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의 책임인가? 커위앤

by 누두교주

커위앤의 아버지는 하방(下放)에서 돌아온 뒤 기찻길 옆 훈제 육 가게 건물 방 두 칸짜리 공간에서 7명이 살았다. 커위앤이 자기 방을 가진 것은 그의 부모님이 모두 돌아가셨을 때이다.

그들은 아들 하나를 뒀지만 아들이 방이 없으니 어떻게 해? 죽어야지. 칼 마르크스를 보러 갈 수밖에. 빌어먹을, 두 줄기 늙은 목숨 줄이 딸려 올라가고 나니, 나한테 방이 생겼네 그려! (김지연 역, 2008, pp.211-212)

커위앤이 부모의 죽음을 받아들인 태도이다. 커위앤은 지금 정부가 순펑 거리를 개조해준 덕분에 방 두 개짜리 집을 얻었지만 그 방들에 머무는 시간은 매우 적다. 그가 청소년기 열악한 주거 환경으로 인해 얻은 성적 능력 장애에 대해 쑤통은 커위앤을 대신해 아래와 같이 선언한다.


"커위앤, 그의 삼십 초는 그 자신의 책임이고, 전등의 책임이며, 기차와 철로, 그의 부모, 누나와 매형, 그리고 당연하게도 역사와 사회의 책임인 것이다". (김지연 역, 2008, p.217)


이렇게 유년 시절을 보낸 커위앤이 자라 더췬의 직원이 되어 돈에 복종해 나가는 과정은 더췬을 이야기할 때 이미 살펴본 바 있다. 커위앤은 더췬의 수익을 위해 량젠에게 빚을 갚을 것을 독촉하다 그가 자살하자 그의 장례를 주관한다. 그런데 량젠의 화장터에 까지 사람들이 찾아와 빚 독촉을 하는 기괴한 상황(追账到火葬场来)까지 발생한다. 커위앤은 빚 독촉을 위해 화장을 방해하던 다섯 명과 싸워 이마에 구멍(额头上有个洞)이 나는 큰 상처를 입고 구급차를 타고 응급실로 실려 간다. 치료를 마친 커위앤은 달콤한 낮잠에 빠져 들었는데 쑤통은 커위앤의 꿈을 빌어 그의 앞날을 암시한다.


커위앤은 꿈속에서 물이 가득한 응급실 바닥에 뱀 한 마리가 기어가는 것을 보았다. 커위앤이 뱀에게 말했다. 이리 와 이리 와. 날 물면 널 물어주지. 그는 뱀에게 손짓을 했다. 뱀은 기어와 혀를 날름거리더니 그의 손목을 물었다. 네가 진짜 날 물어. 그럼 한 손으로 때려잡아주지! (김지연 역, 2008, p.160)


커위앤은 뱀을 좋아하지도 않았고 잘 알지도 못했다. 그런데 량젠의 장례를 마친 지금은 뱀과 대화를 하다가 뱀에게 물린다. '한 손으로 때려잡겠다'라는 표현은 뱀을 쉬운 극복의 대상으로 이해 한다는 느낌이다. 쑤통이 커위앤의 꿈에 투영한 뱀은 무엇의 은유일까?




커위앤은 병원에서 예전에 기차역에서 표를 팔던 펑다린과 그를 간호하는 그의 아내 야오구(腰鼓)를 만난다. 펑다린은 기차역에서 노점이라도 해서 입에 풀칠(糊口)이라도 해보려고 했지만 기차역의 정돈(整顿) 작업으로 불가능 해지자 홧김에 매일 술을 마시다 알코올 중독(酒精中毒)으로 병원에 입원한 상태였다. 커위앤은 펑다린에게 기차역에서 노점상이 불가능한 이유를 설명해 준다.


너 아직 잘 모르는구나. 기차역 지구는 싹 다 정리되었어. 문명사회의 규범을 이해 못하는 거야? 너희 같은 배달부나 노점상에게 도시의 명소는 열리지 않아.(김지연 역, 2008, p.162)


이로써 커위앤은 펑다린이라는 하위 계층을 생성한다. 쑤통은 더췬 - 커위앤 - 펑다린의 계층이 형성되고 그 계층의 구분 근거가 '생산수단(돈을 벌 수 있는 방법)'의 소유에 의한 것임을 입증한다. 다만 커위앤이 그가 말하고 펑다린이 믿는 생산 수단을 소유했는지는 별개의 문제이다.


펑다린은 아름다운 성에 있는 더췬의 회사에 근무하며 문명사회의 규범을 이해하는 커위앤에게 간절히 취직을 부탁한다. 커위앤은 깊이 생각하지 않고 흔쾌히 허락한다.

“문제없어. 내 옆에 두자고 할게!"


6월 량젠의 장례식 때 커위앤이 펑다린에게 한 약속은 12월 31일 세기말에 다다를 때까지 지켜지지 않았다. 펑다린은 아름다운 성에 와서 몇 시간이나 커위앤을 기다렸다가 마침내 그를 만날 수 있었다. 펑다린은 커위앤에게


"이웃들은 매일매일 내게 왜 아직 아름다운 성에 출근하지 않고 아래층에서 어슬렁거리는지 물어봐"


"내 아들은 학교 친구들에게 내가 아름다운 성에 출근할 거라고 말했어"


라며 그간의 난처한 상황을 전했다. 하지만 사실 커위앤은 더췬에게 펑다린의 취직 이야기를 꺼내지도 않았다. 그 이유는 펑다린이 학력도, 경력도 없고 게다가 문맹에 가까운 상태였기 때문이다. 절망과 분노에 찬 펑다린은 커위앤을 공격했고 그래서 둘의 격투는 시작되었다.


같은 시간 창문을 사이에 둔 뱀 식당에서는 새천년을 몇 시간 앞두고 뱀과 춤을 추는 렁옌을 보며 함성을 지르며 박수를 치고 있었다.


렁옌은 큰 구렁이 한 마리를 어깨에 감고(1) 열정적이면서도 환락적인 탱고 음악에 맞춰 화려한 춤을 선보였다. (김지연 역, 2008. pp.317-328)


커위앤과 펑다린의 목숨을 건 격투는 더욱 격렬해져가고 있었다. 그들에겐 21세기니 21세기 괘종시계니 하는 것은 뇌리에서 지워졌고 눈이 벌개 지도록 싸우고 있었다. 싸움의 결말은 커위앤이 뱀 식당에서 썼던 망치로 펑다린의 머리를 때려 살해하고 도망치는 것으로 끝난다. 쑤통은 죽어가는 펑다린의 입을 빌어 서로 다른 공간에 격리될 수밖에 없는 도시 빈민의 현실을 고발한다.


전혀 예상하지 못한 일이지만 상처 입은 펑다린은 또다시 손을 내저으며 말했다. "구급차도 부르지 마, 죽는 게 나아. 당신들 돈이 있으면 즐겁게 살아. 당신들은 돈이 있어서 죽음을 두려워 하지만 난 안 두려워. 난 죽는 게 안 두려워! 당신들은 먹던 거나 계속 먹어. 날 여기 있게 해 줘. 우리 같은 우물물은 강물을 침범하지 않아. (김지연 역, 2008. p.331)


뱀 식당의 사장인 허 씨네 둘째는 새 천년 맞이 축제를 즐기던 뱀 식당의 손님들에게 자신이 수습할 것이라고 안심시킨다. 그는 식당의 좋은 분위기를 유지하며 축제를 즐기게 하기 위해(궁극적으로 자신이 돈을 벌기 위해) 죽어가는 펑다린을 위해 아래와 같은 결정을 했다. 쑤통은 허 씨네 둘째의 처리 방식에 대해 '우리 모두가 알고 있다(我们都知道)'라며 이미 중국 사회에 존재하는 문제임을 감추지 않았다.

경찰차가 출동하게 되면 그 사이렌 소리에 사람들이 긴장할 것이고 그러면 식당 손님들이 마음껏 축제를 즐기며 탐식하기 어려울 거라고 판단했다. 구급차의 경적 역시 사람의 폐부까지 놀라 튀어 오르게 할 것이다. 식당의 좋은 분위기가 그 때문에 모두 망쳐질 수 있다. 두 차량 모두 와서는 안 된다. 허 씨네 둘째는 기차역 파출소에 전화를 걸었다.


우리는 모두 알고 있다. 기차역 파출소의 경찰이 자전거를 타고 달려와서 이 문제를 해결할 것임을. (김지연 역, 2008. p.332)



살인을 저지른 커위앤은 베이징행 기차를 탄다. 그는 이전에 기차를 타 본 적도 없고 베이징에 가본 적도 없고 또한 그가 베이징에 갈 이유도 전혀 없다. 그는 베이징에 가는 이유에 대한 쑤통의 묘사를 보자.


커위안의 머리는 텅 비었고, 그는 스스로가 선반 위의 트렁크처럼 느껴졌다. 트렁크는 베이징으로 갈 것이고, 그는 방법이 없었다. 그저 트렁크를 따라서 그 역시 베이징으로 가는 수밖에. (김지연 역, 2008. p.338)


베이징 사람들이 도무지 알 수 없는, 어디서 왔는지 왜 왔는지 모를 뱀 한 마리가 중화 인민공화국의 수도 베이징을 향하고 있다.



(1) 필자가 원문에 따라 번경했다. 번역문에는 '살모사 한 마리를 등에 지고'로 돼있다.

인용문 원문 : 冷燕肩缠一条蟒蛇, 在热情欢快的探戈乐曲中走出了冷人眼花缭乱的舞步。

(苏童, 2020,p.249)


(2) 필자가 원문에 따라 번경했다. 번역문에는 "우린 우물을 마시지 강물을 마실 자격이 없어"로 되어있다. 박남용, 이혁, 2010. 도 필자와 같은 해석을 하고 있다.

인용문 원문 : 你们吃你们的, 让我坐在这儿, 我们井水不犯河水。(苏童, 2020,p.252)




참고한 자료


苏童, 2020,『蛇为什么会飞』,上海, 上海文艺出版社.


수통(苏童), (김지연 역) 2008, 『뱀이 어떻게 날 수 있지(蛇为什么会飞)』, 파주, 문학동네.


박남용, 이혁, 2010, 쑤통(苏童) 소설에 나타난 하층민 형상과 뱀의 이미지. 외국 문학 연구, (39), pp99-121.


장윤선, 2016, 飞上을 향한 도시 빈민층의 분투 - 쑤통(苏童)의 『蛇为什么会飞』속 인물 들의 욕망과 좌절 양상을 중심으로. 中国文学研究, 제65집, pp. 116-14


한영자, 2013, 쑤통 단편소설에 나타난 피해의식 연구, 중국어문학 논집(81), pp.269-2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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