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성원에게 늘 대화를 거는 ‘피드백 채용브랜드’
"우리가 좋은 고용주야!"라고 백번 말해도 의미가 없어진 시대입니다. 즉 무슨 조직이 어떤 인재를 데려가느냐, 그들을 어떻게 만족시키느냐가 화두가 되면서 강점만 내세우는 건 공허한 외침이 되었습니다. 대신 핵심 인재가 될만한 사람이 경쟁사로 가지 않고 우리 조직으로 오도록, 채용 과정에서 그들을 이해하고 차별화하는 것이 조직의 숙제가 되었습니다. 그렇다고 마음이 급해져서 구직자 및 구성원에게 시혜적으로, 차별화를 위한 차별화를 하기 위해 조직문화를 강조하는 건 더더욱 금물입니다.
그럼 도대체 어떻게 해야할까요? 누틸드가 여러분과 함께 이 방법을 찾아보기 위해, 고용주와 구성원 및 구직자가 새로운 관계를 정립해나가는 조직들을 콘텐츠로 다뤄봅니다. 이 조직들이 구직자 및 구성원의 입장에서 채용 조건을 제시하고 조직의 강점을 어필하는 방법과 이유를 보며, '우리 회사에게는 어떤 채용 브랜딩이 맞을까? 이제부터 무엇을 해야할까?'를 고민하는 계기가 되기를 바랍니다.
타입폼(Typeform)은 국내에서도 널리 알려진 설문조사 소프트웨어 스타트업입니다. 기존의 오프라인 설문지를 그대로 가져온 것이 아니라 온라인에 맞는 대화형 인터페이스와 디자인을 적용해, 출시 첫 해부터 엄청난 인기를 거두었어요. 6개월 만에 사용자 수 10만 명이 되었고요. 지금은 총 5,230만 달러(약 620억 원)의 투자를 받고, 연 4,610만 달러(약 547억 원)의 매출을 올리는 스타트업이 되었습니다.
구성원 수도 빠르게 증가해서 지금은 약 300명이 되었어요. 이렇게 빠르게 규모를 키우는 회사는 채용 및 조직문화와 관련된 이슈로 고민하게 될 수밖에 없는데요. 타입폼 역시 마찬가지였습니다. 당시 리쿠르팅 담당자는 그때를 이렇게 회고했어요.
“초기 구성원들은 ‘좋은 느낌’이 드는 사람을 뽑았어요. 원하는 인재상을 그리지 않았기 때문이죠. 이 때문에 생긴 부채는 갈수록 커져서, 결국 ‘완벽한 사람’을 찾게 됐어요. 하지만 ‘완벽’은 없잖아요. 그러니 말하자면 ‘일을 잘할 것 같은’ 사람을 애매하게 뽑게 됐죠. 이후 투자를 더 받고 회사 규모를 더 확장할 때가 왔을 때 비로소 인재상의 필요성을 깨닫고 담당자를 두었습니다”
타입폼은 그렇게 제품의 특성을 닮은 채용 브랜드를 만들기 시작했습니다. 그들이 가장 먼저 고려한 것은 ‘어떤 사람과 같이 일하고 싶은지'였어요. 그러자니 타입폼이 어떤 제품을 만들고 싶었는지를 고민할 때로 돌아갔고요. 결국 ‘질문과 답변을 자연스럽게 주고 받을 수 있는, 대화가 되는 사람'이 꼽혔습니다.
그리고 이를 채용 브랜드에 적용하여 ‘고용주와 구성원, 구성원과 구성원이 대화하는 방식으로, 일상적으로 피드백을 주고 받을 수 있는 조직'이 되었습니다. 마치 질문과 답변을 편하게 주고 받듯이 설문조사를 하도록 만든 타입폼의 대화형 서베이 툴처럼요.
타입폼은 이러한 채용 브랜드를 기반으로 인재들을 채용하고 관리하며 조직을 운영해왔습니다. 이번 글에서는 타입폼이 어떤 액션을 통해 이러한 채용 브랜딩을 해왔는지 자세히 들여다 볼게요.
타입폼은 팀 매니저들에게 구성원들과 주기적으로, 지속적으로 1:1 세션을 열라고 합니다. 그런데 이때 가이드라인이나 정해진 일정이 없습니다. 매니저에게 모든 결정을 맡겨요. 구성원이 일을 잘 하고 있다면 자주 열지 않아도 되고, 어딘가 덜컹거린다면 일주일에 1회 정도 여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이렇게 매니저의 자율로 맡기는 이유는 세션의 결과를 보고할 필요가 없고, 여기서 특별한 결과를 내지 않아도 되기 때문입니다. 대신 수평적인 조직에서 매니저와 구성원이 같은 방향을 보고 있는지 끊임없이 확인하는 시간이 되어야 합니다.
타입폼의 조직문화 담당자는 “상명하복 문화가 아니기 때문에 매니저는 구성원의 솔직한 이야기를 자주, 많이 ‘듣고 싶어’ 해야 합니다. 이를 통해 더 큰 목표를 지속적으로 같이 세워 나가는 것이죠”라고 말합니다.
그래서 비록 가이드라인은 없어도, 세션은 팀의 목표와 개인의 도전, 업무, 커리어가 같은 방향으로 달성되도록 조정하는 내용으로 진행돼요. 사내 멘토링 프로그램과 비슷하지요. 구성원 개개인이 매일의 일에 매몰되지 않도록, 조직 차원의 브레이크가 잘 작동하는지 또 엔진이 원활히 돌아가도록 기름칠이 잘 되어 있는지를 확인하는 작업입니다.
다만 타입폼이 이를 시작한 이유는 매니저가 구성원의 말을 경청하도록 훈련하고 동기부여를 더 적극적으로 하도록 독려하기 위함이었음을 다시 한번 강조합니다.
팀의 목표와 개인의 도전, 업무, 커리어가 같은 방향으로 달성되도록,
매니저는 구성원의 솔직한 이야기를 자주, 많이 '듣고 싶어' 해야 합니다.
타입폼은 월 1회 구성원들에게 보너스리(bonus.ly)라는 툴을 이용해 사이버머니인 ‘타입코인(TypeCoin)’을 지급합니다. 많은 양의 돈은 아니고 한국 돈으로 치면 몇 백 원 정도를 적립할 수 있도록 제공해요.
구성원들은 훌륭하다고 생각되는 동료에게 타입코인을 줍니다. 예를 들어 시간을 들여 다른 구성원을 돕는 동료에게, 또는 프레젠테이션을 아주 멋지게 한 동료에게 전달합니다.
그러면서 이유를 표시한, 센스있는 해시태그도 붙이죠. #공감하는말 #분위기메이커 #저번에_맥주_샀으니까 #혁신의아이콘 등이요. 타입코인으로는 아마존과 페이팔에서 크레딧으로 교환할 수 있고요. 자선단체에 기부할 수도 있습니다.
타입폼의 조직문화 담당자는 타입코인이 단순히 돈을 주고 받는 행위가 아니라 동료의 업무와 가치를 공개적으로 인정하고 지지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고 말합니다. 그러면서 이를 ‘피드백’이라고 정의해요. 일상에서는 다들 바쁘다보니 동료의 말이든, 행동이든 피드백을 주는 데 한계가 있기 때문에 소량의 금전적인 보상으로 박수를 보낼 수 있도록 시스템화 한 사례입니다.
다만 이런 예시는 모든 조직에 적용할 수 있다기보다 이미 구성원 사이 공감대가 형성된 타입폼이기 때문에 가능하다고도 봅니다. 핵심은 타입폼이 그만큼 피드백을 조직의 주요 자산으로 여기고, 채용을 할 때도 양질의 피드백이 가능한 인재와 함께할 가능성이 높다는 사실입니다.
이를 감안하여 ‘신기한 문화가 있다’에 너무 집중하지는 않으면 좋겠습니다. 대신 해당 예시를 참고하시되 꼭 돈이 아니더라도 상시 긍정적인 피드백 문화를 강화할 수 있는 방안을 구상해보시기를 제안합니다.
타입폼의 온보딩은 3개월 동안 진행됩니다. 이 과정에서 채용 프로세스와 일상 업무 간의 연속성을 담보하기 위해 채용 매니저와 팀 매니저가 유기적으로 소통해요.
이때도 중요한 것은 피드백입니다. 채용 매니저와 팀 매니저, 신규입사자는 온보딩 중 6주에 1회, 3개월에 1회 이렇게 총 두 번 서로에게 피드백을 하게 돼요. 신규입사자의 목표와 기댓값이 무엇인지 확인하는 것이 주요 내용이고요. 이중 회사가 채워줄 수 있는 것은 무엇인지 함께 고민하는 내용도 이야기합니다.
신규입사자는 입사 첫날부터 시작되는 온보딩 과정에서 타입폼의 ‘피드백 문화'를 경험하게 되고요. 내 옆의 동료가 늘 피드백에 목마른 사람이라는 사실을 인지하고 업무에 임하게 됩니다.
여기까지 읽은 분들은 타입폼이 대화, 피드백, 소통을 중시하는 문화를 강조한다는 사실을 이미 알게 되셨을 텐데요. 나아가 회사 소개 카피라이팅을 할 때나 대내외 채용 브랜딩을 할 때도 ‘휴먼터치(Human Touch)’를 강조합니다.
우선 회사 소개 문구만 봐도 ‘인간성을 중시하는 조직문화를 가지고 있구나'라는 사실을 알 수 있어요. 타입폼 커리어 페이지의 회사 소개란에서 ‘고객과 동료에게 진심인 문화를 확장해 나갑니다'라는 카테고리가 있는데요.
여기에는 ‘우리는 실수를 인정하고, 책임을 지고, 어떻게든 결과를 냅니다. 더 빨리 학습하며, 매일 최선을 다합니다. 우리는 함께 이기고 집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서로를 격려하며 인간적인 손길을 더합니다’라는 내용이 적혀 있습니다. 말하자면 사람이 실수도 할 수 있고, 이길 때가 있으면 질 때도 있으니 서로를 기계적으로 일하는 대상이 아닌 한 명의 사람으로 보자는 말을 조직문화로 명문화한 셈입니다. 타입폼이 그만큼 조직에서 개인을 향한 휴먼터치를 극도로 진심으로 몰고가는 채용 브랜딩을 하고 있다고 봐요.
이러한 경향은 타입폼의 FAQ 페이지에서도 보입니다. 다른 회사들의 경우 일반적으로 질문에 대한 답변이 나열된 방식으로 페이지를 구성합니다. 길이가 너무 길면 답변을 토글로 만드는 경우도 종종 있어요.
그런데 타입폼의 Contact Us 페이지에 들어가면 좌측에 5초 짜리 영상이 먼저 보입니다. ‘People Operation’ 팀의 구성원이 본인의 소개를 한 뒤 “어떻게 도와드릴까요?”나 “누구와 이야기하고 싶나요?”라고 물어요. 그리고 우측에 있는 타입폼의 설문조사 툴 템플릿을 활용해 이 질문에 답변을 하게 유도합니다. 대외적으로 브랜딩을 할 때에도 이렇게 세세한 부분에서 휴먼터치를 챙기는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타입폼 내부의 브랜딩에서도 자사의 설문조사 툴을 활용하고 있어요. 구성원 300명의 조직이어서 아무래도 효과적으로 피드백을 수집하는 것이 중요할텐데요. 그래서 설문조사 형식을 활용하지만 이때에도 휴먼터치를 놓치지 않습니다.
타입폼 툴 자체가 대화형 인터페이스라는 점이 강력한 이점이 될텐데요. 이런 특성이 설문조사 응하는 사람들에게 좀더 인간적으로, 친근하게 다가갈 수 있게 만들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직원경험을 조사하는 경우에도 마찬가지로 툴을 활용해, 구성원들이 업무와 관련된 질문에 대해서 편하고 솔직하게 답변하도록 유도하는 것이라고 볼 수 있어요.
타입폼에서 진행하는 구성원 참여 서베이의 질문은 다음과 같아요.
“매일 아침 일하러 갈 때 어떤 느낌이 드나요?”
“매니저가 당신에게 어떤 영감을 주나요?”
“회사가 올바른 방향으로 가고 있는 것 같나요?”
“당신의 업무가 회사의 목표와 발맞춰 진행되는 것으로 보이나요?”
질문 자체도 각을 잡고 묻기보다는 일상적인 대화형 어투로 구성했다는 점이 인상적입니다. 이렇게 대내외 채용 브랜딩에서 사용하는 툴, 카피라이팅 측면에서도 사람 중심 철학이 엿보입니다. 지원자와 구성원을 군중 속 익명의 1인으로 보고 일방적인 소통을 하는 것이 아니라, 사람 대 사람으로 대화하고 다가겠다는 의지가 담겨있어서요.
최근에야 구성원 사이의 피드백이 조직문화를 형성하는 데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이 주목받고 있게 되었습니다. 이때문에 우리는 일을 하며 서로와 어떻게 소통해야 하는지 정식으로 배운 적이 없었어요. 잠을 자는 시간을 제외하고는 하루 대부분의 시간을 일터에서 보내는데도 말이에요.
타입폼은 이러한 문제의식에 공감하며 ‘피드백 워크샵’을 진행합니다.
목표는
1) 구성원 사이에 건설적인 피드백을 쉽게 주고받도록 만들기,
2) 피드백 세션에서 나누는 대화의 빈도와 품질을 향상시키기,
3) 신뢰와 업무 주도성을 중시하는 문화의 일부로서 피드백 촉진하기,
이렇게 세 가지로 볼 수 있어요. 이를 위해 타입폼은 외부 진행자를 초빙하기도 합니다.
타입폼 피드백 워크샵의 목표 자체도 배울만 한데요. 이때도 목표와 이유를 중시한다는 점을 주목해주시면 좋겠습니다. 이는 워크샵 시간을 허투루 보내지 않는다는 의지를 반영한 것이기도 하고요. 채용 브랜딩의 목표, 이유, 의미에 집중해서 다른 프로그램을 만들 수 있다는 전략을 구사하는 것이기도 합니다.
여기까지 피드백을 중심으로 한, 타입폼의 채용 브랜딩을 살펴보았어요.
타입폼 홈페이지에는
“How you ask is everything(어떻게 질문하느냐가 모든 것을 좌우합니다)”라는 문장이 크게 걸려 있어요.
타입폼은 이를 제품 뿐만 아니라 채용 브랜드에도 적용했습니다.
질문을 잘하는 것이 중요한 이유는 답변을 잘 듣기 위함이고, 질문과 답변이 잘 이뤄진다는 것은 대화가 잘 통한다는 이야기일 거예요. 업무에서는 양질의 피드백이 오고간다는 말이겠고요. 이렇게 타입폼은 고속성장 중에도 수평적인 조직을 유지하며 서로에 대한 피드백과 사람을 중시하는 철학을 수립하게 되었습니다.
혹시 빠른 성장에도 구성원에게 늘 대화를 거는 고용주가 되고자 하며, 사람 중심 문화를 잃고 싶지 않다면 타입폼의 사례를 참고해보셔도 좋겠습니다:)
영감으로 끝내긴 아쉬운 조직을 위해, 누틸드가 제시하는 채용 브랜드 탐구 질문들.
창업자 및 경영진, 인사관련 팀이 함께 토론하며 단어를 나열하고 문장으로 정리해보기를 제안합니다.
타입폼의 인재상과 문화, 채용브랜드는 제품의 핵심 특성을 닮았는데요. 이를 기반으로 뽑힌 구성원과 일하는 문화가 합쳐지면 자연스럽게 제품을 더 잘 만들 수 있는 팀이 됩니다. 그렇다면 우리 조직의 문화로 발전시키면 좋을 우리 제품의 코어는 무엇일까요?
우리 조직은 구성원과 지원자로부터 얼마나 충분히 듣고 있나요? 더 나은 채용브랜드를 위해서는 의견 창구를 열어두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그들에게 적극적으로 대화를 거는 액션이 얼마나 이루어지고 있는지 이야기를 나눠보세요.
타입폼의 ‘대화를 거는' 채용 브랜드는 채용 페이지도 잘 나타납니다. 우리가 고용주로 구성원에게 주고자 하는 가치가 우리 채용 페이지와 공고에서 느껴지나요? 아니라면, 어떻게 개선할 수 있을까요?
- 글 : 누틸드 콘텐츠 빌더 메이
- 디자인 : 디자이너 우디
누틸드는요…
누틸드는 초기 조직의 채용 브랜딩과 조직문화 솔루션을 제공합니다. 우리는 좋은 팀이 더 나은 세상을 만든다고 믿습니다. 따라서 누구나 훌륭한 조직을 쉽게 시작하고 경험하며 실천할 수 있도록 돕습니다. 이것이 누틸드가 가장 잘하는 일로, 더 나은 세상을 만드는 방법입니다.
참고 자료
https://redbooth.com/blog/startup-culture-typeform
https://www.typeform.com/blog/inside-story/feedback-culture/
https://factorialhr.com/blog/company-culture-typeform-interview/
1편. 파타고니아의 채용브랜드 - 타깃 그룹만 공략하는 전략적인 채용 브랜딩
2편. 당근마켓의 채용브랜드 - 효율과 고속 성장이 중요한 조직의 채용 브랜딩
3편. 허브스팟의 채용브랜드 - 마케팅 전문가들의 채용 브랜딩 성공법
5편. 로블록스의 채용브랜드 - MZ, 리모트워크, ESG…미래형 고용주 키워드를 다잡은 채용 브랜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