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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누두교주 Jan 21. 2023

중화 영웅 공자와  관우 이야기 - 明日遂行

제15 위령공편 (第十五 衛靈公篇) - 1.

  공자는 삐치길 잘했다. 또 한 번 삐치면 온다 간다 말도 없이 그냥 토깠다. 기본적인 인수인계는 물론 작별 인사도 없이 그냥 갔다.     


위나라 영공이 공자에게 진법(진법)에 대하여 물으니, 공자께서 대답하셨다. "제사에 관한 일은 일찍이 들어 알고 있으나, 군사에 관한 일은 배우지 못했습니다." 그리고 이튿날 위나라를 떠나셨다.     


  공자는 위나라에 초대받고 간 것이 아니라 본인이 취직하려고 찾아간 것이다. 그런데 위나라 왕이, 공자가 원하는 보직이 아닌 군대에 관한 일을 물으니 쌩까고 토 까는 장면이다. 만세사표(萬世師表 – 영원한 스승님) 또는 사나이의 모습은 아니다.     




  『논어』는 그래도 공자를 비교적 점잖게 묘사하고 있다. 『맹자』는 주인공이 맹자(孟子)이므로, 공자를 보다 사실적으로 묘사하고 있다. 공자는 고기를 안 준다고 삐쳐서 조국을 떠난다.      


  공자께서 노나라의 사구(사구 - 법무부 장관)가 되셨는데, (그 말씀이) 쓰이지 않고, 따라서 제사함에 제사 고기가 오지 않자, 면류관도 벗지 않고 떠났다.     


요 사진이 공자가 기다리던 고기(燔肉)라고 하는데 아무래도 뻥 같다.


  공자가 느닷없이 직장을 그만두고 떠난 이유에 대해, ‘공자가 내심 고기가 너무 먹고 싶었는데 고기를 안 주니까 그만 화가 나 갔다’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맹자의 설명이다) 하지만 점잖은 사람들은 ‘공자가 고기를 못 먹어서 그랬다기보다 제사의 예(禮)가 지켜지지 않은 사실에 개탄했다’라고 이해하려고 한다. 하지만 예를 그리 중시하는 공자가 왜 면류관을 쓴 채로 도망갔는지는 설명하지 못한다.③ 어떻게 이해하던 공자는 토깠고 고기는 오지 않았다는 것은 논란의 여지가 없다.




  그런데 이번엔 더 이해할 수 없는 행동을 한다.     


  공자께서 제(제) 나라를 떠날 적에 (밥을 지으려고) 쌀을 담갔다가 건져가지고 떠나셨고, (노) 나라를 떠날 적에는 말씀하시기를 더디고 더디다, 내 걸음이여! 했다.     


  여기서 확인할 수 있는 것은, 공자는 최소 세 번(衛, 魯, 齊나라) 갑자기 토깠다는 점, 그리고 겉으로는 갑자기 토 까면서도 은근히 누가 와서 잡아주길 바랐다는 점이다. 그 증거가, 노나라에서 면류관도 안 벗고 떠나면서도 막상 길에 올라서는 ’ 더디다, 더디다 ‘ 하면서 흘끔흘끔 뒤를 돌아본 것이다. 하지만 아무도 공자를 잡았던 사람은 없었다.     


  편의점 알바도 이렇게 무책임하게 그만두면 열받는데 평소 폼 잡던 사람이 이렇게 그만두면 나 같아도 잡지 않을 것 같다.      




  그런데 공자가 문신(文臣)의 대표라면 무신(武臣)의 대표라고 할 수 있는 관우(關羽)는 어땠을까? 당연히 더 스펙터클하게 사고 치며 토깠다.     


  우리는 관우를 의리의 화신으로 알고 있다. 그리고 그 의리의 절정이 ‘오관육참(五關六斬)’이라고 착각한다. 오관육참은 문자 그대로 여섯 장수를 참살하며, 다섯 관문을 돌파했다는 것이다. 그야말로 손흥민 드리블 돌파의 『삼국지』 버전이다.     


  사건의 전말은 이렇다. 관우는 조조와 싸우다 항복했다. 항복 조건이, 형님 유비의 두 부인(two wives, 과거엔 가능했던 아름다운 전통이다)의 안전 보장과 어디로 도망갔는지 모르는 형님 유비의 소재가 파악되면 언제든 가도 좋다는 것이었다. 쌈 잘하는 관우를 살살 꼬셔 자기 부하로 챙기려는 조조의 잔 대가리였다. 우리 산업의 주요 인력을 살살 꼬셔가는 중국 산업계의 전통은 이미 이천 년이 넘었다는 문헌적 증거이다.     


  그러나 의리의 화신 관우는 조조가 제공하는 돈, 여자, 관직 등 모든 유혹을 물리치고, 형님 유비의 소재지를 알자마자 두 형수를 에스코트해 형님을 찾아 나선다. 이때 미리 연락받지 못했던, 관문을 지키던 장수들은 당연히 관우를 막아섰고, 관우는 그때까지 아군이었던 조조의 장수들을 여섯 명이나 살해하고 가던 길을 간다.      

  

  사나이라면 가슴이 뭉클하고 눈물이 핑 도는 장면 아닌가? 중국인들이 위대한 중화민족 사나이의 의리를 이야기할 때, 눈물을 글썽거리며 타액 비말을 흩뿌리며 비분강개하는 가장 감동적인 부분이기도 하다.     


중국 어린이들 교육자료로 적극 활용되는 의리의 관우(출처;https://me2.kr/LFCXT , 검색일, 2023.01.20.)


  그런데 관우가 정말 형님 유비와 의리를 지키기 위해 조조의 극진한 호의를 마다한 것일까? 그리고 가려면 곱게나 갈 일이지, 오관육참이라는 무지막지한 폭력적 방법을 선택한 이유는 설명하기 어렵다.      




  이런 상황을 딱 보면 뭔가 story behind가 있다는 통찰을 할 수 있어야 중국을 다소 이해한다고 할 수 있다.


  사건의 진실은 이렇다. 하비(下邳)라는 성을 공격할 때, 관우는 이길 경우, 인센티브로 과부인 두 씨(杜氏) 요구했고, 조조는 콜(call)했다. 그런데 막상 이기고 난 후 조조가 두 씨를 보니 이뻤다. 이뻐도 너무 이뻤다. 그래서 그냥 자기가 쓱싹 하고 말았다. 당연히 관우는 빡 칠 수밖에 없었다.⑤     


  이제 왜 관우가 빡쳐서 토깠고, 가면서 왜 그렇게 사고 쳤는지 충분히 이해되지 않는가? 이것이야말로 '위대한 중화민족의 문·무(文·武)를 대표하는 영웅의 모습 아닌가?      




  이상의 문헌 연구에서 우리는 몇 가지 사실을 추론할 수 있다. 첫째, 화가 났다는 표현을 할 때, 문관은 삐쳤다가, 무관은 빡쳤다가 어울린다는 점이다. 둘째, 한국과 중국의 사직(辭職) 문화는 다르다는 점이다. 셋째, 중국의 어용 관변 문학 서적인 『삼국지』는 무협지의 한 종류로 이해해야지, 여기서 무슨 인생의 교훈을 얻으려고 했다간 관우가 빡친 진정한 이유와 같은, 역사적 진실을 아는 순간, 바로 바보 될 수 있다는 점이다.



대문 그림 : 빡친 관우와 과부 두 씨 그리고 조조 (출처; https://me2.kr/ZkWmt, 검색일, 2023.01.20.)


① 김학주 역주 『논어 論語』 서울대학교출판문화원. 서울. 2009. pp. 264-265. 원문은 다음과 같다. 衛靈公問陳於孔子, 孔子對曰 : 俎豆之事, 則嘗聞之矣, 軍旅之事, 未之學也. 明日遂行.     


② 成百曉 譯註『顯吐完譯 孟子集註』傳統文化硏究會. 서울. 1991. p.357. 원문은 다음과 같다. 孔子爲魯司寇, 不用, 從而祭, 燔肉 不至, 不悅(脫)冕而行.     


③ 김영민 지음 『우리가 간신히 희망할 수 있는 것』 ㈜사회평론. 서울. 2019. pp. 54-58     


④ 成百曉 譯註『顯吐完譯 孟子集註』傳統文化硏究會. 서울. 1991. p.288. 원문은 다음과 같다. 孔子之去齊 接淅而行, 去魯 曰遲遲 吾行也.     


⑤ 김경일 지음 『중국인은 화가 날수록 웃는다』 바다출판사. 서울. 2002. pp. 95-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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