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움(惡)

by 누두교주

싫어하는 느낌은 본능적인 것일 수도 있고 그렇지 않은 것일 수도 있다. 개털이의 경우 진공 청소기나 바리깡 소리, 목욕하기, 발톱 깎기, 이 닦기 등은 본능적으로 싫어하는 것 같았다.


그러나 각각의 것에 반응하는 방식이나 적응하는 태도가 모두 달랐다. 개털이의 행동에 가장

변화폭이 컸던 것은 진공 청소기였다. 어릴 적에는 진공 청소기는 ‘우리 집의 안정을 위협하는 침

입자’로 간주한 것 같았다. 개털이 눈에 진공 청소기는 개들이 가장 싫어하는 긴 막대기 모양

인 데다가 나른한 일요일 오전에 시끄러운 소리를 내면서 개털이가 지키는 영역의 여기저기를

마구 돌아다니고 가끔은 개털의 밥도 잡아먹는 존재이니 어쩌면 싫어하는 것이당연했다. 따

라서 진공청소기가 작동하기만 하면 여지없이 짖고 물려고 달려드는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같은 시간에 사용하는 것이 반복되면서 점점 신경을 쓰지 않게 되었다.

바리깡, 발톱 깎기, 그리고 강아지 치약은 개털이 미용의 3종 세트인데 모두 싫어했다. 그중에서 가장 싫어한 것은 발톱 깎기였다. 목욕하는 시간, 털 깎는 시간은 밀폐된 욕실에 아내와 같이 있으니 반항할 수 있는 여건이 되지 않았고, 치약과 더불어 조금만 참으면 평소보다 많고 다양한 간식이 보장돼는 상황이니 상황에 따라 앙탈도 부리고 때에 따라 내빼기도 하지만 그럭저럭 큰 문제없이 사용 할 수 있었다. 하지만 발톱 깎는 것은 나이가 들수록 점점 싫어했다.


원래 개들은 먹이를 찾거나 감추어두기 위해 땅을 파는 습성이 있어 자연히 발톱이 마모돼 깎을 필요가 없지만 집에서 키울 경우 그런 습성을 사용할 기회는 거의 사라지게 된다. 그래서 발톱이 자라게 되는데 그냥 놔두면 발톱이 점점 자라 구부러지고 발톱 안으로 혈관이 자라나 나중에 발톱을 깎게되면 피나고 약 발라야 하는 큰 공사가 되게 된다. 그래서 정기적으로 동물병원의 ‘선수’에게 부탁해 잘라 주다가 10살이 넘어서 부터는 아내가 전담하게 되었다. 아내와 개털이가 자주 실랑이하는 것을 보면서 개가 동의하고 적응할 수 있는 본성 변화의 한계를 느낄 수 있었다.


문제는 개가 도저히 적응하지 못할 본성들을 어떻게 인간의 삶과 조화시킬 수 있는가?

하는 것이다. 아내는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자주 틈나는 대로 발톱을 깎는 ‘게릴라 전략’을

채택했다. 즉 개털이가 방심하고 있을 때 발톱 한, 두 개를 얼른 깎아놓고 간식 물리고 내빼는

방식이다. 개털이는 발톱을 몇 개 깎긴 후에 간식을 불량스런 표정으로 씹으며 분을 달래곤 했다. 그리고 얼마 후에는 햇볕이 들어오는 곳을 찾아 앞발을 앞으로 모으고 혀로 연신 핥고 그 발로

얼굴을 닦아가며 나름대로의 ‘단장’을 한다. 개털이의 가장 예쁜 모습 중의 하나이기도 하다.

하지만 뭐니 뭐니 해도 개털이가 가장 싫어하는 것은 ‘싸우는 것’이다. 특히 아이들이 싸우는

것은 절대 용서하지 않고 달려든다. 개털이 스스로가 서열이 아이들보다 위라고 생각해 그러

는 것인지 모르지만 한 번의 예외도 없었다. 그런 개털이가 귀여워 아이들은 일부러 싸우는

척 서로 때리는 척한다던지 머리털을 잡는다던지 해서 개털이 화내는 모습을 보고 깔깔 거리

고는 했는데 가끔은 장난이 진짜 싸움으로 비화되고 이를 말리기 위해 아내가 참전하면 개털

이가 세 사람의 싸움에 개입해 집안은 그야말로 ‘개판’이 된다.

개와 살다 보면 전혀 못 알아들을 것 같은 사람의 말을 완벽히 이해하는 것 아닌가? 하고 놀 때가 있다. 처 부모님께서는 충청북도 영동군에서 전원생활을 하고 계시는데 가끔 찾아뵐 때는 당연히 개털을 데리고 간다. 한 번은

( 외)할아버지께서 저녁시간에 “개털인 서울 가지 말고 여기서 살아 “하니 “왈~” 하며 싫은 내색을 했다. 그 모습이 귀여워 몇 번인가 더 장난을

하시곤 하셨다. 어느 날 처가 어른을 뵙고 집에 돌아가려고 인사를 드리자 (외) 할아버지는

개털을 향해 예의 농담을 하셨다. “개털인 서울 가지 말고 여기서 할아버지랑 살자” 그러자

개털은 냉큼 먼저 차에 올라탔고 아내가 나중에 타며 품에 안자 갑자기 (외) 할아버지를 향해

손도 대지 못하게 하면서 마구 짖어 대기 시작했다. 마치 여기서 살라는 말씀이 듣기 싫다는 것처럼 짖어댔다. 한 번도 하지 않던 행동을 보고 신기하기도 하고 기특하기도 하고...


그날 이후 ‘개털이에게도 싫어하는 농담도 있다’는 것도 알았다.


싸우지 마라!

개털이가 가장 싫어하는 것은 ‘싸우는 것’이다. 특히 아이들이 싸우는 것은 절대 용서하지 않고 달려든다. 그런 개털이가 귀여워 아이들은 일부러 싸우는 척 서로 때리는 척한다던지 머리털을 잡는다던지 해서 개털이 화내는 모습을 보고 깔깔 거리고는 했는데 가끔은 장난이 진짜 싸움으로 비화되고 이를 말리기 위해 아내가 참전하면 개털이가 세 사람의 싸움에 개입해 집안은 그야말로 ‘개판’이 된다.


자리에 앉은 아이들을 감시하는 개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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