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자 시대 처녀와 지금 처녀 - 讷言民行'

제4리인 편 (第4里仁 篇) - 24

by 누두교주

『논어』 그러면 일단 하품하는 사람을 나는 알고 있다. 또 어떤 사람은 『논어』를 농어로 알아듣고 광어가 더 좋다는 사람도 봤다. 『논어』가 이렇게 고리타분하고 비현실적인 책이 된 이유는 재개발, 재건축은 물론 리 모델링까지 거부하는 『논어』 관련 사업 종사자의 문제가 아닌가 생각한다.


우선 논어를 해석할 때 자왈(子曰) 또는 공자왈(孔子曰)만 해석을 생략해도 훨씬 산뜻하다. 어차피 공자 말을 쓴 책이고, 다른 사람의 경우 이름이 있으니 구태여 공자 어쩌고 하며 시작할 필요가 없다. 공자님으로부터 해석을 시작하면 같은 말도 갑갑해진다.


공자께서 말씀하셨다. “군자는 말에는 더듬거리지만 행동에는 민첩하려 든다.” ①


자왈 또는 공자왈을 빼고 해석하면 훨씬 간단하고 산뜻하고 모던한 느낌이다.


군자는 말에는 더듬거리지만 행동에는 민첩하려 든다.


그 유명한 ‘눌언민행(訥言敏行)’의 오리지널 한 출전을 직접 확인하는 감동적인 순간이다.

약간 퀴퀴하긴 하지만 틀린 말은 아닌지라 적당히 갈무리하려고 하다가도 속이 뒤집어지는 것은 가르치려고 드는 해석이다. “에~” 로 시작해 “모름지기~”, “사람이라면~” 어쩌고 하는 효과음도 싫고, 본문보다 더 어려운 한자로 설명하는 것도 이해가 안 된다.② 차라리 게임이나 한 판 하면 재미나 있지!



요즈음 읽고 있는 손자병법에서 아주 딱 떨어지는 해석을 찾았다. 『논어』는 이렇게 해석하고 이해해야 한다.


말은 (수줍은) 처녀처럼 하고 행동은 도망가는 토끼처럼 하라.③


손자의 구지(九地) 편에 나오는 말로 공격하는 방법을 설명한 것이다. 공격하기 이전엔 적에게 은밀히 접근하고, 공격하는 순간엔 매우 빠르게 하라는 것이다. 무서운 전쟁을 설명하면서 비유는 참 깜찍하게 했다.

말을 하는 이유도 내 뜻을 상대에게 전하는 것이니 전쟁의 공격과 크게 다르지 않다. 따라서 공격이 성공하기 위한 방법이나 말과 행동을 효과적으로 하는 방법은 서로 통할 수밖에 없다. 그렇지 않은가?




한 가지 문제는 요즘 처녀가 수줍어서 눈을 살포시 내려 깔고 작은 목소리로 소곤소곤 어려운 듯 말을 하느냐 하는 점이다. 만약 그렇지 않고 높은 톤과 빠른 속도로 영어와 욕설을 섞어 떠들어 댄다면 나는 큰 오역을 한 셈이다.


오역의 원인은 손자 때 처녀와 지금의 처녀가 다른 데 있다. 그래서 손자는 맞았지만 나는 틀렸을 수 있다.


대문 그림 : 토끼 소녀들이다. (출처, https://zrr.kr/7qJB. 검색일, 2023. 5.4.)


① 김학주 역주 『논어 論語』 서울대학교출판문화원. 서울. 2009. pp.60-61. 원문은 다음과 같다. 子曰: 君子欲訥於言, 而敏於行.


② 옛날 사람은 제쳐두고라도, 양백준도 “말은 근신지둔(勤愼遲鈍)하고 일은 근로민첩(勤勞敏捷)하라”라고 해석했다. 기절할까 봐 본문에 쓰지는 않았다. 杨伯峻。『論語譯註』中华书局. 北京. 2019. p.40. 원문은 다음과 같다. 君子言語要勤愼遲鈍, 工作要勤勞敏捷.


③ 리링(李零) 지음, 임태홍 옮김 『유일한 규칙唯一的规则』 (주)글항아리. 경기, 파주. 2013. p.405. 원문의 뜻은 “시작은 마치 처녀처럼 하여 적군이 문을 열 번 도망가는 토끼처럼 적이 미처 항거할 틈이 없도록 해야 한다.이다. 위 본문은 괄호 안의 해석을 생략했다. 원문은 다음과 같다. 始與處女, (敵人開戶) 後如脫兔, (敵不及拒)

keyword
이전 05화어버이날을 앞두고 - 父母之年 不可不知也