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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바솔 Jul 01. 2020

(아트 칼럼) 이미지는 소중하다

(blank) images matter

예술플랫폼 <아트렉처> 연재 중인 글이다.

얼마 전 미국에서 백인 경찰의 과잉 진압으로 흑인 한 명이 목숨을 잃었다. 퍼거슨이란 이름을 가진 이 흑인의 죽음으로 미국 사회는 큰 갈등에 휩싸였다. 이번 사건으로 가려져 있던 흑인 차별이 겉으로 드러났고 이에 대한 잠재되어 있던 분노가 폭발했다. ‘black lives matter’(흑인의 목숨도 소중하다) 라는 구호 아래 미국 곳곳에서 시위가 벌어졌고 성난 시위대는 백악관 앞까지 진출했다. 재선을 앞둔 트럼프는 미국 사회의 백인 보수 세력들을 집결시키기 위해 시위대를 폭도로 규정하며 갈등을 증폭시켰다.  


아프리카에서 노예로 팔려와 미국에 정착한지도 어언 400년이 되었고, 노예 해방을 맞은 지 160여 년이 되어가지만 아프리카계 미국인은 미국 사회에서 여전히 차별 받는 존재이다. 미국에서 흑인이 실질적으로 투표권을 행사할 수 있었던 것도 1965년의 일이다. 유럽 이민자들의 나라인 미국에서 아프리카 이민자들은 이등 시민에 불과하다. 이러한 차별은 예술 전반에서도 극명히 드러난다. 20세기를 지나며 흑인은 음악이나 미술 분야에서 커다란 두각을 드러냈지만 차별을 타파해 나가기 위해선 더 오랜 세월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그럼에도 차별에 대한 저항은 계속되고 있다. 영화 속에서 그려지는 흑인에 대한 또는 영화 자체가 갖는 인종 차별은 널리 알려져 있는 사실이다. 2020년 사진 작가 시모네 세븐은 디즈니의 여주인공들이 모두 백인 여자인 것에 대해 이의를 제기하며 자기 스스로 디즈니 만화 속 여주인공으로 변신했다. <신데렐라>에 이어 <알라딘>의 자스민, <라푼젤>, <인어공주> 등 다양한 영화 속 여주인공을 연출하여 화제가 되었다. 그녀는 이를 인스타그램에 올리며 사람들이 갖는 편견에 대해 맞섰다. 사진 작가로서의 자신의 재능을 이용하여 영화 속 차별과 편견에 대해 목소리를 낸 것이다.


공연 또한 다를 것이 없다. 2019년 러시아 볼쇼이 발레단의 <라 바야데르>의 상영에서 흑인 분장을 한 무용수의 등장에 대해 한 발레리나가 문제제기를 하여 파장이 일었다. 그 발레리나는 2015년 흑인 최초의 발레리나로 기록된 미국 아메리칸발레시어터의 수석 무용수인 미스티 코플랜드였다. 그녀는 "볼쇼이 발레단의 흑인 분장은 인종 차별"이라 비판했고, 이에 볼쇼이 발레단의 수석 무용수인 스베틀라나 자하로바는 "흑인 무용수가 없는 우리 발레단 입장에서 흑인 분장을 하는 것은 정상이며 그 또한 예술"이라 맞받아쳤다.


140여 년에 이르는 <라 바야데르>의 상연 기간 동안 흑인 분장에 대해 그 누구도 공개적으로 비판하지 않았다. 흑인 무용수가 없는 상황에서 흑인 분장을 한다 하더라도 무엇이 문제겠는가. 그리고 그것이 그렇게도 눈에 띄어야 할 일인가. 그렇지만 만일 세계가 흑인이 주류인 사회이고, 백인 무용수가 없어 흑인이 백인 분장을 한다면 어떨까. 이것이 백인 입장에서 그저 웃고 넘길 일일까? 처음부터 발레가 백인들의 공연이었고 그 공연을 즐기던 사람 역시 백인이었기에 그동안 그 누구도 의문을 제기하지 않았을 것이다.


한편, 전통적으로 백인의 영역이었던 회화 분야에 도전한 사람도 있다. 2018년 켈리 제임스 마샬(1955~ )의 작품 <지나간 시간들 past time>은 미국의 소더비 경매에서 230억 원이라는 어마어마한 금액에 낙찰되었다. 생존하는 흑인 작가의 최고치를 경신하였고, 그해 영국의 현대미술잡지 <아트리뷰>가 선정한 '2018파워 100'에 이름을 올렸다. 흑인 인권 운동가이기도 한 그의 그림에는 시카고 남부 흑인 밀집지역 브론즈 빌의 작업실과 그가 어린 시절을 보냈던 로스앤젤레스 남부의 할렘이 자주 등장한다. 제임스 마샬은 "미국 회화 역사에 흑인 작가가 거의 없고, 특히 흑인을 그린 작품이 더욱 드물다는 사실을 깨닫고 미술을 시작했다."고 밝혔다.

켈리 제임스 마샬, <지나간 시간들 past time>, 아크릴화, 396.2x289.6

예술은 이미지의 생산자이다. 21세기는 수많은 이미지가 생산되는 시대이다. 수없이 떠도는 이미지들은 ‘본의 아니게’ 또는 ‘의도적으로’ 인간의 인식에 큰 영향을 미치고, 그것이 특정 사람 또는 특정 집단에 대한 태도를 결정하게 만든다. 이를 ‘편견’이라 부른다. 인권은 편견을 없애는 것으로부터 시작한다. '최초의 흑인', '흑인 예술가'와 같은 말들이 사라져야 예술에서의 차별이 사라지고, 편견이 없는 사람들이 예술을 하여 인권을 보호하는 이미지들을 생산해낼 때 그 사회는 건강할 수 있다. 물론 역으로 예술이 올바른 이미지를 생산함으로써 더 나은 사회로 변화시키는 데 기여할 수도 있다.


BLM(black lives matter) 운동이 한창이던 때에 샌프란시스코의 부촌인 퍼시픽하이츠에서 벌어진 사건이 있었다. 필리핀인이 자기 집 담벼락에 'BLM'을 적자 이를 본 백인 남성이 "남의 집에 낙서를 한다"며 경찰에 신고를 했다. 그는 라페이스스킨케어라는 화장품 회사의 창립자이자 CEO인 리사 알렉산더였다. 사건의 피해자인 후아닐로는 지역방송과 인터뷰에서 "그 백인 부부가 퍼시픽하이츠같은 부유한 동네에 나 같은 사람은 살지 않을 거라고 생각한 것 같다"고 말했다. 알렉산더는 사과문을 발표했지만 이번 사건으로 이미지를 구긴 라페이스스킨케어는 화장품 구독 서비스 회사인 버치박스로부터 계약 해지 통보를 받았다.


이미지는 그만큼 소중하다.

(blank) images matter


*그리고 하나 더

마이클 잭슨, <Black or White> 가사를 찾아 음미해 보기 바란다.


"흑백의 인종 차별 금지 메시지를 전 세계에 전파한 것은 마틴 루터 킹이나 버락 오마마가 아니라 마이클 잭슨의 <Black or White>"이다. - 타임지


Michael Jackson - Black Or White (Official Video - Shortened Vers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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