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런치북 개털기 21화

이빨 빠진 개털이

6. 고해(苦海)

by 누두교주

어느 날부터인가 아내와 아이들이 개털 이를 구박하는 것을 보았다. 가만히 내용을 살펴보니 입 냄새가 심하다는 것이었다. 생각해 보니 개털이 생후 이 닦는 것을 보지 못했다. 사람도 며칠만 이를 닦지 않아도 냄새가 심한데 2004년 3월 18일부터 시작해 2013년 즉 만으로 9년 가까이 이를 안 닦았다는 사실이 새삼스레 신기했다. 더욱이 지들은 매일 몇 번씩 이를 닦으면서 개털이는 한 번도 신경 안 쓰고 입에서 냄새난다고 구박한다는 발상이 얄미웠다.


그런데 자세히 보니 개 앞발은 칫솔을 쥘 수 있게 생기지 않았고, 기다랗게 생긴 칫솔을 입에 들이대는데 가만히 있을 개도 많지 않을 것 같았다. 그렇다고 치간 칫솔이나 치실을 지금 와서 훈련시킬 수도 없는 노릇이고 가글액을 준다면 맛있으면 먹어 버릴 테고 아니면 입에 넣지 않을 것 같았다.


결국 내키진 않았지만 병원에 데리고 가기로 했다. 이날이 2013년 3월 2일이었다. 병원에서는 중성화 수술과 스케일링을 권했다. 무엇을 하던 전신 마취를 하고 해야 한단다. 아내는 이상 없는데 괜히 중성화 수술은 필요 없고 스케일링만 부탁했다. 얼마 후 혀를 잔뜩 빼문 개털이가 늘어져서 나왔고 의사 선생님은 이미 썩은(입 냄새의 근원인) 이빨 몇 개를 보여 주었다. 또 손가락에 묻혀 이를 닦아줄 수 있는 치약을 처방받았다. 나는 ‘왜 진즉 챙기지 않았나?’ 종류의 듣기 싫은 말을 몇 마디 생각했다가 그만두었다. ‘두 치’의 숙명이라고나 할까! 대신에 강아지 치아건강에 좋은 개 껌과 간식을 몇 가지 챙겼다.


그냥 보면 잘 모르지만 자세히 보면 개털이 오른쪽 앞니가 빠져있다. 손가락을 넣어 이를 닦아주는 아내에 따르면 안쪽 윗 어금니도 빠진 게 느껴진단다. 즉 영락없이 ‘이빨 빠진 개털이’가 된 것이다.


** 고해(苦海): 괴로움이 많은 속세의 바다를 비유한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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