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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누두교주 Dec 26. 2022

북극성과 경복궁 - 为政以德

제2 위정 편(第二 爲政篇) - 1

  좋지 않은 감정 (슬프거나 화가 나는 등)을 추스르는 것은 매우 힘들다. 하지만 너무 좋아 up 된 감정을 다스리는 것은 더 힘들다. 그런데 여기에 아주 좋은 방법이 있다. 정치면 뉴스를 보면 된다. 그렇게 하고도 30분 이상 좋은 감정을 유지할 수 있다면 한국 사람이 아니거나, 또는 이미 도통한 도사가 틀림없다.

     

  술자리가 산만해질 때도 정치를 화제로 하면 갑자기 모두가 집중하며 취기가 싹 가신 눈빛들이 된다. 아무리 좋은 사이라고 하더라도 한국 정치 이야기 10분만 하면 싸움 나기 딱 좋다.

      

  한국 정치는 도대체 뭐가 문제인가? 편 가르기? 내로남불? 또는 나대기? 당연히 이 질문에도 답은 없고, 갑자기 기분이 상하는 효과만 존재한다.

     



  그런데 평생을 정치 한번 해보려고 기웃거리던 공자는 정치에 대해 어떤 신념을 가지고 있었을까?     


  덕으로 정치를 하는 것을 비유하자면 마치 북극성이 제자리에 가만히 있는데 뭇별들이 그것을 에워싸고 도는 것과 같다.”     


  쉽게 이야기하면 왕은 딱 중심만 잘 잡으면 된다. 편 가르지 말고, 치우치지 말고, 북극성처럼 한자리에 한결같이 존재하면 된다는 것이다. 7080의 언어로 "왕이 큐대 잡고 시내루 주려고 하지 말고 게임돌이만 잘 보면 된다 “는 뜻이다.      




  이는 노자의 생각과도 다르지 않다. (나는 유교와 도교는 다르다고 생각하지만, 공자와 노자의 생각은 다르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삼십 개 바큇살이 하나의 곡에 모이는데, 그 텅 빈 공간이 있어서 수레의 기능이 있게 된다.     


수레 바큇살(輻)과 바큇살이 모이는 곡(穀)을 설명한 그림. 출처 :https://han.gl/xRLvR (검색일 2022.12.26.)

 

  북극성이 수레바퀴 곡(穀)의 텅 빈 것으로, 표현만 바뀐 것이다. 덕의 정치(爲政以德)는 결국 곡의 텅 빈 공간(當其無)과 같아 뭇별(衆星)이나 삼십 개 바큇살의 지향점이 되는 것이다.     


  후대에 오염되지 않은 공자와 노자의 생각은 왕정 시대의 한계를 극복할 수 있는 탁월한 식견이라고 탄복하지 않을 수 없다. 이런 순수한(pure) 정치사상은 조선 건국의 기반이 되었다.      




  조선의 수도 서울을 디자인했던 삼봉 정도전은 서울의 경관을 여덟 수의 시로 남겼다. 그중에 제3편「북극성 궁궐을 우러르며 별처럼 늘어선 관공서(列署星拱)」를 보면 삼봉이 논어 공부한 것이 틀림없다는 것이 증명된다.     


늘어선 관서(官署)들이 산높이로 우뚝 마주 보며,

마치 뭇별들이 북진성(北辰星)을 껴안은 듯 도열하였고,

새벽달에 비친 관가(官街) 거리 물처럼 맑아,

말고삐 잡아채도 먼지 하나 일지 않누나.     


  왕이 있는 경복궁을 중심으로, 광화문 앞길 양쪽으로 관공서가 늘어선 장면을 표현한 구절이다. 『논어』에 나오는 공자의 말을 도시계획에 구현한 역사적 증거이다.


 광화문 앞길. 출처: https://han.gl/RdxgBW (검색일 2022.12.26.)


  다만 문제는, 항상 자신과 자신의 주변을 깨끗이 관리하며, 오직 백성의 안위를 걱정하며 정국의 무게 중심을 잡아가는 역할을 해야 하는데 하지 못했던(안 했던) 최고 통치자들에게 있었다.      


  그래서 공자는 십 년 넘는 세월, 그렇게 여러 군데 원서를 냈어도 취직하지 못했다. 노자는 도서관에서 책 정리하다가 소 타고 출국했고, 삼봉은 뭔가 해보려던 이방원(훗날 태종)에게 맞아 죽었다.   


  내가 생각하기에, 현대 민주사회에서 우리가 정치를 이야기할 때 만나는 불쾌함은 '그들은 우리와 다르냐?'는데 있다. 그래서 나타나는 "지들이 뭔데 지들은 그래도 돼?" 란 반감이, 서로 확대 재생산되며 악순환되는 것이다. 결국 뱀 두 마리가 서로 꼬리를 물고 뱅글뱅글 돌기만 하는 것이다. 북극성을 중심으로 돌아야 하는데......     




  그런데 그거야 그 잘난 놈들 이야기고, 우리는 어떤가? 집에서 나는 다른 가족에게 어떤 존재일지를 매일 살펴 가며, 반성하고 보완하며 살아가고 있는가? 직장에서 내 위치에 맞는 합리적이고 타당한 언행에 노력하며, 다른 동료의 입장에서 생각하려고 매일 노력하는가?     


  만일 그렇지 않다면 우리가 그놈들하고 뭐가 다른가? 그놈들과 다르지 않다면 쓸데없이 비분강개해 정치인을 욕할 것이 아니라, 심심하면 그냥 자기 뺨을 후려치는 게 보다 합리적일 것 같다. 그래도 up 됐던 기분 가라앉는 효과나 술 깨는 효과는 동일하되, 쓸데없이 다투는 부작용은 피할 수 있다.     


대문 사진 : 공자가 제자들에게 북극성의 위치를 알려 주는 상상도. 출처: https://han.gl/FPVTl (검색일. 22.12.26.)


① 류종목 지음 『논어의 문법적 이해』 ㈜문학과 지성사. 서울. 2020. pp.45-46. 원문은 다음과 같다. 子曰: "爲政以德, 譬如北辰, 居其所而衆星共之."     


② 최진석 지음 『노자의 목소리로 듣는 도덕경』 소나무. 서울. 2001. p.96-97. 도덕경 제11장으로 원문은 다음과 같다. 三十輻共一穀, 當其無, 有車之用.     


③ 김일권, 이에나가 유코 지음 『우리 별자리 설화 사전–조선시대 문집류 편』 한국학중앙연구원 출판부. 경기. 성남. 2019. p.171. 원문은 다음과 같다. 列署岧嶢相向, 有如星拱北辰, 月曜官街如水, 鳴珂不動纖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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