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의 도와 사람의 도
원문은 생략했다. 한글로 충분히 읽을 수 있도록 노력했다. 괄호 안의 부연 설명으로 최대한 자연스럽게 다듬었다.
하늘의 도는 활을 당기는 것에 비유할 수 있다. 높은 것은 밟아주고 낮은 것은 북돋아주며, 남는 것은 덜어내고, 부족한 것은 보충해준다. 하늘의 도는 남는 것에서 덜어 부족한 것에 더해주고, 사람의 도는 이(하늘의 도)와 달라 부족한 것에서 덜어내어 남는 것을 받든다(남는 것에 더한다).
누가 남는 것으로 세상을 받들 수 있을까. 오직 도를 따르는 자만이 가능하다. 그리하여 성인은 수고스러운 일을 하더라도 거기에 기대려 하지 않고, 어떤 공적을 쌓더라도 거기에 연연하지 않아, 그가 가진 현명함을 드러내지 않는다.
삶은 불평등하다. 여기에서 모든 문제가 시작된다. 모든 존재들 사이에는 차이가 있기 마련. 이것은 저것과 다르고 저것은 이것과 다르다. 여기까지는 문제가 아니다. 다만 그 차이에 대한 값어치가 달라지면 문제가 시작된다. 값어치가 있다 여기는 것은 저절로 귀하기 마련이고, 그렇지 않은 것은 반대로 천하기 마련이다.
커다란 원을 하나 그려보자. 그릴 수 있을 만큼 크게. 아마 팔을 뻗을 수 있을 만큼 뻗어야 가능할 것이다. 원의 중심으로부터 모든 원의 꼭지점의 길이는 똑같다. 그리하여 원탁에 앉아있는 모든 이는 평등한 위치에 있다. 다시 말해, 원 안에서의 불평등이란 없다.
고대인들은 우주가, 그리고 인간의 삶이 커다란 하나의 원과 같다고 여겼다. 그리하여 삶의 차이를 차별하지 않았고 모든 이들을 평등하게 대하고자 노력했다. 여러 경전에서 가장 가난한 이와 가장 불행한 이를 구제하는 이야기가 등장하는 이유도 그들이 갖는 상징성에 있다.
그리하여 하늘의 도는 남는 것에서 덜어 부족한 것에 더해주고, 사람의 도는 하늘의 도와 달라 부족한 것에서 덜어내어 남는 것에 더한다. 권력이 생겨나 권력을 가진 자와 그렇지 않은 자가 나타나고, 돈이 권력이 되어 모두 돈을 갖기 위해 혈안이 되어 있다.
고대인들은 지혜가 지극했다. 얼마나 지극했는가? 애초부터 사물이 존재하지 않는다고 생각했는데, 이것이 바로 지극한 경지다. 완벽하여 더 이상 보탤 것이 없다. 그 다음은 사물이 있기는 있지만 그 사물이 결코 서로 다른 것들과 구별되지 않는다고 생각한 것이다. 그 다음은 사물들 사이에 구별은 있지만 결코 옳은 것과 그른 것으로 나뉘지 않는다고 생각한 것이다. 옳음과 그름을 분명히 드러낸다면 그것은 도가 손상을 입는 원인이 된다. 도가 손상을 입으면 편애가 발생한다.
-<장자>(김갑수 역)
고대 문명을 보면 ‘원’을 상징으로 삼은 곳이 많다. 이는 선사시대에도 마찬가지였고, 종교가 하나의 거대한 제도로 자리잡고 난 이후에도 마찬가지였다. 원은 태양을 상징하기도 하고 우주를 상징하기도 한다. 원은 또한 완전무결함을 상징하기도 한다. 그리고 그것은 무한이다.
완전무결하고 무한한 차원에서 비라보면 이것과 저것의 차이가 별 게 아니고, 인간의 삶도 아주 작은 티클처럼 생겨났다 사라지는 것에 지나지 않다. 바꾸어 보면 모든 존재는 이 무한하고 완전무결한 우주와 연결되어 있다. 그래서 모든 존재는 하나하나 소중하고 그 값어치를 무엇으로도 따질 수 없다.
이 전제로부터 모든 철학과 모든 종교와 모든 인간의 가치가 태어난다.
*노자 도덕경 1-30장은 아래에서
https://brunch.co.kr/brunchbook/taoteching
노자 도덕경 31-60장은 아래에서
https://brunch.co.kr/brunchbook/taoteching0
*관련 도서(내 책)
2023 세종도서 선정 <어른이 되어 다시 만나는 철학>(믹스커피)
살림지식총서591 <도가>(살림출판사)
*노자 도덕경, 왜 부와 풍요의 철학인가?
https://www.basolock.com/richness-taotech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