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풀수록 돌아오다
원문은 생략했다. 한글로 충분히 읽을 수 있도록 노력했다. 괄호 안의 부연 설명으로 최대한 자연스럽게 다듬었다.
믿음직스러운 말은 아름답지 못하고, 아름다운 말은 믿음직스럽지 못하다. 훌륭한 이는 변명(변론)하지 않고, 변명(변론)하는 이는 훌륭하지 않다. 아는 사람은 떠벌리지 않고, 떠벌리는 사람은 알지 못한다.
성인은 (자신을 위해) 쌓아두지 않고, 이미 사람들을 위하니(위해 썼을 테니), 자신이 더욱더 가질 수 있다(자신에게 더욱더 돌아올 것이다). 또한 이미 사람들에게 주었으니, 자신에게 더욱더 많이 돌아갈 것이다.
하늘의 도는 이롭게 하지만 해롭게 하지는 않는다. 성인의 도는 무언가를 하더라도 다투지 않는다.
81장을 보며 가장 먼저 든 생각은 왜 이 내용이 도덕경의 맨 마지막 장을 장식했을까, 하는 점이었다. 38장부터 81장까지를 덕에 관한 내용이라 하여, ‘덕경’으로 따로 분리해 본다. 그러고 보면 어떻게 덕을 쌓을지, 또는 어떤 태도로 살아가야 할지, 그 답에 대한 총정리로 볼 수 있다.
81장의 내용은 신뢰와 책임감, 그리고 공존과 공동체 의식으로 이해할 수 있다. 인간에게 안정감을 주는 가장 큰 요소는 누군가를 신뢰할 수 있다는 사실에 있다. 말은 신뢰를 주기도 하지만 거짓을 전할 수도 있다. 노자는 말에 대한 신뢰가 없다. 동양에서 침묵을 더 중요시하는 것도 마찬가지이다.
신뢰와 더불어 중요한 것은 책임감이다. 누군가에게 일을 맡길 때 그 사람이 책임감이 없다면 어떨까. 세상엔 변명으로 일관하는 이들이 많고 자신의 잘못에 사과하지 않는 이들도 많다. 무엇보다 자기 삶에 대해, 자신에 대해 책임질 줄 알아야 한다. 슬픈 일도 괴로운 일도 좋은 일도 불행한 일도 모두 받아들일 줄 알아야 한다.
한편, 일반적으로 제대로 알지 못하는 이들이 아는 체를 한다. 진정 아는 이는 자신이 아는 것에 대해 회의하고, 자신의 말과 행동이 가져올 결과에 대해 고려한다. 누군가에겐 별 것 아닌 것이 어느 누군가에겐 중요하고, 세상을 이끌 사람에겐 내 편만이 아니라, 이쪽도 저쪽도 모두 중요하기 때문이다.
그리하여 성인은 자신을 위하지 않는다. 이는 도덕경 전체에서 가장 중요하게 전하는 메시지이다. 자신이 아닌 타인을 위하는 일. 이는 단지 타인을 위해 자신을 희생하라는 의도가 아니다. 타인에게 무언가 나누어 주고 타인을 위할 때에 그 사람의 삶이 더 나아질 수 있기 때문이다. 좋은 마음을 가져야 좋은 마음이 돌아온다.
인간은 관계 속에서 의미를 찾고 행복을 찾고 삶의 동기와 원동력을 얻을 수 있다. 홀로 섬에 태어나 자라 그곳에만 갇혀 있는 단 한 사람이 있다면, 그가 과연 행복이란 걸 알까? 또 누군가의 인정을 바랄까? 그에게 공동체의 가치는 의미 있을까? 주변에 아무도 없다면 대체 돈이 무슨 소용이겠는가.
노자의 말에 따르면, 하늘의 도는 이롭게 하지만 해롭게 하지는 않고, 성인의 도는 무언가를 하더라도 다투지 않는다. 이는 세상 모두를 위하기에 가능한 일이다. 좋은 마음을 가져야 좋은 마음이 돌아오듯 세상 모두를 위하는 그 마음이 결국 세상을 더 좋게 만든다.
우린 모두 서로를 돕고 싶어 합니다. 사람이란 그런 겁니다. 서로의 불행이 아닌 서로의 행복 속에서 살기를 원합니다. 우리는 남을 미워하거나 경멸하고 싶어하지 않습니다. 세상에는 모두를 위한 자리가 마련되어 있고 풍요로운 대지는 모두를 위한 양식을 내줄 수 있습니다. 인생은 자유롭고 아름다울 수 있는데도, 우리는 그 방법을 잊어버렸습니다.
탐욕은 인간의 영혼을 중독시켰고, 세계를 증오의 장벽으로 가로막았으며, 우리를 불행과 죽음으로 이끌었습니다. 우리는 신속함을 얻었지만 스스로를 가둬 버리고 말았습니다. 풍요로움을 가져다 준 기계는 우리를 욕심 속에 버려놓았습니다.
지식은 우리를 냉소적으로 만들었고, 영리함은 무정하고 불친절하게 만들었습니다. 생각은 많이 하지만 느끼는 것이 거의 없습니다. 기계보다는 인간성이, 지식보다는 친절과 관용이 더욱 필요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삶은 비참해질 것이며 결국 모든 것을 잃게 될 것입니다.
지금 제 이야기를 듣는 이들에게 말합니다. 희망을 잃지 마십시오. 우리가 겪는 불행은 그저 스쳐가는 탐욕일 뿐입니다. 인류의 발전을 두려워하는 자들의 조소에서 비롯된 것일 뿐입니다. 언젠가 증오는 지나가고 독재자들은 사라질 것이며, 그들이 인류로부터 빼앗아간 힘 또한 제자리를 찾을 것입니다. 인류가 목숨을 바쳐 싸우는 한 자유는 결코 사라지지 않을 것입니다.
독재자들은 스스로를 해방하면서 민중을 노예로 전락시킵니다! 이제 그들이 했던 약속을 이행하기 위해 싸웁시다! 세계를 해방시키고, 나라간의 경계를 없애어, 탐욕과 증오와 배척을 근절하도록 함께 투쟁합시다. 이성이 다스리는 세계, 과학의 발전이 모두에게 행복을 주는 세계를 만들기 위해 함께 투쟁합시다. 군인 여러분! 민주주의의 이름으로, 하나되어 단결합시다!
-찰리 채플린, <위대한 독재자> ‘마지막 연설’ 일부
*노자 도덕경 1-30장은 아래에서
https://brunch.co.kr/brunchbook/taoteching
*노자 도덕경 31-60장은 아래에서
https://brunch.co.kr/brunchbook/taoteching0
*관련 도서(내 책)
2023 세종도서 선정 <어른이 되어 다시 만나는 철학>(믹스커피)
살림지식총서591 <도가>(살림출판사)
*노자 도덕경, 왜 부와 풍요의 철학인가?
https://www.basolock.com/richness-taotech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