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즈음 떠도는 말 중에 ‘토착 비리’라는 표현이 있다. 그런데 이 말은 분명히 한국말인데 우리 국어사전에는 아직 올라 있지 않다. 그렇다면 최근에 나타난 새로운 사회 현상인가? 아니면 잘못된 어휘를 선택한 것일까?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동네에서 잘난척하면서 힘깨나 쓰면서 이리저리 삥 뜯어 자신의 배를 채우는 종자는 유사 이래 없었던 적이 없었다. 다만 그분들을 부르는 지칭어만 변해 왔을 뿐이다.
공자가 살던 시대에도 당연히 있었다. 그리고 공자는 당연히 이런 친구들을 미워했다.
한 고을에서 겉으로만 올바른 듯이 행세하는 자는, 덕을 해치는 자다.①
그런데 이상한 점이 하나 있다. ‘올바른 듯 행세한다’는 표현은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렇게 생각한다는 의미이다. 그런데 공자는 왜 이런 사람이 ‘덕을 해치는 자’로 규정하고 싫어했을까?
일반 사람(우리 같은 서민-小人)이 볼 때 토착 비리를 저지르는 친구들(향원- 鄕原)은 매우 좋은 사람 (好好先生②) 일 수 있다. 당연히 칭찬하는 사람도 많고 그래서 추종하는 사람도 많다. 그런데도 공자는 왜 나쁜 놈이라고 했을까? 이 점이 이해가 되지 않던, 만자(萬子)라는 사람이 맹자에 그 이유를 물은데 대한 맹자의 대답에 답이 있다.
비난하려 들면 들어서 말할 것이 없고, 풍자하려고 들면 풍자할 것이 없으며, 흘러가는 시속에 동화되고 더러운 세상에 부합하며, 위인은 충직한 듯하고, 행동은 청렴결백한 듯하여 여러 사람들이 다 그를 좋아하고 자신도 옳다고 여기지만 요순의 도에는 들어갈 수 없기 때문에 ‘덕을 해치는 사람’이라고 한 것이다.③
쉽게 정리하자면 향원은 일반 백성들에게 인기가 있는 매력적인 친구이다. 다만 진짜로 충직하거나 청렴결백한 것이 아니라, 마치 그렇게 보일 뿐이라는 것이다.
토착 비리던, 향원이던 일반인이 볼 때는 나쁘지 않다는 것이다. 오히려 충직하고 청렴하고 유능하다고 생각한다는 점이다. (일반인들은 판단할 능력이 없다는 시각도 암암리에 숨어있다고 본다) 가장 위험을 느끼는 계층은 요순(堯舜)의 도를 실천해야 하는 통치자들이라는 점이다.
그렇다면 우리와는 관계없는 일 아닌가? 우리는 우리에게 잘해준다면, 향원이던 토착 비리이던 요순의 도를 실천하는 사람이건 중요한 것이 아니다라는 결론에 도달한다.
하지만 위 서술에 있어 관점을 전환을 요구하는 중요한 포인트가 있다. 과거 공자님이나 맹자님은, 소인들이 올려다보던 향원을 내려다보면서, 통치 엘리트에 복무하는 시각에서 바라보고 있었다. 따라서 향원의 척결을 통치 엘리트를 위한 방향에서 생각한 것이다.
따라서 시대가 바뀐 지금은 우리 관점에서 향원을 제대로 바라볼 필요가 있다. 얼핏 능력 있고 청렴하며 충직해 보이는 데다가, 가끔 공짜로 뭘 줘야 한다고 강력히 주장하는 지방 관리들의 본모습을 말이다. 과거 그들은 지역이기주의, 집단이기주의, 진영논리 등의 매우 능력 있는 생산자였다. 지금은 한층 다양해진 모습으로 우리에게 추파를 던지고 있다.
대부분의 경우 이익을 보는 사람이 범인이다.
현대적인 시각에서 토착비리 또는 향원의 의미를 잘 설명한 구절이 있어 이글의 결어로 대신한다. 이런 사람이 지도자가 되는 순간, 그 그룹의 멤버들은 '깝깝한' 상황에 처하지 않을 수 없다.
향원은 “시골 작은 동네에서 인정받는 것으로 우쭐대며 행세하는 자란 뜻이다. 자기가 처해있는 좁은 범위의 영역이 세계의 전부인 줄 알고, 거기서 만들어지는 논리와 가치관으로 자기 삶이나 타인의 삶이나, 또는 세계의 모든 일을 해석한다. - 중략 - 이런 사람에게는 순간적이고 속세 적인 명성이 중요하지, 인격적 깊이 따위는 안중에도 없다.④
대문 그림 : 패거리 짓기, 향락추구 등 무엇이든 결재하고 허가해 주는 토착비리를 풍자하는 그림. (출처;https://me2.kr/YHGRj , 검색일, 2023. 2.4.)
① 김학주 역주 『논어 論語』 서울대학교출판문화원. 서울. 2009. pp. 306-307. 원문은 다음과 같다. 鄕原, 德之賊也
② 杨伯峻。『論語譯註』中华书局. 北京. 2019. p. 184.
③ 류종목 지음 『논어의 문법적 이해』 ㈜문학과지성사. 서울. 2020. pp. 567-568. 원문은 다음과 같다. 非之無擧也, 刺之無刺也, 同乎流俗, 合乎汚世, 居之似忠信, 行之似廉潔, 衆皆悅之, 自以爲始, 而不可與入堯舜之道, 故曰: “德之賊”也.