쪼신 마늘 가지찜(蒜泥蒸茄子)

by 누두교주

가지는 잘 생겼다. 미끈하고 굵직하면서 탱탱하다. 동종요법 사상(Sympathetic magic)을 말하지 않더라도 가지를 먹으면 나도 가지처럼 될 거 같다는 상상이 매우 자연스럽게 든다.


중국 가지다. 동종요법 사상에 따라 중국 사람들이 상상이 간다. 그래서 중국 여자들은 그렇게 사납고 신경질 적인가 보다(baidu.com검색. 오늘)


짜장면들은 가자(茄子)라고 쓰고 ‘치에즈’라고 한다. 그런데 재미있는 것은 상해 근처 동네에서는 ‘가즈’라고 우리말과 비슷하게 발음한다. 과거 '보고형'과 그 전우들이 아마도 가지를 좋아했고, 그 영향이 해상 교통의 요지 중 하나인 양자강 하류에 미쳤다는 증거가 아니겠는가?


신라장군 장보고 동상이다. 우리 태안반도 건너, 산둥반도 위해시에 있다. 보고형은 중국에선 신(神)이다. 이순신 장군이 일본에서 신인 것처럼. 영웅은 고향에서 외롭다. 나도 외롭다


중국의 길거리 음식 중 빼놓을 수 없는 것이 꼬치(串)다. 그런데 나는 동향(桐鄕)의 꼬치집에 가면 꼬치 대신 항상 가지를 먹는다. 가지를 반으로 잘라 기름을 넉넉히 바르고, 쪼신(갈거나 다진 것보다 다소 거친) 마늘을 수북이 올린 후 알루미늄포일로 감아 석탄에 구원 낸 것이다. 내가 질색하는 고수만 제거하면 은근한 마늘 향과, 미끈한 가지 살이 넉넉한 기름을 만나 기막힌 조화를 연출한다. 이른바 '가지 석탄구이(炭烤茄子)'다!

중국 절강성 가흥, 동향시 진흥로 길가 꼬치집에서 정애 씨가 사준 가지 석탄구이(炭烤茄子)'다.

나는 이 가지 요리에 영감을 받아 10분 안에 쉽게, 그러나 가지와 마늘의 조화를 재현하는 '한국적 가지요리의 토착화'를 고민하기 시작했다. 그래서 창조한 것이 '쪼신 마늘 가지찜(蒜泥蒸茄子)'이다. 그 지난한 창조의 결과를 공개한다.


1. 가지 2개를 세 토막 친 후 반으로 쪼갠다.


2. 찜기에 대충 넣고 6분간 찐다(나는 중불로 쪘다)


3. 쪄지는 동안 소스를 준비한다.

(1) 엑스트라 버진 올리브오일 2큰술을 소스 팬에 넣고 가열 후, 쪼신 마늘 3

큰 술을 볶는다(엑스트라 버진 올리브오일이 없으면 사 와야 된다)

(2) 간장 3큰술, 맛술 2큰술, 식초 1큰술, 설탕 2작은술을 넣고 잘 섞는다.

(3) 파란 청양고추 한 개, 빨간 고추 반 개를 송송 썰어, 기름에 볶은 쪼신 마늘과, 양념장과 섞고, 참기름을 살짝 두르면 소스 완성!


4. 쪄진 가지를 꺼내 한입 크기로 '찢는다' 칼로 썰지 말고 꼭 '찢어야' 한다. 가지를 찢어야 하는 것은 오늘날 대한민국 정치 상황과는 전혀 관계없다.


5. 찢은 가지 위에 소스를 골고루 살살 뿌려준다.


쪼신 마늘 가지찜(蒜泥蒸茄子)이다. 올리브기름과 바람난 쪼신마늘이 찜 쪄져 찢어진 가지와 만나 간장베이스 소스의 주선으로 단일화에 성공했다(사진 출처 ; 나. 오늘)

모두가 다 알지만, 아무도 직접 읽어 본 적 없는 『동의보감(東醫寶鑑)』의 「탕액 편(湯液篇) 채부(菜部 – 나물과 푸성귀)」에 가지가 나온다.


가지는 오장 허로(虛勞)와 전시노채(傳尸勞瘵)를 치료한다......... 약으로 쓰지는 않는다①

제철 잘 익은 가지를, 마늘과 올리브기름으로 요리해 간을 잘 맞춰 먹는다면 허로와 전시노체를 치료할 수 있다. 그러나 의사의 처방은 필요 없다. 약이 아니기 때문이다.


프랑스 사람들은 아침 식사를 '작은 점심(프티 데죄네 Petit De'jeunder)'이라고 한다지만②, 나는 오늘 아침 가지 두 개로 허로와 전시노체를 치료할 수도 있는, 면역력 보강을 든든히 했다.


대문 그림 : '쪼신 마늘 가지찜(蒜泥蒸茄子)'의 주 재료, 가지 2개이다. 나의 오늘 아침 일용할 양식이었다.


신동원·김남일·여인석 지음 『한 권으로 읽는 동의보감』 도서출판 들녘. 경기·파주 p.884.


② 민혜련 지음 『와인의 향을 따라 떠나는 파리문화기행 일생에 한 번은 파리를 만나라』 ㈜북이십일 21세기 북스. 경기·파주. 2009. p.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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