탱이가 온 후에 집안의 사소한 다툼이 자취를 감추었다. 아이들이 서로 탱이를 보살피려고 배려하는 모습을 보면서 “개 잘 샀다”라고 생각했다. 아내도 아이들 건사에 바쁘면서도 배변 훈련, 사료, 물 주기, 예방주사 챙기기 등 꼼꼼히 잘 건사해 모든 게 잘 되는 것처럼 보였다.
그런데 한 달쯤 지나면서 뭔가 잘못되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우선 탱이가 잠을 적게 잔다는 점이다. 잠을 자는 시간도 짧지만 조금만 바스락거려도 바로 잠을 깨곤 했다. 우리 집에 갓 왔을 때는 환경이 바뀌어 그러려니 했지만 좋아지는 기색은 없었다.
또 한 가지 이상했던 것은 쓰다듬어 주는 것을 싫어한다는 점이었다. 안아 준다거나 턱 밑을 간지럽혀 주는 것은 딱히 싫어하지 않는 것 같은데 쓰다듬어 주기만 하면 예외 없이 앙탈을 부리는 것이었다.
이 문제와 관련해 아이들은 “탱이는 비록 어리지만, 우리 가족을 지키려는 사명감이 투철해 잠이 없고, 자존심이 강해서 누가 머리에 손대 것을 (그것이 주인이라 하더라도) 싫어한다.”라고 결론을 내리고 탱이의 독특한 습성의 하나로 받아들이기로 결정했다.
그러나 그렇게 생각하고 싶은 대로 생각하는 것이 결코 생각한 대로 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확인하는 데는 그렇게 긴 시간이 필요하지 않았다.
탱이가 오고 두어 달이 지나 2월 말이 되니 털이 빠지기 시작했다. 아내는 “어차피 오래 키울 강아지이니 어릴 때부터 서로 습관을 들이겠다”라고 직접 털을 깎기로 하고 소위 '바리깡'과 강아지 전용 발톱 깎기를 구매했다.
욕실에 들어가 털을 밀기 시작해 얼마 안돼 아내와 탱이는 거의 동시에 비명을 질렀다. 아내는 탱이의 뒷 목 부분에서 구멍(이빨 자국 같은)을 두 개 발견해 비명을 지른 것이고 탱이는 아직 아물지 않은 부분을 ‘바리깡’으로 건드려 비명을 지른 것이었다.
탱이가 한사코 머리 쓰다듬어 주는 것을 싫어한 이유는 여기에 있었다. 며칠 후 아내는 보다 힘든 경험을 하게 된다. 계절도 바뀌고 해서 구충제도 먹였는데 탱이가 얼마 안 가 심하게 토했다고 한다. 그런데 탱이가 토해놓은 것은...... 한 덩어리 기생충이었다.... 그것도 아직 살아서 꿈틀대는...... 탱이는 몇 번을 더 게우고, 아내는 그걸 다 치울 수밖에 없었다......
나는 다행히 그날 느지막이 집에 들어가 한 숨 돌린 아내로부터 다소 비위 상하는 무용담을 들으면서 모처럼 쌔근쌔근 편하게 자는 ”알 탱이“를 볼 수 있었다. 한 줌이나 될까 하는 작고 귀여운 몸에 누군가는 뒷목을 깊숙이 물어 놓고, 뱃속에 기생충이 그득할 환경에서 살기 위해 악착같이 먹으려고 분투했던.... 그런 엄청난 비밀을 탱이가 가지고 있었던 것이었다.
아내는 ”어떻게 (이렇게 작고 예쁜) 강아지를 그렇게 험하게 마구 다루고 마구 팔 수 있느냐 “며 강아지 가게를 성토했지만, 자는 탱이 방해되지 않게 그만 조용히 자자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