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대신 손편지. 우리, 부자 되긴 글렀다.

결혼, 부부생활 _ 하고 싶은 대로 해요.

by 누리달


아이는 셋에 자산도 없는 외벌이.

남편이 퇴사를 결정했고, 나는 그것을 응원했다.

우리는 아무래도 돈을 많이 벌 팔자는 못 되나 보다.






그의 새로운 직장은.. 분위기가 그와는 맞지 않는 듯했다. 기본 수업으로 받는 기본 급여 말고 개인 수업 비용으로 버는 수입이 더 많은 옆 사람들을 보면서, 처음에는 돈 벌 생각에 기쁘기도 했는데 막상 들어가 보니 그의 현실은 조금 달랐나 보다. 수업에 에너지를 다 쓰고 나니 실질적으로 개인 수업을 할 수 있는 여유는 좀처럼 생기지 않는다고 했다.


상대적으로 엄청나게 적은 급여를 받으면서 마음도 조급해졌을 텐데. 그렇다고 기본 수업을 허술하게 하고 싶지는 않다고 했다.


"당신 하고 싶은 대로 해"


고민을 하던 그에게 늘 내가 하던 말이었다.


시간이 지나면 몸도 익숙해지면서 좋아지겠거니.. 하기도 했는데 체중은 점점 줄었다. 그에게 개인 수업을 받고 싶다는 사람들은 하나둘씩 늘어나고 있는데 좀처럼 더 시간을 낼 수 없는 상황이었다.


그럴 때면 그는 '돈을 벌어야 하는데.. 몸은 너무 힘들고'사이에서 갈등을 했다.


"할 수 있는 만큼 해요. 너무 무리하지 말고. 당신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것에 집중하면 되지."



당시 그는 하루 한 시간 이상 꾸준히 운동을 하고 있는 중이었다. 일 하고 운동하고 나면 쓰러져 잠을 자기 바빴다. 수업 문의가 들어오면 그는 '내 운동 시간은 포기 못 해서 시간이 없다'라는 말로 거절을 했고, 주변 동료들은 이해를 못 하는 듯 보인다고 했다.




우리가 보기에는 '체력'이 아니라 '수업에 쏟는 에너지'의 문제인 것 같았지만(그의 기본 체력이 약한 편은 아니다) 어찌 되었든 다른 선생님들은 더 많은 시간 일을 했고, 훨씬 더 많은 수입을 가져가고 있었으니 그들이 보기에는 더 일을 하지 않는 모습이 충분히 이상하게 보일 것 같긴 했다.


그는 결국 운동도 못 하는 상황까지 되었다.





주변이야 어떻든 '좋은 선생님'이라는 평가가 늘어나고 있는 것에 만족하면서 다니고 있었는데, 사정이 점점 나빠지던 그 회사는 결국 직원들 월급도 밀리기 시작했다.


그때 그가 퇴사를 망설이는 유일한 이유는 그에게 배우고 있는 분들이었다. "선생님 없으면 안 돼요"라고 말을 해 주시는 분들이 마음에 걸린다고 했다.


"감사한 일이고, 자신감도 얻게 되어서 좋은 건 맞는데.. 좋은 동료도 좋은 월급도 당신이 배울 수 있는 것도 없는 상황이잖아. 고민하는 이유 중 당신 개인의 이익은 하나도 없는 것 같아."


결국 사직서를 낸 그는.. 그래도 회사 측에서 예의상이라도 한 번을 안 잡아서 조금은 서운하다고도 했다. 그도 그럴 것이 회사 측에서는 개인 수업을 많이 안 해서 이익을 더 많이 못 내는 직원이었을 테니 그리 좋은 직원은 아니었을 것이다.


가치관이 다르니 뭐.



그가 그만두는 날이 다가오면서 개인 수업을 받던 분들은 그만 두기 전에 더 몰아서 수업을 받겠다고 해서 일은 더 늘었고, 배우시던 분들과 매일 밥을 먹으며 많은 선물과 손편지를 받아 오고 있다.


그저 개인 사정으로만 그만두는 것은 아니라(급여의 문제가 있으니) 어느 분은 대표에게 직접 항의 전화도 했다고 하고, 서명 운동을 벌이기도 했다고 했다. 말뿐이겠지만.. 옮기게 되면 따라가겠다는 분들도 많다고 한다.


작은 회사에서 벌어지는 일들이라 뭐 그리 대단한 것은 아니지만 오랜 시간 자신의 자리를 못 찾고 방황하던 그에게는 인정받고 있다는 중요한 경험이 되고 있는 것 같다.






그나저나..

그렇게 우리는 또 수입이 끊겼다. 맞벌이가 아니라 나도 수입이 없는 입장이니 더 대책 없이 철없는 부부인 것이 확실하다. 나도 안다. 현실 파악 못 하고 있다는 것.


그래도 이상하리만치 마음이 예전처럼 불안하지는 않다.


나는 최선을 다 해서 그를 응원했고(즐겨 보는 드라마의 표현을 빌리자면 나는 그를 추앙했다), 물론 스스로도 잘했겠지만 어느 정도는 그 덕분에 그는 조금 더 최선을 다해 버텼고 조금 더 열심히 할 수 있었을 것이라 생각한다.


그냥 내가 그렇게 생각하고 싶은 것일지도 모르겠지만.. 나 자신의 변화와 그로 인한 그의 변화가 나에게는 보이는 듯한데.


그는 이런 걸 알아주려나. 잘 모르겠지?

가끔은 그렇게 말해 주어서 고맙다고 하긴 하는데..


좋으면도.. 뭔지 모를 아쉬움이 둥둥 떠다니는 느낌.


돈은 못 벌게 되었지만 그의 낮은 자존감은 조금씩 높아지고 있는 중인 것 같고.

내 낮은 자존감은 어디 가서 챙겨줘야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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