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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누리달 Nov 06. 2022

중년 그리고 사회 초년생 03

내가 진짜로 원하는 것은 무엇일까?


출근길에 삼각김밥 하나를 사들고 어색하게 회사를 들어갔다. 스스로 낯가림이 심한 성격이라고만 생각을 했지만 며칠이 지나도록 나는 누군가가 나를 짓누르고 있는 것처럼 그 공간에서 숨을 편안하게 쉬는 것조차 어색해하는 게, 그냥 낯가림의 문제만은 아닌 것 같았다.


아무도 나에게 신경 쓰지 않을 터였지만 내 목소리가 옆 사람에게 크게 들려 방해가 될까 봐 신경이 쓰였고, 화장실을 갈 때에도 나는 까치발 까지는 아니더라도 그만큼 조심조심 눈치 보듯 소심하게 걸었다.


소규모였지만 각자 업무가 조금씩 달랐는데, 나와 같은 유일한 '사원'은 내 옆 자리의 한 명이었고 그분 또한 말수가 무척 적은 사람이었다. 2~3일은 혼자 컵라면을 드시는 그분 앞에서 날씨 얘기나 하면서 삼각김밥 하나 먹고 쭈볏쭈볏 일어났다가, 그 뒤부터는 내 자리에서 혼자 셰이크 한 잔 마시는 것으로 점심식사를 끝냈다.



고작 삼각김밥 하나 먹는 시간도 불편하다




나는 무엇을 기대하고 있었을까.


내가 사회 경험이 많은 것은 아니었지만 특히 여자들, 주부들이 많은 영업 조직에서는 옆 사람과의 관계 소통을 중요시하는 경우가 많은 편이었다(과거형이다). 사무실마다 분위기는 많이 다르겠지만 옆 사람과 친해져야 힘든 일을 쉽게 그만두지 않고 익숙해질 때까지 버텨내기 좋기 때문에, 그전에 아주 잠깐 경험해 보았던 영업 콜센터는 일보다 사람 사이의 친밀도를 높여주기 위한 노력을 더 많이 했던 곳도 있었다.


그것이 너무 시대착오적이라 생각되었고 나와는 너무 안 맞아서 도망치듯 나와버렸던 기억도 있는데. 오래 하지도 않았으면서 어쩌면 나는 그런 같이 으쌰 으쌰 하는 분위기에 물들어 있었던 것일까? 이래서 '익숙함'이란 때론 너무 위험하다.


애초에 짧은 시간만 찾은 아르바이트였고 사람들과 엮이면서 무의미하게 시간을 보내는 것도 싫어서 그냥 혼자 일 하고 돌아오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면서 들어간 곳이, 정말로 그러한 분위기라서 어색하고 힘들다고 느껴지는 내 감정은 짜증 날 만큼 너무 이상하다. 생각해보면 그것은 분명 내가 원하는 분위기였는데.


내 머릿속을 가만히 들여다보고 있자니 나는 정말 모순 그 자체였다. 그냥 그게 무엇이 되었든 어떻게든 내가 못 버틸만한 이유를 찾아내고 합리화시켜서 도망치고 싶었던 것인지도 몰랐다. 그리고 그것은 그동안 내가 모르고 지냈던 내 오랜 습관이었을 것이다.




네가 진짜로 원하는 게 뭐야?


퇴근 후 다른 직종의 구인 공고문을 열심히 뒤적거리다가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나는 '그 일'이 싫은 것일까, 아니면 사람이 무서운 것일까. '다른 일'이라면 과연 정말 괜찮을 것일까?


주부로 지내면서 어느 순간부터 나는 사람이 무서워졌었다. 자존감이 바닥을 치고 있어서 그럴지도 모르겠다. 아무도 나에게 뭐라 하지 않았는데 누구와 함께 있는 어떤 시간도 편안하지 못했고, 눈치를 보기도 했다.


진지하게 내가 '대인공포증'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 만큼, 히키코모리처럼 혼자 집 안에 처박혀 시간을 보낸 지도 오래되었으니 내가 정말로 불편한 그 지점을 찾아야만 했다.


당장 생활비도 부족한데도 짧은 시간의 일을 원했고 선택했던 것은 나 혼자 다양한 공부 포함 도전해보고 싶은 것들이 있어서였는데, 과연 그러한 것들이 지금 당장 다른 곳에서 주 40시간 일을 하면 받을 수 있는 기본급을 포기할 만큼 가치가 있는 것인가?라는 질문을 매일 나 자신에게 던지면서 한 달을 보냈다.


그동안 나는 집에서 돈을 벌 수 있는 방법을 계속 찾고 싶어 했었다(성과는 없었다). 남편 뒤통수만 보고 기대면서 집안일만 하며 살고 싶은 것은 절대 아니었지만, 밖에서 많은 시간을 그냥 정해진 돈만 벌며 발전 없는 일을 하고 싶지도 않았다.


그런데 고작 이런 별 것 아닌 일에서 조차 정체 모를 불안함을 가득 끌어안고 있는 내 모습을 보니, 그것(집에서 돈을 벌 수 있는 일)은 어쩌면 사람들과 직접 부딪히기 싫어서 시작도 하기 전에 집구석으로 도망치는 것은 아니었을까 하는 의심이 생긴다.


어쩌면 나는 현실적으로 감당해야 할 부분들은 남편 포함 내 주변인들에게 미루면서 나의 현실 도피를 '꿈'이라는 것으로 포장하고 있던 것은 아니었을까?


정말 그런 거라면.. 나 자신이 눈물 날 만큼 한심스러워서 너무 싫은데.




일터에서 조회 시간에 나오는 안 좋은 얘기가 다 내 이야기 같아서 신경 쓰이던 것이나 나 혼자 괜히 지나치게 조심스레 행동하던 것도 조금 익숙해졌고, 점심시간 1시간을 말 한마디 없이 혼자 스마트폰을 보면서 보내는 시간에도 익숙해졌다(내가 생각하던 그림이고 조용해서 더 좋은 시간이다).


점심, 배는 좀 고프지만 마음은 편하다



그런데 나는 아직도 답을 찾지 못했다.

내가 정말 원하는 것은 무엇일까.

지금의 나에게 정말로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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