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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비공개 Jan 02. 2021

검은 폭포

좀 우울하고 무서운 짧은 소설

우울한 감정을 해소하기 위해 무엇을 하나요?

질문에 대한 답은 두 개로 나뉘었다.

> 우울함의 밑바닥까지 갔다 오면 좀 나아지실 거예요.

> 생각을 환기시키기 위해 산책을 해요.

길게 고민하지 않고 산책을 나서기로 결심했다. 이미 우울함의 밑바닥까지 다녀왔기 때문이다.

감정을 정리하기 위해 홀로 산책을 나섰다. 아참, 사람들로부터 한걸음 물러나 생각에 집중하기 위해 일부러 핸드폰은 두고 나왔다. 생각에 집중하고 걸을 수 있었다. 맑은 물소리도 들렸다. 이 길에 이런 소리도 놓여져 있었구나.

까맣게 얼어버린 호수 옆을 지나갔다. 저곳에 뛰어들면 죽을 수 있을까? 아니, 절대 그럴 것 같아 보이지 않았다. 아직은 이른 겨울이라 제대로 얼지도 않았고, 보는 눈도 많아 그저 쪽팔림만 당할 것임에 분명했다.

계속해서 걸었다.

나방 한 마리가 미쳐있었다. 밝은 가로등을 보곤 미쳐버렸는지 한쪽 방향으로만 빙글빙글 돌고 있었다. 정신병에 걸린 것이 틀림없다.

호수의 한쪽 방향으로만 빙글빙글 걸었다. 계속해서 걸었다. 답이 없는 년이었다. 왜냐면 이미 답이 있는 년이었기 때문이다. 이게 무슨 뜻인지 알아요? 속상함을 토로해도, 그건 스스로 고쳐야 하고, 답답함을 토로해도, 그건 스스로 고쳐야 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모든 선택과 운명은 스스로에게 달려있고, 그걸 알고 있기 때문이다. 답은 정해져 있지만, 답을 내릴 수 없었다.

어? 산책로 끝에 웬 폭포 하나가 있었던가. 그녀는 호기심에 폭포 가까이 다가갔다. 그녀는 희미하게 웃었다.

<경 고>
감전 및 사고 발생으로 인해

출입을 통제하오니 들어가지 마시오.
- 온평 구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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