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깃 그룹만 공략하는 전략적인 채용 브랜딩
"우리가 좋은 고용주야!"라고 백번 말해도 의미가 없어진 시대입니다. 즉 무슨 조직이 어떤 인재를 데려가느냐, 그들을 어떻게 만족시키느냐가 화두가 되면서 강점만 내세우는 건 공허한 외침이 되었습니다. 대신 핵심 인재가 될만한 사람이 경쟁사로 가지 않고 우리 조직으로 오도록, 채용 과정에서 그들을 이해하고 차별화하는 것이 조직의 숙제가 되었습니다. 그렇다고 마음이 급해져서 구직자 및 구성원에게 시혜적으로, 차별화를 위한 차별화를 하기 위해 조직문화를 강조하는 건 더더욱 금물입니다.
그럼 도대체 어떻게 해야할까요? 누틸드가 여러분과 함께 이 방법을 찾아보기 위해, 고용주와 구성원 및 구직자가 새로운 관계를 정립해나가는 조직들을 콘텐츠로 다뤄봅니다. 이 조직들이 구직자 및 구성원의 입장에서 채용 조건을 제시하고 조직의 강점을 어필하는 방법과 이유를 보며, '우리 회사에게는 어떤 채용 브랜딩이 맞을까? 이제부터 무엇을 해야할까?'를 고민하는 계기가 되기를 바랍니다.
우리는 채용 소식을 월스트리트저널에 싣지 않고, 취업박람회에 부스를 차리지 않고, 헤드헌터를 구하지 않습니다
파타고니아(Patagonia)의 조직문화 소개문 중 일부입니다. 다른 내용은 이렇습니다. "파타고니아는 구성원들이 일을 놀이처럼 여기는 회사, 구성원들이 제품의 고객이 되는 회사가 되기를 원합니다. 이를 위해 어떤 구성원을 고용할지 깊이 주의를 기울이고, 그들을 적절하게 대우하고, 또 서로를 올바르게 대하는 방향으로 회사를 만들어가야 합니다. 그러지 않으면 하루 아침에 구성원들이 더이상 오고 싶어하지 않는 직장이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파타고니아의 소개문은 '추구하는 가치' 또는 '제공하는 혜택'만 광범위하게 나열돼 있는 여느 회사의 조직문화 소개와는 좀 다릅니다. 그 이유는 '정말 우리 회사에서 일하고 싶어하는 핵심인재'인 타깃 그룹을 집중 공략하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조직문화 소개에서도 "우리가 모두에게 좋은 고용주일 필요는 없습니다. 타깃 그룹에게 제공할 수 있는 것과, 그들이 원할 것 같은 내용을 보여줍니다. 아니면 채용 이후 서로 실망하게 되니까요"라는 메시지를 던집니다.
실제 채용 과정에서 파타고니아가 강조하는 내용에도 '그저 타깃 그룹에게 잘 보이고 싶다'는 의지가 녹아 있어요. 그래서 일반적인 구직자에게 전혀 매력적이지 않은 내용도 있습니다. 이번 글에서는 그래서 이 회사가 채용을 할 때 강조하는 내용이 무엇인지, 왜 강조하는지 알아보겠습니다. 우선 구성원들도 정말 만족하고 있는지 살펴볼까요?
몇 가지 지표를 통해 파타고니아의 타깃 그룹 중심 채용이 과연 성공적인지 들여다 보겠습니다.
채용된 인재가 유출될 가능성이 낮으니 관리 비용이 적게 들고요. 채용 공고는 공식 페이지에만 업로드 했으니 홍보에 지나치게 많은 리소스를 투입하지 않았습니다. 성공적으로 채용을 하고 있다고 볼 수 있겠지요.
파타고니아의 이러한 성공은 채용 브랜딩(Employer Branding, 고용주 브랜딩이라고 직역하며 누틸드에서는 '채용 브랜딩'이라 부릅니다) 관점에서 가장 잘 이해할 수 있습니다.
채용 브랜딩은 조직과 구직자의 관계를 완전히 새롭게 정립하는 분야입니다. 기존 HR 시장에서 채용과 조직운영을 바라보는 관점과 다르게, 조직이 구성원 또는 구직자에게 일방적으로 혜택을 준다고 여기거나 의무와 책임만 강조해서는 그들을 매료시킬 수 없다는 아이디어를 전제로 깔고 있습니다. 해당 전제에 "우리는 구성원에게 어떤 가치를 주는 고용주가 되어야 할까?"라는 고용주의 근본적인 질문을 얹고요. 질문에 대한 답으로 구성원가치제안(Employee Value Proposition, 이하 EVP)을 내놓습니다. EVP는 다음 세 가지 요소를 고려해보면 됩니다.
1) 우리 회사가 구성원에게 제공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인가요?
2) 우리 회사 채용 타깃 그룹이 선호하는 것은 무엇인가요?
3) 경쟁사가 제공하지 못하지만, 우리 회사는 제공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인가요?
여기서 타깃 그룹은 회사의 핵심 인재를 말합니다. 파타고니아의 경우 "'환경보호'라는 사명에 동참하면서 매사 의욕이 넘치고 틀에 얽매이지 않는 방법으로 일을 해나가는 사람"과 "도전을 사랑하고, 우리의 터전이자 놀이터인 야생환경을 보호하는 일에는 주저 없이 나서는 사람"이 타깃 그룹이자 핵심 인재입니다.
파타고니아는 이러한 특성을 지닌 핵심 인재를 낮은 비용으로 많이 끌어오기 위해서, 그리고 그들이 조직에 만족해서 오래 일하게 만들기 위해서, 마지막으로 동기부여를 잘 받게 하기 위해서 8가지 매력 포인트를 강조합니다.
이본 쉬나드는 파타고니아의 창업자이자 전 CEO로서 구성원 뿐만 아니라 외부인에게도 추앙 받는 인물입니다. 파타고니아의 목표인 "(업무를) 잘하고, 선한 일을 하자(Do well and do good)"도 환경운동을 위해 비즈니스를 해온, 그의 신념에서 비롯됐어요.
그러니 이본 쉬나드가 직접 쓴 책 <파도가 칠 때는 서핑을>은 채용 핸드북이자, 구성원 핸드북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파타고니아 글로벌 인사담당자 딘 카터(Dean Carter)는 채용할 때 지원자가 이 책을 읽었는지 여부를 묻기도 한다고 밝혔어요. 결론적으로 대부분 읽고 면접을 본다고 합니다. 이렇게 창업자가 회사의 미션 그 자체이고 구성원들의 정신적인 지주일 때, 직접 채용 핸드북을 만드는 것도 회사의 강점이 될 수 있습니다.
파타고니아는 구성원의 자율성과 근무 시간 유연성을 극대화한다는 말을 '업무를 놀이로 여기라'는 말로 바꾸었습니다. 구성원들은 실제로 업무 시간에 서핑을 하거나 스키를 타거나 클라이밍을 합니다. 업무 상에서 자율성과 유연성을 극대화한 결과 구성원 잔류율이 높아졌습니다. 아까 보았던 것처럼 이직률은 4%로 낮습니다.
파타고니아는 다른 조직과 파트너십을 맺을 때나 채용을 할 때, 이미 한번 협업한 경험이 있거나 관련이 있는 네트워크에 이름을 올린 조직 및 사람에게 가산점을 줍니다. 특히 채용할 때에는 파타고니아 액션 워크에서 활동한 경험이 있는 지원자를 눈여겨 본다고 합니다.
이 플랫폼은 환경운동 하는 개인을 조직화해서 커뮤니티로 만드는 일을 하고요. 로컬 환경운동 이벤트, 청원, 자원봉사, 기부처 리스트를 보여줍니다. 여기 참여했던 지원자의 경우, 파타고니아에서는 "환경운동에 이렇게나 관심이 많고 활발하게 참여하니 우리 회사에서도 그대로 열심히 할 수 있겠다"며 긍정적으로 본다고 하네요. 미션 중심의 회사로서 이런 네트워크를 운영하는 건 확실한 강점입니다.
<파도가 칠 때는 서핑을>에 따르면 파타고니아 구성원의 70%는 여성입니다. 이렇게 채용한 인재를 놓칠 수 없기 때문에 임신과 출산을 경험한 구성원을 위해 사내 아이돌봄 시설을 제공합니다. 1980년 대부터 이 시설들을 만들어 운영하기 시작했고요. 여기서 자란 아이가 나중에 파타고니아에 입사하는 경우도 있다고 합니다. 또 덕분에 출산 및 육아 휴직 후 업무로 복귀하는 구성원의 비율은 100%에 가깝습니다.
파타고니아의 인사담당자와 경영진은 지원서의 끝부분부터 읽는다고 합니다. 지원자가 아웃도어 활동을 좋아하고 즐겨하는지 보기 위해서입니다. 아웃도어 활동에는 서핑, 클라이밍, 등산 등이 포함됩니다.
파타고니아는 두 가지 이유로 지원자가 야외 활동을 좋아하는지 알아봅니다. 하나는 핵심 인재의 요건 중 하나인 환경을 아끼는 마음이 있는지 살펴보기 위함이고요. 다른 하나는 지원자가 궁극적으로 파타고니아의 고객인지 알아보기 위함입니다.
파타고니아는 야외 활동을 좋아해야 환경을 사랑하는 마음이 생기고 이를 통해 진심으로 환경을 보호하는지 아닌지를 알아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핵심 인재를 ‘환경보호'라는 사명에 동참하는 사람으로 설정했으니 채용을 하며 그에 대한 검증을 하는 것이고요.
5번과 비슷한 의도로, 파타고니아는 지원자의 환경보호 자원봉사 이력을 확인합니다. 사실 환경보호 자원봉사는 학생 때나 점수를 얻기 위한 목적으로 한 경우가 많은데요. 성인이 되어 자발적으로 열정을 가지고 꾸준히 자원봉사를 했다면 환경보호에 진심인 증거 중 하나가 될 수 있지 않을까요? 파타고니아의 핵심 인재상을 생각했을 때, 확실히 채용 조건으로서 들어갈 법한 내용이겠습니다.
파타고니아는 1년에 한번씩, 두 달 동안 구성원들에게 환경단체 활동을 하라고 권장합니다. 물론 유급입니다. 딘 카터는 두 달 동안 바다사자들을 위해 해안가를 청소하는 일을 했다고 하네요. 이미 핵심 인재는 환경보호에 앞장서는 사람들인데, 돈도 벌면서 환경단체 활동도 하라고 권장하면 만족감이 높아지겠지요. 회사에 자부심도 생길 것 같습니다.
아, 제목을 보고 오해하실 수도 있는데요. 구성원이 범죄를 저질러서 유치장에 간 경우에 회사가 보석금을 지불해준다는 내용이 아닙니다.! 파타고니아 구성원이 환경운동을 하다가 유치장에 가면, 회사가 보석금을 지불해줍니다.
채용을 할 때 이런 내용을 이야기 한다면 어떨까요? 확실히 일반적인 지원자에게는 매력적이지 않을 수도 있겠습니다. 심지어 누군가는 눈살을 찌푸릴 수도 있겠어요. 반면 그래서 타깃 그룹을 특정한 파타고니아만이 내세울 수 있는 매력 포인트가 된다고 봅니다. 7번과 함께, 타깃 그룹 공략에 진심인 모습이지요.
여기까지 EVP를 기반으로 파타고니아의 채용 조건 및 매력 포인트들을 살펴봤습니다.
파타고니아는 핵심 인재의 근속과 동기부여를 위해 비용을 아끼지 않고 채용 브랜딩을 하는 회사입니다. 비용에는 단순히 돈 뿐만 아니라 시간, 핵심 인재를 진심으로 아끼고 이해하는 문화가 포함됩니다. 즉 경영진의 '의사결정'이 중요하다는 이야기입니다.
모두가 이 회사의 가치와 채용 방법을 따라야 하는 것도 아니고, 그럴 수도 없습니다. 다만 파타고니아의 사례는 낮은 비용으로 높은 채용력을 만들어 낸다는 점에서 주목할만 합니다.
회사의 핵심 인재가 될 타깃 그룹에게만 어필해서, 그런 인재만 지원하게 만들고, 그들이 만족스럽게 일하고 생활할 수 있게 만드는 방법이니까요.
큰 결단이지만 '핵심인재 타율'을 효과적으로 높이려는 기업이라면 파타고니아의 사례를 참고해보셔도 좋겠습니다.
영감으로 끝내긴 아쉬운 조직을 위해, 누틸드가 제시하는 채용 브랜드 탐구 질문들
창업자 및 경영진, 인사관련 팀이 함께 토론하며 단어를 나열하고 문장으로 정리해보기를 제안합니다.
현재 조직 내 가장 인정받고 있는 핵심 인재들을 떠올려 보세요. 공통점이 있나요?
핵심 인재와 닮은 채용 타깃 그룹은 어떤 사람들일까요? 그들은 어떤 직장을 원할까요?
- 글 : 누틸드 콘텐츠 빌더 메이
- 디자인 : 디자이너 우디
누틸드는요…
누틸드는 초기 조직의 채용 브랜딩과 조직문화 솔루션을 제공합니다. 우리는 좋은 팀이 더 나은 세상을 만든다고 믿습니다. 따라서 누구나 훌륭한 조직을 쉽게 시작하고 경험하며 실천할 수 있도록 돕습니다. 이것이 누틸드가 가장 잘하는 일로, 더 나은 세상을 만드는 방법입니다.
*참고 링크
5 'Ridiculous' Ways Patagonia Has Built a Culture That Does Well and Does Good
At Patagonia - revolutions and resumes are best started from the bottom up.
Beyond Stoked: The power of living values wildly | Dean Carter | Talent Connect 2019
2편. 당근마켓의 채용브랜드 - 효율과 고속 성장이 중요한 조직의 채용 브랜딩
3편. 허브스팟의 채용브랜드 - 마케팅 전문가들의 채용 브랜딩은 어떨까
4편. 타입폼의 채용브랜드 - 구성원에게 늘 대화를 거는 ‘피드백 채용브랜드’
5편. 로블록스의 채용브랜드 - MZ, 리모트워크, ESG…미래형 고용주 키워드를 다잡은 채용 브랜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