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지는 잘 생겼다. 미끈하고 굵직하면서 탱탱하다. 동종요법 사상(Sympathetic magic)을 말하지 않더라도 가지를 먹으면 나도 가지처럼 될 거 같다는 상상이 매우 자연스럽게 든다.
짜장면들은 가자(茄子)라고 쓰고 ‘치에즈’라고 한다. 그런데 재미있는 것은 상해 근처 동네에서는 ‘가즈’라고 우리말과 비슷하게 발음한다. 과거 '보고형'과 그 전우들이 아마도 가지를 좋아했고, 그 영향이 해상 교통의 요지 중 하나인 양자강 하류에 미쳤다는 증거가 아니겠는가?
중국의 길거리 음식 중 빼놓을 수 없는 것이 꼬치(串)다. 그런데 나는 동향(桐鄕)의 꼬치집에 가면 꼬치 대신 항상 가지를 먹는다. 가지를 반으로 잘라 기름을 넉넉히 바르고, 쪼신(갈거나 다진 것보다 다소 거친) 마늘을 수북이 올린 후 알루미늄포일로 감아 석탄에 구원 낸 것이다. 내가 질색하는 고수만 제거하면 은근한 마늘 향과, 미끈한 가지 살이 넉넉한 기름을 만나 기막힌 조화를 연출한다. 이른바 '가지 석탄구이(炭烤茄子)'다!
나는 이 가지 요리에 영감을 받아 10분 안에 쉽게, 그러나 가지와 마늘의 조화를 재현하는 '한국적 가지요리의 토착화'를 고민하기 시작했다. 그래서 창조한 것이 '쪼신 마늘 가지찜(蒜泥蒸茄子)'이다. 그 지난한 창조의 결과를 공개한다.
1. 가지 2개를 세 토막 친 후 반으로 쪼갠다.
2. 찜기에 대충 넣고 6분간 찐다(나는 중불로 쪘다)
3. 쪄지는 동안 소스를 준비한다.
(1) 엑스트라 버진 올리브오일 2큰술을 소스 팬에 넣고 가열 후, 쪼신 마늘 3
큰 술을 볶는다(엑스트라 버진 올리브오일이 없으면 사 와야 된다)
(2) 간장 3큰술, 맛술 2큰술, 식초 1큰술, 설탕 2작은술을 넣고 잘 섞는다.
(3) 파란 청양고추 한 개, 빨간 고추 반 개를 송송 썰어, 기름에 볶은 쪼신 마늘과, 양념장과 섞고, 참기름을 살짝 두르면 소스 완성!
4. 쪄진 가지를 꺼내 한입 크기로 '찢는다' 칼로 썰지 말고 꼭 '찢어야' 한다. 가지를 찢어야 하는 것은 오늘날 대한민국 정치 상황과는 전혀 관계없다.
5. 찢은 가지 위에 소스를 골고루 살살 뿌려준다.
모두가 다 알지만, 아무도 직접 읽어 본 적 없는 『동의보감(東醫寶鑑)』의 「탕액 편(湯液篇) 채부(菜部 – 나물과 푸성귀)」에 가지가 나온다.
가지는 오장 허로(虛勞)와 전시노채(傳尸勞瘵)를 치료한다......... 약으로 쓰지는 않는다①
제철 잘 익은 가지를, 마늘과 올리브기름으로 요리해 간을 잘 맞춰 먹는다면 허로와 전시노체를 치료할 수 있다. 그러나 의사의 처방은 필요 없다. 약이 아니기 때문이다.
프랑스 사람들은 아침 식사를 '작은 점심(프티 데죄네 Petit De'jeunder)'이라고 한다지만②, 나는 오늘 아침 가지 두 개로 허로와 전시노체를 치료할 수도 있는, 면역력 보강을 든든히 했다.
대문 그림 : '쪼신 마늘 가지찜(蒜泥蒸茄子)'의 주 재료, 가지 2개이다. 나의 오늘 아침 일용할 양식이었다.
① 신동원·김남일·여인석 지음 『한 권으로 읽는 동의보감』 도서출판 들녘. 경기·파주 p.884.
② 민혜련 지음 『와인의 향을 따라 떠나는 파리문화기행 일생에 한 번은 파리를 만나라』 ㈜북이십일 21세기 북스. 경기·파주. 2009. p.3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