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롱이다롱이와 性相近, 習相遠

제17 양화 편 (第十七 陽貨篇) - 2

by 누두교주

같이 사는 개가 새끼를 네 마리 낳았다. 그런데 같은 아빠를 두고 같이 태어나 한 엄마 젖을 먹은 녀석들이 전부 달랐다. 개새끼라는 공통점 말고는 크기, 생김새, 하는 짓 등 무엇 하나, 같은 것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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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핏 보면 모두 개새끼이고 그러니까 개소리를 내고 개 밥을 먹는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자세히 보면 생김새는 물론, 욕심 많은 녀석, 착한 녀석, 앙칼진 녀석 등등 성격이 모두 다르고 심지어 식성도 다르다. ‘아롱이다롱이’라는 표현은 그래서 정겹기도 하지만, 개와 마음으로 함께 산 사람의 정확한 통찰이다.

그런데 이렇게 명징하게 확인되는 다양성을, 공자는 인정하지 않았다. 공자는 틀림없이 집에서 개와 함께 살지 않은 사람이다.


공자께서 말씀하셨다. 본성은 서로 가까운 것이지만, 습성이 서로를 멀어지게 한다.①


얼핏 들으면 쉬운 말 같은데 찬찬히 들여다보면 뭔가 의도가 있는 것 같기도 하다.

선천적으로 타고난 본성은 비슷하지만 후천적으로 배양되는 습관은 각자의 노력 여하에 따라 크게 차이가 날 수 있다. 그러므로 부지런히 배우고 수양하여 좋은 습관을 길러야 한다.②


요렇게 풀어놓으니 의도가 분명해진다. 그런데 같은 날 태어난 강아지도 그 본성이 다 다른데 사람은 비슷할까? 아주 어릴 적부터 음악을 좋아하는 아이, 운동을 좋아하는 아이, 수학 문제 풀기 좋아하는 아이(난 아직 내 주위에서 본 적은 없다) 시(詩) 쓰기를 좋아하는 아이, 컴퓨터 게임을 좋아하는 아이 등등 배우고 수양하기 이전, 타고난 천성들이 다르다는 사실은 잘못된 관찰인가?



닭은 인공적으로 같은 날 부화시켜, 같은 먹이를 주고, 같은 날 잡아야 비슷한 크기의 삼계탕이나 치킨이 될 수 있다. 그렇지 않았다간, 어떤 것은 크고 어떤 것은 작으며 어떤 것은 질기고 어떤 것은 연하다. 돼지도 그렇고 소도 그렇다. 같은 맥락에서 가만히 생각해 보면, 사람도 모두 비슷하다면, (또는 비슷하게 할 수 있다면) 그런 사람 집단을 부리는 사람은 아주 좋은 점이 많을 것 같다.


아마도 그렇게 나온 것이 이데올로기화, 화석화된 ‘조선 성리학’이고, 종교화된 ‘북한의 주체사상’이며, 새로운 세계질서의 근본이념이라고 착각하는 ‘중국 특색의 사회주의’ 같은 이상한 생각들 아닌가 싶다. 물론 우리나라 대한민국도 비슷한 경험을 가지고 있다.


예를 들면 1980년대 이전 태어난 대한민국 국민은, 태어나기 이전, 이미 태어날 이유가 결정되어 있었다. 당시 우리 모두는 “민족중흥의 역사적 사명을 띠고 이 땅에 태어났다.”라고 믿고 있었다.


그런데 나는 아무리 생각해 봐도 내가 민족중흥의 역사적 사명을 생각하면서 태어난 기억은 없다. 내 주변의 누구에게 물어봐도 그런 옹골찬 결심을 하고 어머니의 산도를 통과한 사람은 만나 보지 못했다. 그렇다면 과거 「국민교육헌장」은 치명적인 오류를 내포하고 있는 것이다.




공자는 인권에 대한 개념이 없는 사람이며, 민주주의에 대한 이해가 전혀 없는 사람이다. 그는 스마트 폰을 사용해 본 적도 없고 전화 통화를 해 본 적도 없는, 제한된 소통을 하던 사람이다. 그런 사람의 정치적 사고가 무 비판적으로 수용되는 것은, 돌도끼 들고 사냥 가자는 이야기와 다르지 않다.


자기 자신만을 위해 뇌물을 받은 사람은 없었다. 모두 천하를 위한 일이었다. (뇌물을 주는 사람도 마찬가지다) 윤리적 사회는 윤리적 규정이 만드는 것이 아니다. 덕이 있는 개별적 존재들이 많아질 때 윤리적인 사회는 아주 자연스럽게 이루어진다.③


나는 위대한 대한민국 국민이 아니라, 나와 내 가족을 위해 거짓말하지 않고 열심히 살아왔을 뿐이다. 그런 사람들이 모여 사는 나라가 대한민국이라고 믿는다. 따라서 나와 생각이 다른 사람이 있다는 것은 우리가 그만큼 건강한 사회에 살고 있다는 증거이다. 기쁘게 존중할 일이다.


그렇지 않고 나와 생각이 다른 사람들에 대해 적대적이고 부정적인 행동을 하는 사람들은, 태어날 때부터 뭔가 목적의식을 가지고 태어난 사람 임에 틀림없다. 그럴 수도 있겠지만 자연스럽지 않다. 날 때부터 그렇게 생각 많은 아이를 낳거나 키우고 싶은 사람은 그렇게 많을 것 같지는 않다.



대문 그림 : 이 구절은 중국 공산당이 아주 좋아하는 구절이다. 그래서 초등학교에서 가르친다. 그런데 그림에서 아이들은 서로 다른 행동 양식을 보여주고 있다. (출처; https://me2.kr/doOvP, 검색일. 2023.02.09.)


① 김학주 역주 『논어 論語』 서울대학교출판문화원. 서울. 2009. pp. 300-301. 원문은 다음과 같다. 子曰, 性相近也, 習相遠也.


② 류종목 지음 『논어의 문법적 이해』 ㈜문학과지성사. 서울. 2020. pp. 551-552

③ 최진석 지음 『인간이 그리는 무늬』 소나무. 서울. 2013. (괄호안은 내가 추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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