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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누두교주 Oct 17. 2022

물탄개와 무우불여기자(無友不如己者)

제1학이편(第一學而篇) - 8

  '물탄개'는 『논어』에 나오는 말이다. 무슨 뜻일까? 물을 탄다고 하니 수상 스키를 타는 개? 아니면 물에 탄(빠진) 개? 아니면 사투리의 하나로 '물 탄 것 (물 섞은 것)'의 뜻?     




  답은 '고치는 것(改)을 꺼리지(憚) 말라(勿)'는 뜻이다. 어떤 경우 고치는 것을 꺼리지 말아야 하는가? 잘못한 경우이다. 즉 '잘못하였다면 곧 고치는 것을 꺼리지 말아야 한다'가 공자의 말이다.



     

  우리는 잘못을 하고도 요리 뺀질 조리 뺀질, 이리저리 말을 바꿔 가며, 그 자리만을 모면하고 잠깐 지나고 난 후에 실실 웃으며 친한 척하거나 갑자기 투쟁의 선봉에 서는 사람들 몇을 잘 알고 있다.

     

  이런 나쁜 놈들에게 일갈하며, 잘못했으면 깨끗이 인정하고 그 잘못을 고치는데 꺼려하지 말라는 공자의 말은 참으로 후련하고 지당하다고 느껴진다. 그래서 과즉물탄개(過則勿憚改)를 좌우명으로 삼는 경우를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그런데 이 말의 앞, 뒤 맥락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내용이 좀 다르다.

     

자기만 못한 자를 벗하지 말 것이며, 잘못하였다면 곧 고치는 것을 꺼리지 말아야 한다.     


  결국 공자가 말한 고쳐야 할 잘못은 '나보다 못한 친구를 사귀었다'는 것이다. 그 친구와 절교하는 것을 꺼리지 말아야 한다는 의미이다. 그리고 당연히 다음부터는 나보다 잘난 놈인지 아닌지를 잘 살펴보고 나보다 잘난 놈 하고만 놀아야 하는 것이 된다.②      


  여기에 대해 조선시대 하나님과도 같던 주자(朱子)는 아래와 같이 덧붙였다.      


벗은 인을 돕는 것이니, 자기만 못하다면 유익함은 없고 손해만 있을 것이다.     


  나보다 잘난 놈 하고만 놀려고 한다면 나는? 결국 나는 내 친구보다 못난 놈이 되는 것이고, 내 친구는 나와 절교하는 것을 꺼리지 말아야 옳은 것이다. 내가 헛소리를 하는 것이 아니다. 우선 그 유명한 소동파도 나와 같은 이야기를 했다.     


  만약 자기보다 나은 사람과 친구로 사귄다면 자기보다 나은 사람 역시 나와 친구로 사귀려고 하지 않을 것이다.     


  나 같지 않고 좀 점잖은 사람의 경우는, 물론 좀 부드럽게 표현했지만 그 의미는 큰 차이가 없다.


너무나 자기 위주의 사고방식이란 오해를 불러일으키기 쉽다.

     

옛날부터 이 문장에 대해 많은 의심이 있었고 그래서 서로 다른 해석이 있었다. 

    

  이렇게 이기적이고 앞뒤 안 맞는 논리를 평생의 신조로 삼고 사는 삶이 왜곡되지 않았다면 오히려 이상하다. 그래서 그런 사람들이 통치하는 나라는 망했다. 그것도 총 한번 쏴보지 못하고 그냥 쫄딱 망했다.

     



  잘못은 하지 않도록 항상 세심히 조심하고, 바르고 착하게 살아야 한다. 하지만 세상 혼자 사는 것이 아니니 의도했던, 의도하지 않았던 잘못한 일이 있으면 깨끗이 인정하고 같은 잘못을 반복하지 않는 것이 옳다.     

 

  나보다 훌륭한 친구를 찾아 덕 보려고 하는 것보다, 잘못하고 쌩까고 거짓말하고 대가리 굴리는 사람을 가까이하지 않는 것이 더 중요하다. 즉 인간 같지 않은 놈들은 가능한, 빨리 눈에 띄지 못하도록 해야 할 것이다. 딱 한 글자만 바꾸면 그렇게 된다.

     

인간 같지 않은 놈하고는 벗하지 말 것이며 잘못하였다면 곧 고치는 것을 꺼리지 말아야 한다.

(無友不如, 過則勿憚改)



① 김학주 역주 『논어 論語』 서울대학교출판문화원. 서울. 2009. pp.8-9

원문은 다음과 같다. 無友不如己者, 過則勿憚改     


② 김용옥은 두 문장을 연결해 보는 것을 ‘협애한 오석(속 좁은 잘못된 해석)’이라고 했는데 나는 도올이 엉뚱한 상상을 했다고 본다. 도올 김용옥『논어한글역주 1』 통나무. 서울. 2019. p.336.     


③ 成百曉 譯註『顯吐完譯 論語集註』傳統文化硏究會. 서울. 1991. p.24.     


④ 리링(李零) 지음, 김갑수 옮김『집 잃은 개, 丧家狗1』(주)글 항아리. 경기, 파주. 2019. p.69     


⑤ 김학주 역주 『논어 論語』 서울대학교출판문화원. 서울. 2009. p.17.    

 

⑥ 杨伯峻。『論語譯註』中华书局. 北京. 2019. p.6. 원문은 아래와 같다.

古今人对这一句发生不少怀疑因而有一些不同的解释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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