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니가 뾰족한 내 동생은 도토리가 좋은가 봐
저녁 반찬 도토리묵만 오물오물 파먹고 있어
젓가락질도 잘 못하면서 물컹물컹한 도토리묵이
뭐가 맛있다고… 말랑말랑한 푸딩은 달콤하기라도 하지
나는 떫은 도토리 맛을 목구멍에 쑤셔 넣었어
푸딩은 이 썩는다고 많이 못 먹지만
도토리묵을 잔뜩 먹으면 엄마가 찾아올지 모른다고…
동생은 동그랗게 눈을 뜨며 처음 속마음을 말하는 거야
언젠가 상수리나무 위에 쪼르르 올라가게 되면
엄마가 가장 좋아하는 도토리를 따 놓고 기다릴 거래
숲속에서 처음 본 동생 모습이 떠올랐어
얼마나 울고 다녔는지 퉁퉁 부은 얼굴로
나를 쳐다보던 쪼그만 눈망울…
갑자기 눈물이 떫은 도토리 맛처럼 올라왔어
어느새 식탁 앞에 다 큰 다람쥐가 앉아 있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