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켄슈타인 두부와 U. F. O.

by 누두교주

공자는 나이 50에 이르면 “하늘의 명을 안다(知天命)”고 했지만 이것은 군자(君子)에게나 해당되는 말이지 우리 같은 소인(小人)들에게는 어림 반 푼어치도 없는 이야기다.


나는 제사와 차례를 매우 중히 여기는 집의 장남인지라 때가 되면 아버님이 하신 대로 능력 범위 내에서 정성껏 예를 갖춘다고 노력했다. 하지만 그것은 어쩌면 누군가의 노력을 빙자(憑藉)한 가증스러운 위선이었음을 고백한다. 이런 통렬한 반성은 전(煎)을 부치면서 받은 느낌이다. 그런데 조신하게 반성만 할 일이지 자꾸 이상한 생각이 들었다.


프랑켄슈타인 두부


차례 상에 가장 초라해 보이는 것이 두부였다. 뭐 특별할 것도 없고 투박한 모습에 한쪽 구석에 낮게 자리한 두부는 아무도 주의하지 않는 음식이다. 하지만 호기롭게 전을 부친다고 덤볐다가 두부 때문에 식은땀을 흘렸다.


조금만 주의하지 하지 않으면 금방 검은색이 된다. 노릇한 (조금은 창백해 보이는) 그 색이 쉬운 일이 아니었다. 수십 년간 당연해 보이던 그 쉬운 비주얼을 구현하지 못하는 나는 어디에 쓸 물건인고!


더 황당한 일은 두부는 생각보다 부드러워 돌아 눕힐 때 쉽게 꺾였다. 두부에 금이 갔는데 왜 내 심장이 두 방망이질을 하는지!! 나는 가장 가련하고 불쌍한 눈빛을 만들어 아내를 쳐다보았다. 아내는 달걀노른자를 살짝 발라 감쪽같이 만들었다.


그런데 다시 뒤집을 때 한쪽 끝이 살짝 부러졌다. 다른 두부 하나는 뒤집고 보니 가뭇한 색이 되어 버렸다. 이쯤 되니 다른 두부는 뒤집을 엄두가 나지 않았다. 슬그머니 프라이팬을 끄고 두부 사러 갈 참으로 외투를 찾아 입을 생각을 했다. 그때 여편네는 비웃음이 가득한 거만한 눈으로 나를 바라보며 떨어진 두부 조각을 토닥여 붙이고 가뭇한 부분은 얇게 저며 낸 후 다시 뒤집어놓았다. 나는 그녀의 시선을 피했다.


“상에 올릴 때는요, 젤 예쁘게 부쳐 진걸 젤 위에, 그렇지 않은 것은 밑에 놓아야 돼요!”


내가 죽어 귀신이 돼 젯밥을 먹으러 온다면 맨 밑의 두부를 먹겠다고 결심했지만 입 밖으로 내지는 않았다.


U. F. O.


누구나 그렇지만 나도 창조론과 진화론 사이에서 방황했던 적이 있었다. 아메바가 물고기가 되고 물고기가 거북이가 됐다가 거북이가 원숭이가 되고 그것이 사람이 됐다는 것이 영 마뜩치가 않았다. 내가 존경하는 공자님과 징그러워하는 바퀴벌레의 차이가 시간의 경과에 불과하다는 것은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는 것 아닌가? 그렇다고 창조론을 받아들이기에는 지구에 국한된 시각이 답답했다.

그래서 한때 나는 외계인의 존재와 외계 문명 설에 대해 심취한 적이 있었다.(1) 이 이론의 핵심은 고도로 발달된 외계 문명 구성원이 U. F. O(미확인 비행물체- 속칭 비행접시)를 타고 지구에 와서 지금의 인류를 디자인했으며 문명을 이식했다는 것이다.

이 넓은 우주에 오직 지구에만 문명이 존재한 다는 것은 더 할 수 없는 낭비이며 어느 날 갑자기 전 지구적으로 이루어지는 발견과 발명을 설명하는데 무척 새롭고 합리적인 이론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나는 빈대떡을 부치면서 시공을 초월한 새로운 깨달음을 얻을 수 있었다.


“우리는 물론이고 외계인도 창조되었다!!”


빈대떡의 재료를 준비하는 것은 아주 성가신 일이다. 특히 녹두 껍질을 일일이 골라내는 작업은 무척 신경이 쓰이는 피곤한 일이다. 그렇게 녹두 반죽을 준비하고 숙주와 고사리나물을 무치고 돼지고기를 손질하고 실고추를 마련해 빈대떡을 부치다 일부 재료가 남으면 어떻게 할까? 당연히 남은 것만으로 부쳐내 차례 상에 올리진 않더라도 기꺼이 먹을 수 있는 것 아닌가?



위 사진에 보이는 작은 조각이 그것이다. 녹두 반죽과 돼지고기만의 작은 조각이다. BASE는 당연히 녹두 빈대떡이지만 구성 재료나 크기는 다르다. 하지만 창조자는 동일하다.


창조주께서 심혈을 기울여 천지를 창조하시다 일부 남은 재료를 가지고 뭔가 만드신 것, 그것을 우리는 U. F. O.라고 부르는 것이다.


그러고 보니 U. F. O. 는 도처에 있었다. 추석 차례 때도 나타난 바 있었다. 이제는 누구나 아래 송편사진에서 U. F. O. 를 구분해 낼 수 있을 것이다.





(1) 주로 에리히 폰 데니킨(Erich Anton Paul von Däniken)을 읽었다. 스위스 호텔 경영자인데 유사 고고학도 겸한 사람이다. 외계 문명 설 또는 초 고대 문명 설을 주장했다. 몽상가 또는 사기꾼으로 불리기도 한다. 신들의 전차 등 여러 권의 책이 한국어로 번역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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