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대 : Хиам, 香腸, Wurst 그리고 소시지

by 누두교주

“당신이 먹은 것이 무엇인지 말해주면, 당신이 누구인지 말해 주겠다①”는 것은 옳은 명제이다. 그 가장 적확한 근거는 ‘순대’이다.


순대의 조국은 몽골(Монгол улс)이다. 몽골의 순대는 히암(Хиам), 그리고 피순대는 초산히암(Цусан хиам)이라고 부르는데 우리 순대보다 훨씬 단단하고 고기 냄새가 매우 강하다.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게데스(Гэдэс)는 순대와는 관련 없고 삶은 내장 요리다. 전문 용어로 '부속' 정도로 이해하면 된다. 몽골엔 돼지 순대는 없고 대부분 소와 양이다.


몽골 피순대 초산 히암이다. 색깔이 짙은 것이 딱봐도 피순대임을 알 수 있다 (네이버 검색. 검색일; 오늘)




중국에선 순대를 향장(香腸 – 시앙창 – 맛있는 내장)이라고 부른다. 역시 동물의 창자에 뭔가를 집어넣는 방식은 동일하다. 주로 돼지고기로 만들며, 간장과 설탕이 들어가 달달, 짭짤한 맛이다. 찌거나 삶지 않고 말리거나 훈제해 만들므로 비교적 딱딱하다. 물론 오래 두고 먹을 수 있다. 짜장면 깡패, 장챈의 고향인 하얼빈이 향장으로 매우 유명한 동네다.


하얼빈 향장광고이다. 10 봉지 사면 20가닥 더 준다고 한다. 이 정도 더 줘야 대륙적 덤좀 줬다고 한다.(baidu.com검색. 검색일 :오늘)




내 친구 디터(D. Mehenr)의 고향은 독일이고, 독일은 유럽 순대(소시지)의 맹주다. 세어보진 않았지만, 독일엔 이름이 붙은 소시지(부어스트)만 1,200가지가 넘는다고 한다. 몇 가지 예만 들어 본다. '브라트 부어스트', 부어스트는 소시지라는 뜻이니 브라트의 뜻만 알면 된다. 브라트는 굽다라는 뜻이다. 동네별로 브라트 부어스트는 기본적으로 있다. '바이스 부어스트', 바이스는 흰색이다. 즉 백 소시지다. 이름이 주는 느낌대로 삶아 먹는다. '블루트 부어스트', 블루트는 '피'의 뜻이다. 즉 몽골 초산히암(Цусан хиам)의 독일 버전이다.


시큼하게 절인 양배추를 두툼히 깔고 엎어 저 있는 불루트 부어스트이다. 피가 들어가 색이 매우 짙다(네이버 검색)

독일 부어스트는 맥주와 아주 잘 어울린다. 껍질째 소탈하게 먹을 수 있고 탱글탱글한 식감이 멀쩡한 사람을 실실 웃게 만드는 재주가 있다. 일단 짜다는 느낌이 들지만 짜지 않은 독일 음식이 그다지 많지 않음으로, 맥주 한 모금 벌컥 마시고 나면 잊어버린다.




독일 부어스트와 반대쪽에 서 있는 소시지가 프랑스 소시지다. 프랑스 소시지는 돼지고기 외에 오리, 거위, 토끼, 그리고 멧돼지도 사용한다. 맥주처럼 쉽지 않고, 와인처럼 어렵다. 소시지도 와인처럼 숙성시킨다. 이름도 불편하다. "소시송 드리옹", "앙두이예트", "부당누아르"...... 그래서 나는 프랑스 가면 가급적 소시지 안 먹는다.




우리나라의 순대는 세계 어느 나라 순대보다 그 맛이 가볍다. 일단, 당면과 야채를 넣는 곳은 우리 말고는 없다. 오래 보관하지 않고 바로 쪄서 나누어 먹는다. 그러니 간이 세지도 않다.

그러니 야채와 아주 잘 어울리고 막걸리와도 뗄 수 없는 아름다운 조화를 실현한다. 나는 우리 순대를 가지고 라이히트 게브라텐느 부어스트(Leicht Gebratene Wurst)를 만들어 보았다. 중국에서는 '딴챠오 시앙창(淡炒香肠)'이다.


1. 올리브기름에 다진 마늘을 살살 볶아 폭향을 한다.

2. 깻잎(필수), 양배추, 고추, 그리고 약간의 홍당무를 넣고 1~2분 볶는다.

3. 순대 투하 – 터지지 않게 조심조심 웍을 돌려야 한다.

4. 들깨 가루를 솔솔 뿌려주며 마무리한다.


라이히트 게브라텐느 부어스트(Leicht Gebratene Wurst) 또는 '딴챠오 시앙창(淡炒香肠)이다. 내가 만들었다. 우리말로는 순대 볶음이다.


과거 신림사거리 시장엔 순대볶음 집들이 줄지어 있었다. 나는 그중 '평양 왕순대'라는 집에 출근하다시피 했었다. "딸은 아빠 닮아 이뻐. 지금 이대 다니고" 나는 아주머니의 말씀을 철석같이 믿었다. 하지만 끝내 딸을 보진 못했다. 그 아주머니가 볶아 주시던 순대는 야채가 듬뿍 들어간 매운 순대 볶음(Халуун ногоотай хиам хуурга 할롱 너거태 히얌 호락)이었다.


1. 올리브기름에 다진 마늘을 살살 볶아 폭향을 한다.

2. 깻잎(필수), 양배추, 고추, 편 썰기한 마늘 그리고 약간의 홍당무를 넣고 1~2분 볶는다. 특히 홍당무는 미적 감각을 살려 예쁘게 조각처럼 만들어야 한다.(사진을 보라)

3. 두반장 한 큰 술, 맛술 한 큰 술, 설탕 한 작은 술, 고추장 한 작은 술을 넣어 만든 양념장과 순대 투하.

4. 양념이 골고루 닿고, 야채가 숨이 죽어가며, 순대가 나른해질 때가 완성 포인트


할롱 너거태 히암 호락(Халуун ногоотай хиам хуурга)이다. 우리말로는 매운 순대 볶음이다. 내가 만들었다.




순대가 전 세계 보편적으로 존재하는 문화 인류학적 원인은 '검소한 공동체적 삶에 있다.' 비교적 빨리 상하는 피와 창자를 버리지 않고, 공동체 노동을 거쳐 함께 만들고 함께 소비하는 식료품이 순대인 것이다.


뜨신 방에서 순대에 막걸리를 마시던, 게르에서 히암(Хиам)에 칭기즈칸 보드카를 마시던, 축구장에서 바이스 부어스트에 프랑켄하임 맥주를 마시던 우리는 순대를 먹은 것이다.


대문 그림 : 프랑스의 '부당누아르' 다. 우리말로는 피순대다. 영어로 블루디 푸딩(bloody pudding)이라고도 한다는데 듣기 좋지는 않다.


① 웍좀 돌려본 사람은 다 아는 말이다. 미각의 생리학을 쓴 법학자이자 심리학자인 브리아 사바랭이 살바린 말이다.

keyword
이전 06화양배추 굴 소스 볶음(蚝油高丽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