 샘플 수준대로 입고되면 나는 당분간 아무도 모르는 blue ocean에서 노닐 수 있다~ 거듭되는 냉장된 시원한 맥주는 여러 가지 행복한 생각을 하게 했다. 우중도 열심히 마시며 자기로 인해 새로운 기회를 잡게 된 것에 대해 자찬했다. 또한 당나귀 가죽으로 진행되는 모든 오더는 자기 공장에서 옷을 만들어야 된다는 다짐도 잊지 않았다. 나는 흔쾌히 동의했다. 유쾌한 제남의 밤은 깊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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