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화(梅花)와 매화 꽃 비(梅雨)

by 누두교주

얼마 전 걸음 한 박물관에서 아주 흥미로운 도자기를 발견했다. 은은한 카키 그레이 베이스에 뭐랄 것 없는 풀꽃을 도안한 작은 그릇 모양인데 현대적이고 세련된 느낌의 품격 있는 디자인이다. 뭉툭하면서도 날렵하고 짙음과 옅음이 자연스럽게 교차하고 있으며 위, 아래 비율이 아주 편한 하게 잘 어울렸다.


30년 전 나는 눈을 살포시 내려 깔고 작은 목소리와 수줍은 미소를 짓던 여자와 결혼을 결심했다. 그런데 지금 아내는 눈은 장승보다 더 커지고 음성은 베란다를 넘어 옆 동에 이르며 미소가 머물던 입가엔 심술이 늘어 간다. 하지만 천성은 변하지 않는지 아직도 보잘것없는 작은 들꽃을 보면 무척이나 좋아한다. 특히 화려하고 풍성한 봄꽃보다는 작게 망울지고 애처롭게 흔들리며 무리 지어 옹송그리는 가을 풀꽃을 좋아한다. 박물관에서 본 도자기는 다가오는 아내의 생일 선물로 찜했다.




실용적인 면에서 생각해 보니 높이가 7.8cm이고 지름이 25cm 남짓하니 자리를 많이 차지하지도 않을뿐더러 안정감 있는 디자인은 여러 용도로 사용이 가능할 것 같다. 밑이 좁고 위가 적당히 넓은 것이 국(또는 수프) 그릇으로 써도 좋을 것 같고 좀 큰 듯 하지만 국빈 만찬용 막걸리 건배 잔으로 쓰기에도 어울릴 것 같다.


가만히 있는 우리나라에 다양한 오염물질을 무한 공급하고 동서남해를 휘저으며 우리 고기 씨를 말리는 나라가 있다면 그 나라 지도자의 만찬에 아주 잘 어울린다는 생각을 했다. 아니면 멀쩡한 남의 땅의 강치의 씨를 말려 놓고도 아직 뭘 잘못했는지 모르는 나라가 있다면 그 지도자에게 선물용으로도 좋아 보였다.




중국의 국화는 공식적으론 없지만 보통 모란 또는 매화가 국화로 알려져 있다. 내 생각에는 매화가 맞다고 본다. 왜냐하면 모란은 과거 당(唐) 나라 때 ‘향기 없는 꽃’(1)이라며 부정적인 의미로 사용한 역사적 근거가 있기 때문에 지금 중국의 국화로 쓰기에는 적당해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매화는 사군자(四君子, 梅(매화), 蘭(난초), 菊(국화), 竹(대나무))중 하나로 긍정적 이미지이다. 지금 하남성 낙양시와 산동성 하택(菏泽)시는 모란을 시의 상징으로 삼고 있고 코로나의 발생지로 추정하는 무한(武汉)시는 매화를 시의 상징으로 삼고 있다.




매화 비(梅雨)는 일본이나 중국 모두 '장마'의 의미로 쓰인다. 매실이 익는 계절인 6~7월에 내리는 비라는 의미와 매실만큼 방울이 큰 비가 내린다는 의미가 있다.


중국에서는 이때 곰팡이가 많이 피므로 곰팡이 비(霉雨)라고도 부른다. 매화 비와 곰팡이 비의 중국어 발음은 같다.

일본에서는 장마를 매화 비(梅雨)라고 쓰고 츠유(つゆ)라고 읽는다. 국수나 우동에 넣는 간장도 같은 발음이다.




우리나의 경우 매화(梅花)는 임금의 똥을 의미하며 매화 비(梅雨)는 임금의 오줌을 의미한다. 따라서 매화틀이라고 하면 임금의 변기를 의미하는 것이 된다. 위 사진은 매화틀이다.(2)


제작 시대도 일제강점기이고 크기도 성인이 사용할 크기는 아니며 무늬도 풀꽃을 사용했고 실제로 쓰기엔 적당해 보이지 않는 디자인인 점으로 보아 임금이 쓴 것 같지는 않다.


아마도 친일파 대갓집에서 일본 고관 초대에 사용하려고 맞추었거나 아니면 나처럼 정신 나간 도공이 마누라 생일 선물로 만든 것 아닌가 하는 상상을 했다.


(1) 당나라 태종이 신라 선덕여왕에게 모란꽃 그림을 선물했는데 벌, 나비가 그려져 있지 않아 향기 없는 모란꽃을 이용해 싱글인 여왕을 조롱했다는 이야기가 있다. 이 이야기는 『삼국사기』〈신라본기〉와 『삼국유사』〈기이 편(紀異篇)〉에 보인다.

하지만 실제로 모란은 향기 나는 종도 있고 향기 없는 종 도 있다. 하지만 향기가 있는데 벌, 나비가 없는 것은 이상하다. 다른 설로는, 나비가 없는 것은 나비를 그려 넣으면 오히려 부귀를 80세까지만 누리라는 의미라서 나비를 그리지 않았다는 것인데, 선덕여왕이 그걸 몰랐다는 설이다. 하지만 그렇다면 벌이 없는 이유는 설명이 안 된다.


(2) 정식 명칭은 '철화 풀꽃 무늬 매화틀(铁畵草花文梅花틀)'이다. 서울 국립중앙박물관 신수 5038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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