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곡, 날조 그리고 짝퉁 - 吾道一以貫之

제4리인 편 (第4里仁 篇) - 15

by 누두교주

깊어가는 봄 날씨가 너무 좋다. 부처님 오신 날도 다가온 듯해 근처 절을 찾아 어슬렁거리다 문득 궁금증이 일었다.


부처님이 지금 다시 태어난다면 불교 신자가 됐을까?


부처님은 ‘빈자의 등’을 말씀하셨는데, 지금 불교는 돈을 많이 내면 큰 등을 잘 보이는데 달아주고, 조금 내면, 작은 등을 구석에 달아준다. 예수님은 성전을 정화하느라 분노하셨지만 지금 교회의 연보 돈 내는 봉투에는 금액 확인이 쉽게 투명한 구멍을 뚫어 놓았다.


교회 헌금 봉투이다. 투명한 구멍을 뚫어 놓아 얼마인지 볼 수 있게 했다. 왤까? (출처, https://zrr.kr/UIpz.검색일, 2023.5.17.)


그래서 부처님과 불교, 예수님과 기독교는 어쩌면 다를 수 있다는 생각은 매우 타당할 수 있다. 엉뚱한 생각 같지만, 근거 없는 망상은 분명히 아니다.




챨스 마르크스(칼 마르크스의 영어식 발음이다. 미카엘이 마이클이고 베드로가 피터이며 요한이 존인 것과 다르지 않다) 는 이 물음에 영감을 주는 말을 남겼다. 단짝이었던 엥겔스에게 여러 번 농담처럼 한 말이다.


“그런 것(마르크스 주의임을 자칭하는 온갖 잡다한 사상)이 마르크스 주의라면 나는 마르크스 주의자가 아니라네.”①


마르크스 간판을 걸어야 장사가 되기 때문에 수많은 단체에서 ‘마르크스 주의’를 자처하는 현상은 자연스럽다. 다만 마르크스를 양 머리 삼아 걸어놓고 개고기 같은 자신들의 이익을 위한 장사를 하는 것에 대한 적절한 묘사리라.

마르크스가 공산당 선언을 들고 한국의 절에서 연등을 파는 모습. AI가 그렸다.




그럼 공자는 지금의 유교를 보고 행복해할까? 공자의 가르침과 지금 유교의 가르침은 같을까?


당연히 다르다. 매우 다르다. 그것도 공자 생존 당시부터 왜곡이 시작되었다. 그 왜곡의 시작은 그의 제자들로부터 비롯되었다. 놀랍게도 그 근거를 『논어』에서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삼아! 나의 도는 하나로 관통되어 있다.”


증자는 “그렇습니다” 하고 대답하였다.


공자께서 나가시자 다른 제자가 물었다.

“무슨 뜻이지요” 증자가 말하였다.

“선생님의 도는 충(忠)과 서(恕) 일 따름이다.②


얼핏 보면 큰 스승인 공자가 폼 나게 알듯 말 듯한 말을 툭 던지고 나가자, 정통 수제자인 증자가 제자들에게 해석해 주는 장면 같다. 하지만 이 장면은 역사적 사실이 아닌 뻥이다. 삼(參 - 증자)의 아빠 증석(曾晳)은 공자의 제자였다. 따라서 삼은 공자 생전에 증자로 불리며 제자를 거느릴 나이가 아니었다. 이 구절에 역사적 사실은 김용옥이 정확히 표현했다.


이장의 언사는 공자 사상의 오리지널 한 진면목과는 아무런 관련이 없다. 이것은 후대에 증자학파계열에서 증자학파의 사상을 정당화하기 위하여 기존의 대화의 파편을 합성하여 날조한 순수한 픽션에 불과하다.②

김용옥은 이장이 왜 날조 됐는지는 정확히 설명했다. 여기에 더해 순수한 픽션을 역사적 사실로 인식한 다산(茶山) 선생의 오류도 지적했다. 하지만 뭐가 왜곡됐는지, 날조의 내용은 구체적으로 설명하지 못했다.

우선 공자는 분명히 하나라고 이야기했는데(나의 도는 하나로 관통되어 있다) 증자는 을 이야기했다고 왜곡했다. (충(忠)과 서(恕))


이 점을 지적한 것은 소인 논어가 최초다!


오도일이관지를 형상화 한 그림. 그런데 증자는 두 개를 이야기했다. (출처, baidu.com, 검색일, 2023.5.16)


사실이 이렇다 보니 증자 이후에 사람들은 갖가지 변명을 붙이기 시작한다. 대표적인 것이 충과 서는 체(體)와 용(用)으로, 두 개 같지만 사실은 하나라고 하는 주자(朱子)의 주장이다. 이렇게 되면 체는 뭐고 용은 무엇인지 설명해야 된다. 점점 공자로부터 멀어지게 되는 것이 아주 잘 느껴진다.


증자의 말이 공자의 말과 관련이 없다면, 공자가 말한 하나는 무엇일까? 나는 이런 각도에서 공자의 원뜻을 추적한 것을 딱 한 군데서 발견했다.


공자의 도는 선왕의 도다. 선왕의 도는 선왕이 백성을 편안하게 하기 위해 세운 것이다.④




마르크스를 팔아먹고, 부처를 팔아먹고, 예수를 팔아먹고, 공자를 팔아먹고...................... 이쯤 되면 골목 가득 모두 원조 간판을 내걸고 장사하는 것과 기본적으로 다른 점이 없다.



대문 그림 : 분명 둘 중 한집은 짝퉁원조다. (출처, https://zrr.kr/95fh. 검색일, 2023. 05.17.)


① 데이비드 보일 지음. 유강은 옮김 『세계를 뒤흔든 공산당 선언』 도서출판 그린비. 서울. 2005. p.117.


② 김학주 역주 『논어 論語』 서울대학교출판문화원. 서울. 2009. pp. 58-59. 원문은 다음과 같다. 子曰: 參乎! 吾道一以貫之. 曾子曰: 唯 子出, 門人問曰: 何謂也? 曾子曰: 夫子之道, 忠恕而已矣


③ 도올 김용옥 지음『논어한글역주 2』 통나무. 서울. 2019. p.176.


④ 오규 소라이(荻生徂徠). 이기동, 임옥균, 임태홍, 함현찬 옮김 『논어징(論語徵)1』 소명출판. 서울. 2010. p.310. 원문은 다음과 같다. 蓋孔子之道, 卽先王之道也. 先王之道, 先王爲安民立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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