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악한 게으름 - 唯上知與下愚 不移

제17 양화 편 (第十七 陽貨篇) - 3

by 누두교주

“사람은 고쳐 쓰는 게 아니다”라는 말이 있다. 일반적으로 사람과의 관계에서 실망한 누군가가 이런 말을 선창 하면 여러 명이 격하게 동의한다. 이어서 매우 다채로운 각자의 경험을 배경으로 뒷담화가 이어지게 된다.




그런데 이 말은 『논어』 구절을 잘못된 방향으로 확대해석한 결과이다. 그리고 그 찌꺼기가 아직도 우리 주변에 남아 있는 것이다. 물론 원인은 공자가 제공했다.


공자는 사람의 본성은 “가깝다”라고 했다(性相近也 - ‘같다’라고 하지 않았다) 하지만 후천적인 영향(학습)에 의해 멀어진다(習相遠也)고 했다. 그래 놓고 바로 다음 구절에서 구체적 의미를 설명했다.


오직 지극히 지혜로운 자(上知)와 어리석은 자(下愚)는 변화시킬 수 없다.①


지극히 지혜로운 자(上知)는 나면서부터 아는 자(生而知之)로, 가장 똑똑한 사람들이며 성인군자(聖人君子)들이다. 아래 어리석은 자(下愚)는 곤란을 겪고도 배우지 않아 가장 어리석은 사람들이다. 이 둘 사이에 끼어있는 것이 이른바 중인들로 대다수의 보통 사람이다.②




이 말에서 우리는 두 가지 중요한 사실을 발견할 수 있다. 첫째, 지혜로운 자(上知)는 날 때부터 죽을 때까지 변하지 않고 훌륭한 분이라는 점이다.

이들은 중인들을 교육 훈련 시켜 어리석은 자(下愚)가 되지 않도록 해야 할 의무가 있다. 따라서 중인들은 지혜로운 자의 말을 잘 들어야 한다. 그렇게 시키는 대로 열심히 하면 지혜로운 자와 비슷해(近) 질 수도 있다.


둘째, 아래 어리석은 자(下愚)는 도무지 방법이 없다는 것이다. 주자(朱子)의 스승 정자(程子)의 설명이다.


사람의 본성은 모두 선(善)하지만, 어리석은 자(下愚)는 자포자기(自暴自棄)해 자기 스스로 선을 거절한 것(以其自絶於善)이다. ③




공자님의 말씀대로 우리 같은 보통 사람들은 열심히, 지극히 지혜로운 분(上知)을 따라 배우는데, 인생을 바쳐야 할까? 동시에 사회 밑바닥에서 우리와 동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에 대해서는, 최소한의 생존 기제만 제공하고 ‘본디 어쩔 수 없는 존재’로 구분하고 배제하는 것이 옳을까?


그동안 지극히 지혜로운 분(上知)들은 많은 일을 하셨다. 나라도 말아먹고, 전쟁이 나면 제일 먼저 도망갔고, 적군과 내통하고, 나라를 대표해 외국에 머리를 조아리고 심지어 형을 욕하고 부인이 있음에도 남의 여자를 탐했다. 지혜로운 분(上知)들의 자제분은 대리로 퇴직해도 퇴직금을 50억 원 정도 받으며, 위조한 경력으로 좋은 학교에 진학해 멀쩡한 사람의 인생을 망치기도 한다. 그런데 중인들은 여기서 뭘 힘써 배울 일이 있을까?




일본은 이 구절에 대해 매우 격렬하게 찬성했다. 그들은 일본이 아시아의 지극히 지혜로운 자(上知)로서 하늘이 부여한 임무를 수행하고자 했다. 그들은 독립국 조선에 아래와 같이 권고했고 조선의 지극히 지혜로운 자(上知)들은 흔쾌히 동의했다.


조선은 “열강의 침략 위험에 노출되는 것보다 대일본제국의 보호 아래 있는 게 낫다.




미국에도 어리석은 자(下愚)는 있었다. 매리 엘렌 윌슨이 대표적인 경우다. 그녀는 태어나자마자 아버지를 잃었다. (남북 전쟁에서 전사) 결국 그녀는 고아원을 거쳐, 친부모를 주장하는, 중인 정도 되는 집에 확인 과정 없이 입양된다. 우리는 이런 입양을 ‘입주 식모’라고 불렀던 시절이 있었다.


그녀는 당연히 교육받을 기회가 없었고 (해봐야 변하지 않는 어리석은 자(下愚)라서?) 가사 노동에 시달렸으며 틈틈이 채찍 등으로 얻어맞았다. 찢어질 듯 구원을 청하는 아이의 울음소리에 이웃 등이 나서 그녀를 구하려 했다. 하지만 당시 미국엔 ‘식모 보호법’ 또는 ‘어리석은 자(下愚) 관련법’이 없었다. 따라서 그녀는 법의 보호 밖에 있었다. 결국 그녀를 지옥에서 구해낸 것은 [동물보호법]이었다.④


당시 [동물보호법]을 소환할 수밖에 없었던 논리적 근거는 아래와 같았다.


“거리를 헤매는 것보다는 학대하는 부모 곁에 있는 게 낫다.”⑤




어떤 유형이든, 어떤 이유로든 사회 주류에서 소외된 계층에 대해, “ ‘본디 어쩔 수 없는 존재’로 치부해 버리는 건 사악할 만큼 게으른 일이다”⑥


같은 맥락에서, 날 때부터 아는, 지극히 지혜로운 자(上知)를 긍정해, 옳고 그름을 따지지 않고 ‘그분이기 때문에’ 맹목적으로 추종하는 것은, ‘본디 어쩔 수 없는 존재’가 되기 위해 맹렬히 노력하는 것이다.



대문 그림 : 메리 엘렌을 구하는데 기여한 동물보호학대방지협회(ACPCA) 홈페이지 (출처;https://www.aspca.org/about-us/aspca-action , 검색일. 2023. 2.13.)


① 成百曉 譯註『顯吐完譯 論語集註』傳統文化硏究會. 서울. 1991. p.342. 원문은 다음과 같다. 子曰 唯上知與下愚 不移


② 리링(李零) 지음, 김갑수 옮김『집 잃은 개, 丧家狗 2』 (주)글 항아리. 경기, 파주. 2019. p. 976


③ 成百曉 譯註『顯吐完譯 論語集註』傳統文化硏究會. 서울. 1991. p.342. 요약은 내가 했다.

④ 김형민 지음 『세상을 뒤흔든 50가지 범죄사건』 믹스커피. 서울. 2022. pp. 52-58

⑤ ibid. p. 58.

⑥ ibid. p. 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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