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자의 이상 사회
원문은 생략했다. 한글로 충분히 읽을 수 있도록 노력했다. 괄호 안의 부연 설명으로 최대한 자연스럽게 다듬었다.
나라는 작고 인구는 적어야 이상적이다. 열 가지 백 가지 기계가 있으나 사용하지 않는 것이 좋다. 백성들이 죽음을 중히 여겨 멀리 이사 가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한다. 비록 배와 수레가 있어도 타는 일이 없고, 갑옷과 무기가 있어도 이것으로 진을 칠 일(전쟁을 치를 일)이 없어야 한다.
사람들이 다시 새끼를 꼬아 쓰고, (소박한) 음식이라 하더라도 맛나게 여기고, (수수한) 옷차림도 아름답게 여기며, (누추한) 거처라도 편안하게 여기도록 하여, 각자의 풍속을 즐기도록 해야 한다.
이웃 나라가 서로 바라보이고, 닭 우는 소리 개 짖는 소리가 서로 들리더라도, 늙어 죽을 때까지 사람들이 서로 왕래하는 일이 없어야 한다.
노자가 생각하는 이상국가이다. 다른 국가의 침입 없이, 사람들을 병들게 하고 서로를 억압하는 문명의 이기 없이, 사람을 불평등하게 만드는 제도나 재화 또는 그런 가치를 가볍게 여기고, 모든 이가 각자의 삶을 살아갈 수 있는 사회, 그야말로 아름다운 곳이다.
이를 토머스 모어의 유토피아와 비교해 보자. ‘유토피아’란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장소’라는 뜻이다. 당연히 모든 이상 사회는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다. 그저 가 닿기를 원할 뿐. 지금보다 나은 곳에 살고자 하는 의지이다. 노자도 토머스 모어도 자신의 현실을 개선해 보고자 이런 이야기를 했다.
유토피아는 초승달 모양으로 원래 대륙과 연결되어 있었는데, 15마일에 이르는 수로를 만들어 대륙과의 연결을 끊고 인공적인 섬으로 만들었다. 적의 침입을 완전히 막고 외부 세계와 단절하는 전략. 이런 점에서 작은 마을 단위에서 살아가며 이웃과 교류가 없는 노자의 이상 사회와 비슷한 측면이 있다.
유토피아에서는 사유재산이 없고 모든 것이 공동 소유이다. 물건은 필요에 따라 분배되고 경제적 불평등이 존재하지 않는다. 어디서 많이 본듯한 내용, 바로 공산주의이다. 물론 러시아나 중국과 같이 오늘날의 공산주의 국가들은 이런 이상과는 전혀 다르게 발전했지만.
노자의 이상 사회는 흔히 원시 공산주의라 부르기도 한다. 공산주의는 공산주의인데 원시적인 형태라는 의미이다. 마을 단위의 공동체에서 자급자족하며 소박하게 살아가기 때문이다. 또한 이웃과 교류할 일이 없으니 교환이 이루어지는 ‘시장’이 필요 없고, 시장이 필요 없으니 경쟁할 일도 없다. 그러하니 공동 생산, 공동 분배.
더 욕심낼 것도 없고, 서로 빼앗을 것도 없으며, 서로 자랑할 것도 없으니 다툼도 없다. 다만 기계와 같은 문명의 이기를 중요하게 여기지 않는다는 점에서 문명의 퇴보로 보는 시각도 있다. 하지만 인간의 문명이 가져온 부정적인 결과들을 돌아보면 꼭 그렇지만은 않다. 인류의 탐욕이 얼마나 많은 것들을 파괴하고 있는가.
한편, 유토피아는 민주적인 정치 체제를 가지고 있고 지도자는 시민들의 선택으로 선출된다. 법률은 간결하여 모든 사람이 쉽게 이해할 수 있다. 변호사가 없을 정도로 복잡한 법 체계는 배제된다. 그렇다. 시민들을 통제하거나 괴롭게 만들지 않는다. 억지스럽게 무언가를 하려 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노자가 말하는 무위의 정치와 맥이 닿아 있다.
유토피아에서는 가부장제가 아닌 협력적인 가정 체계가 존재하고, 여성도 교육과 노동에 참여한다. 모든 시민은 평등하게 교육을 받을 권리를 가진다. 이에 반해, 노자는 백성들을 현명하게 만들지 않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물론 이는 권력자들의 횡포에 대한 비판이자, 일종의 불평등을 없애는 방법 중 하나이다.
유토피아에서는 다양한 종교가 공존하고, 서로의 신념을 존중한다. 유토피아인들은 합리적 사고와 도덕적 행동을 중요시하고, 공공선과 공동체의 이익을 최우선으로 여긴다. 노자가 말하는 성인의 정치도 결국 이를 목표로 한다. 서로 신뢰하고 존중하고, 각자의 삶에 최선을 다하며, 자기자신의 모습으로 살아가는 일.
*노자 도덕경 1-30장은 아래에서
https://brunch.co.kr/brunchbook/taoteching
*노자 도덕경 31-60장은 아래에서
https://brunch.co.kr/brunchbook/taoteching0
*관련 도서(내 책)
2023 세종도서 선정 <어른이 되어 다시 만나는 철학>(믹스커피)
살림지식총서591 <도가>(살림출판사)
*노자 도덕경, 왜 부와 풍요의 철학인가?
https://www.basolock.com/richness-taotech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