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온 개털이, 떠나갈 탱이

by 누두교주

탱이 둘째 딸 개털이는 강아지 가게 주인이 팔았다. 아마 후하게 값을 받은 것 같은데 정작 강아지 가게 주인으로부터 아내가 받은 돈은 사진도 안 찍어간 큰아들 얼큰이 판돈과 큰 차이가 없었다.


그런데 개털이가 팔려 간지 며칠만에 강아지 가게 주인으로부터 연락이 왔다. ”팔려간 집에서 먹지도 않고 가끔 토하며 시무룩한 게 곧 죽을 것 같으니 며칠 만 어미젖을 더 먹였으면 한다” 는 것이다. 우리 집에서 반대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집에 돌아온 개털이는 전혀 시무룩하지 않았고 무엇이든 잘 먹었다. 개털이는 덩치가 훨씬 큰 얼큰이에게도 밥을 뺏기지 않던 유일한 녀석이었다.


아직 탱이 젖을 먹는 동안에 안방에서 아이들과 치킨을 먹고 있을 때면 그 냄새를 맡고 제일 먼저 자기가 태어난 방에서 기어 나와 거실을 건너 안방까지 와서 치킨 한입 얻어먹고 안방 문지방을 베고 자던 녀석이다. 집에 돌아와서는 아내가 김치 담그는데 개털이가 보이지 않아 찾아보니 다듬어 솎아 놓은 배춧잎 위에서 잠들어 있기도 했다. 개털이는 잘 먹고, 잘 자고, 잘 놀고, 그렇지만 부산스럽지 않았다. 탱이는 젖을 떼었지만 개털에게는 항상 양보하고 뒤로 물러났다. 평소 탱이 같지 않은 행동이었지만 둘째 딸 개털이가 돌아와 반가워서 그러는 것으로 의견을 모았다.


나는 그때 개털이가 무척 신기했다. 다른 녀석들은 안 그런데 왜 유독 이 녀석만 되돌아왔는지, 오자마자 깡충깡충 뛰면서 자기가 태어난 방, 탱이가 쉬는 쿠션, 아이들 방을 마치 점호하듯 돌아보는 것도 그랬고, 무엇보다도 우리 식구들을 보는 눈빛에 행복이 가득했다. 이 조그만 강아지가 무슨 생각이 있어 다른 집에 갔다고 먹지도 않고 며칠을 시무룩하게 있었는지?...... 이 녀석의 마음속에는 우리가 목숨처럼 중요한 존재인데 우리는 이 녀석을 돈 받고 팔았던 것은 아닌가?......... 대답을 구하려 개털을 눈을 응시했지만 녀석은 아무 생각 없이 돌아다니고 있었다. 내 비록 ‘두 치’의 신분이 지만 이런 상황에서 머뭇거리는 것은 후회할 일이 될 것 같아 ‘가장(家長)’의 권위에 의지해 선언했다.

“강아지 가게에 돈 도로 주고 개털이는 우리가 키우는 것으로 하자”.


사실 “돈 도로 줘라”하는 점에서 아내의 반항을 다소 걱정했는데 아내는 기다렸다는 듯이 흔쾌히 동의했다. 오히려 “강아지 가게 주인이 낭패를 봤다”며 남의 걱정을 하기까지 했다. 아이들도 즐거워 개털이에게 장난을 걸었고 개털이는 앙칼지게 으르렁거리면서도 깡충깡충 달려대며 허공을 물어댔다. 그리고 잠시 후에는 잠이 들었다.

개털이는 배변 훈련도 금방 마스터했다. 특히 배변 후 간식을 받아먹는 맛에 욕실에 똥이나 오줌을 싼 후에는 한, 일전에서 골인을 성공시킨 축구 선수처럼 내달리며 좋아했다. 다만 급한 마음에 가끔 똥을 좀 매달고 뛰어나오는 것이 다소 문제이기는 했다. 또 개털이는 매우 풍부한 표정과 몸짓을 가지고 있었다. 싫고, 좋고, 반갑고, 조르는 의사 표시를 큰 눈과, 작은 코, 쫑긋한 두 귀와, 앞발, 꼬리와 엉덩이를 사용해 다양하게 표현했다. 하지만 짖는 것은 상대적으로 적었고, 짖어도 작은 강아지가 짖는 것이라 밉지 않았다. 집에 사람이 없을 때는 현관 차가운 돌 위에 앉아 하염없이 기다리다가 졸리면 신발을 베고 잤다. 아이들은 개털이 찬 돌 위에 앉는다고 담요를 깔아 주었다. 아내는 강아지 때 많이 먹으면 체구가 커진다고 사료를 정해진 시간에 정해진 양만 주었다. 먹는 게 예뻐서 사람마다 무엇인가를 주던 탱이와는 사뭇 다른 성장기를 보내고 있었다. 반면에 탱이는 다시 이전으로 돌아가 우렁차게 짖어대고 문만 열리면 내빼는 것을 반복했다.


개털이는 산책을 나가려고 목줄을 꺼내면 벌써 좋아서 깡총거리다가는 얌전히 묶여 외출한다. 어쩌다 줄이 풀려도 “개털이 어디가!” 하면 바로 그 자리에 주저앉아 기다린다. 집에 돌아오면 간식이 있다는 것을 아는지 전혀 거부감 없이 돌아오고, 집안에 들어오면 목줄을 풀기 전부터 간식을 재촉하는 모습이 여간 귀엽지가 않다.


하지만 탱이는 목줄을 풀면 바로 도망가 집안을 몇 바퀴 돌아야 잡을 수 있다. 탱이는 어릴 적 트라우마가 있어서인지 큰 개에 공포심을 가지고 있는지 다소 큰 개만 보면 굉장히 민감하게 반응해 난처해지는 경우가 잦았다. 물론 어쩌다 줄이 풀리면 그야말로 낭패를 만나게 된다. 내가 출장에서 돌아와 집에 있어보면 아내와 아이들이 탱이와 개털을 대하는 것이 다르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현실적으로 두 마리 모두 키우는 것은 어려운 상황이었다. 개털이를 키우자고 한 것은 나였으니 이번에도 내가 결정해야 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나는 탱이와 가급적 눈을 맞추지 않도록 노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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