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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뽀시락 Nov 16. 2024

도덕경 75장 뭇사람이 배를 곯는 이유

그 모든 것으로부터의 자유

원문은 생략했다. 한글로 충분히 읽을 수 있도록 노력했다. 괄호 안의 부연 설명으로 최대한 자연스럽게 다듬었다.

노자 도덕경 75장 번역 및 해설


본문


뭇사람이 배를 곯는 것은 윗사람들의 수탈이 심해서이다. 뭇사람을 다스리기 어려운 이유는 윗사람이 무언가를 하고자 하기 때문이다. 뭇사람이 죽음을 쉬이 여기는 까닭은 윗사람이 삶을 두터이(떵떵거리고 살고자) 하는 데 있다.


그리하여 오직 삶을 위해 무언가를 하지 않는 것이 곧 삶을 귀하게 여기는 것보다 더 낫다.



해설


삶을 두터이 하다. 다시 말해, 더 잘 살려고 애쓰는 것을 가리킨다. 나아가 떵떵거리고 살고자 하는 마음. 하나 있으면 두 개 갖고 싶은 것이 사람 마음이기에. 더군다나 사람이 돈이나 권력을 지니면 별사람이 다 꼬이기 마련, 본인이 마다한다고 달라지진 않는다.


그럼에도 이 모든 것을 다 내치고 사는 사람을 가리켜, ‘청렴결백’이라 부른다.


금동이의 아름답게 빚은 술은 수많은 백성의 피요
옥쟁반의 맛좋은 안주는 수많은 백성의 기름이라
초의 촛농이 떨어질 때 백성의 눈물 떨어지니
노랫소리(풍악소리) 높은 곳에 원망소리 높도다.
-<춘향전>


춘향전에 등장하는 유명한 시이다. 흔히 ‘백성의 고혈을 쥐어짠다’는 바로 그 표현에 해당하는 시. ‘고혈膏血’이란 몹시 고생하여 얻은 이익이나 재산’을 일컫는다. 하루 벌어 하루 사는 무지랭이 백성들에게 뭐가 있다고 또 빼앗는가. 그런데도 ‘고혈’을 ‘쥐어짜’ 뭐라도 나오게 만든다. 신던 양말, 빵구난 속옷이라도.


춘향은 기생의 딸. 그를 구하러 연인 이몽룡이 어사또가 되어 돌아온다. 참 기가 막힌 구성이 아니던가. 지체 높은 양반이 신분 낮은 처자를 구하고, 탐관오리 변사또마저 처치하다니. 당시 사람들에게 얼마나 인기가 있을 이야기인가. 춘향전이 고전이 되어 온 것은 당시의 시대상을 잘 반영하한 데다 이런 통쾌함이 곁들어져 있기 때문이다.


항산(恒産: 살아갈 수 있는 일정한 재산이나 직업)이 있어야 항심(恒心: 늘 지니고 있는 떳떳하고 바른 마음)이 있다 -맹자


‘항산’이란 생계가 보장되는 걸 뜻하고 ‘항심’이란 마음이 흔들리지 않는 걸 뜻한다. 먹고살 수 없는 상황에서 왕에 대한 충성을 바라고 이웃에 대한 배려를 바라는 것 자체가 모순이다. 맹자는 백성에게 땅을 나눠주고 각자 힘써 농사를 짓게 한다면, 서로 우애를 쌓고 돕고 도적을 방어하며 질병이 나더라도 서로 의지할 수 있을 거라고 말했다.


이에 맹자는 ‘정전법’을 제안했다. 정전제란 ‘우물 정(井)’자처럼 경작지를 갈라서 아홉 구역으로 나누어 여덟 사람에게 나누어 준다. 이중 가운데 토지를 공동으로 경작하여 새금을 내는 방식이다. 맹자는 또한 풍년과 흉년에 따라 그 세금응 다르게 거둬야 한다고 주장했다.


특히 농경지의 경계를 바로잡아 수확되는 곡식의 양을 정확히 파악해야 한다고 보았다. 그래야 폭군이나 탐관오리들이 아무렇게나 세금을 매기는 걸 막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점에서 춘향전에 등장하는 사례는 시공간을 초월하는 인류 보편의 폐단이기도 하다.


먹을 게 넉넉해야 안정적인 생활이 가능하고 인심이 후해질 수 있다. 그래야 선한 마음을 발휘하고 사회에서의 윤리가 정착될 수 있다. 그저 착한 마음을 발휘하라며, 법을 지키라며 백성을 옥죈다면, 그 누가 말을 듣겠는가. 맹자의 성선설에는 이런 맥락이 숨어 있다.


그리하여 노자는 외친다. ‘고마 해라!’. ‘고마 처무라!’ 하며. 그 정도면 됐고, 살만한데 뭔 욕심이냐며 호소한다. ‘삶을 귀하게 여긴다’는 것은 반어적 표현으로 보아야 한다. 밥 한 그릇 더 먹고, 밥에 금가루라도 뿌려먹는다고 인생이 더 낫고, 그런다고 영생을 누리는 것도 아니다.


대체 뭘 얼마나 잘 살겠다고!


*노자 도덕경 1-30장은 아래에서

https://brunch.co.kr/brunchbook/taoteching


노자 도덕경 31-60장은 아래에서

https://brunch.co.kr/brunchbook/taoteching0


*관련 도서(내 책)

2023 세종도서 선정 <어른이 되어 다시 만나는 철학>(믹스커피)​

살림지식총서591 <도가>(살림출판사)​


*노자 도덕경, 왜 부와 풍요의 철학인가?

https://www.basolock.com/richness-taotech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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