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 사이드 프로젝트 서비스 회고글
2021년 5월부터 시작했던 사이드 프로젝트, Polaris(이하 폴리리스)가 지난 3월에 출시되었다. 폴라리스는 일반적인 To-Do 서비스가 아닌, 일주일을 시작하기 전 한 주의 목표를 세우고 그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세부 To-Do를 작성하여, 일주일이 끝나는 시점에서는 회고를 할 수 있도록 하는 서비스이다.
단순히 해야 할 일을 계획하는 것에서 멈추지 않고, 가치를 찾아갈 수 있도록 유도하고 하나의 사이클이 되어 움직일 수 있다는 점이 폴라리스의 가장 큰 매력이다. 어떻게 서비스를 만들게 되었고, 대부분 직장인으로 구성된 팀에서 어떤 식으로 시간을 분배해서 협업했으며 그 과정에서의 어려움이나 참고하면 좋을 사항에 대해 정리하며 프로젝트에 대한 회고를 해보고자 한다.
해당 사이드 프로젝트를 시작하게 된 계기는 SOPT를 하면서 만들어냈던 SOPT-Term 프로젝트에 참여하게 되면서이다. SOPT를 졸업하고도 대학생, 직장인이 함께할 수 있는 무언가가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고 그렇게 만들어낸 SOPT-Term 프로젝트는 사실 내가 참여하고 싶은 마음도 컸다.
그래서 프로젝트를 시작하기 전, 어떤 주제로 서비스를 만들지에 대해서 많이 고민했다. 평소에 만들어보지 못한 것이자, 우선 만들어두면 큰 유지보수를 하지 않고도 사용자들이 사용할 수 있는 프로덕트를 만들고 싶었다. 그러면서 평소에 내가 가지고 있는 고민을 해결할 수 있는 서비스를 만들고 싶었다. 그렇게 공통 PM과 함께 고민해서 만들고자 목표를 잡은 프로덕트는, 회고와 To-Do 서비스를 합치는 형태였다.
유사 서비스는 굉장히 많이 존재했다. 회고를 탄탄하게 도와주는 서비스도 있었고, To-Do를 굉장히 귀엽게 작성할 수 있는 서비스도 있었다. 하지만, 그 서비스들은 모두 사용자가 목표를 세우거나 회고하는 것을 직접적으로 관여하고 관리하지 않았다. 그만큼 자유도가 높다는 장점이 있지만, 방향을 잡기 위한 사용자들에게는 다소 낯설 수 있다는 문제점을 발견했다.
우리는 어느 정도의 가이드라인을 주고자 하는 것을 차별점으로 잡았다. 함께 서비스를 기획해나간 PM은 회고의 중요성을, 나의 경우에는 미리 일주일의 계획을 세우고 달성했을 때 오는 여유나 고민의 텀으로 인한 이득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러한 일상을 컨트롤하는 도구를 만들고자 했던 것이 폴라리스의 시작이었다.
서비스의 가닥이 정해지고 서비스명이나 브랜딩에 대해서도 많은 고민을 했다. 이 단계에서는 2명의 디자이너가 합류하여 함께 고민을 시작했다. 처음에는 '아로마'라는 이름을 쓰고자 했다. 좋은 향기가 내가 가고자 하는 방향으로 이끌어줄 수 있다고 생각했고, 서비스에 녹여서 브랜딩 하기에도 수월할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유사 서비스를 검색해보니 우리의 의도와는 다른 서비스들이 많았다. (안마라던지..) 그래서 '방향'이라는 의미를 담은 또 다른 브랜딩에 대해서 고민하게 되었다.
그렇게 나오게 된 것이 북극성, 즉 폴라리스가 되었다. 일상 속에서 방향을 잃지 않고 가치(=별)를 찾아나갈 수 있게 한다는 점을 컨셉으로 잡고, 총 4가지 가치를 Navigate -> Find -> Ask -> Continue의 단계에 맞춰서 정립할 수 있는 플로우로 구성하고자 했다.
우리가 서비스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했던 것은 일주일의 목표를 미리 세우고, 할 일을 해나가고, 그렇게 보낸 일주일이 나에게 어떤 의미가 있었는지 회고하고 기록하는 기능이었다.
처음에 문제 정의를 할 때 '우리는 매일 일상 속에서 계획을 세우지만, 왜 해당 계획을 세우는지에 대해서 고민한 적이 있을까?'라는 질문으로 시작했기 때문이다. 계획을 달성하면 어떤 목표를 세울 수 있는지, 그 목표가 내 삶을 구성하는 것들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 그리고 해당 고민을 일주일 단위로 기록하고 더 나은 가치를 추구해나간다면 어떨까?라는 궁금증을 서비스를 통해 해결하고 싶었다.
하나의 서비스에 담고자 하는 기능이 많고, 일주일 단위로 순환하는 구조였기에 플로우가 매우 복잡했다. 크게 나누자면 서비스는 다음과 같은 구조로 구성되어 있다.
(1) 여정 추가하기
(2) 여정에 대한 할 일 추가하기 + 달성하기
(3) 여정 회고하기
(4) 여정 돌아보기
여정 추가하기에서는 총 9가지 별을 선택할 수 있도록 했다. (행복, 절제, 감사, 휴식, 성장, 변화, 건강, 극복, 도전) 일주일 동안 크게 달성하고 싶은 목표를 달성하게 된다면 어떤 별을 밝힐 수 있는지 미리 선택함으로 인해서 이번 주차에 더 밝게 빛나게 할지를 미리 고민할 수 있게 한 것이다.
여정에 대한 할 일 추가하기와 달성하기는 일주일 동안 달성하고 싶은 가장 큰 목표(예 : 건강 챙기기)를 달성하기 위한 세부 목표를 작성할 수 있도록 했다.(예 : 5km 달리기, 저녁은 샐러드 먹기 등) 할 일은 매일 체크할 수 있도록 했으며, 달성을 하게 되면 여정과 관련된 별이 단계별로 더 밝게 빛날 수 있도록 했다.
여정 회고하기는 일주일 동안 달성한 별을 보여주고, 일주일이 어땠는지를 기록하는 단계이다. 폴라리스는 다른 서비스들과는 달리, 일주일을 설계하고 달성하는 데 방향을 제안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UX Writing에 굉장히 신경을 많이 썼다. 최대한 거부감이 없고, 제안하고 따르면 어떨까?라는 생각이 들 수 있는 문장을 활용했으며 그러한 노력은 회고하기에서 가장 많이 드러나도록 했다.
이렇게 기록한 회고는 여정 돌아보기에서 레포트 형태로 확인할 수 있도록 했다. 매 주차별로 어떤 별을 가장 많이 밝혔는지를 확인하고, 그 별이 내가 추구하는 가치라는 점을 시각적으로 확인할 수 있게 하였다. 바이럴을 유도하기 위해서 각 레포트의 밝혀진 별은 이미지 형태로도 저장할 수 있도록 했으며 공유하기 기능도 포함했다.
하지만, 이렇게 결과물을 내기까지 PM으로서 많이 미안한 부분도 있다. 프로젝트를 시작할 당시에만 해도 플로우가 그렇게 복잡하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으로 시작했기에, 완전히 구체적인 문서보다는 와이어프레임과 플로우 차트 정도로만 개발자와 소통했다. 하지만, 프로젝트를 진행할수록 '기록'과 '일정' 그리고 '사이클'이라는 플로우가 있어서인지 굉장히 구조적으로 복잡하게 서비스를 만들어나가야만 했다.
설상가상으로 해당 프로젝트를 진행하던 중간에 두 명의 PM이 모두 취업 준비를 하고, 취업을 한 지 얼마 안 된 상황이었기에 프로젝트가 한 동안 중단된 적도 있었다. 그렇게 프로젝트가 끝날 뻔했지만, 이왕 만들기 시작했고 어느 정도 진행이 되었기에 프로젝트를 다시 살리자는 제안을 하여 마무리를 할 수 있게 된 것이다. 그 과정에서 팀원들의 동기부여는 당연히 저하될 수밖에 없었고, 오랜만에 재시작한 프로젝트인 만큼 코드를 다시 볼 수밖에 없는 상황이 있었다.
각자의 분야에서 정말 잘한다는 팀원들로만 구성되어서 진행했던 프로젝트임에도 불구하고, 완전히 몰입해야 하는 시기를 놓쳤다는 점이 아쉬웠다. 직장인들이 많았기 때문에 각자의 스케줄을 고려하여 프로젝트에 온전히 몰입할 수 있는 시간을 비우는 것을 PM으로서 관리했어야 하는데, 그 부분이 확실히 부족했다고 생각했다. 또한, 정확한 문서 없이 진행된 프로젝트는 중간에 반드시 스펙을 변경하거나 추가 논의를 하는데 리소스를 낭비할 수밖에 없다는 배움도 배웠다.
그래서 이후에 진행하는 프로젝트나 회사 업무에 있어서는 시간을 적절히 배분하고 일정을 설계하는 방법과, 문서화의 중요성에 대해서 누구보다도 중요하게 생각하며 일할 수 있게 된 것 같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서비스를 무사히 출시했다.
QA를 하면서도 여러 가지 문제점들이 발견되어 예상보다는 세상에 늦게 나온 서비스이지만, 그만큼 팀원들의 고생과 고민, 그리고 노력이 많이 들어간 서비스라고 생각한다. 처음에 폴라리스를 기획하고 만들었던 목표대로 사용자들이 더 나은 일상을 만들기 위한 수단으로 폴라리스를 이용해주었으면 좋겠다.
회고가 많이 늦어지기는 했으나, 일상 속에서 가치를 어떤 식으로 찾아가는지에 대해 스스로도 많은 고민을 할 수 있었던 프로젝트였다. 회사를 다니면서 처음 진행했던 사이드 프로젝트인 만큼, 많이 미숙하고 부족한 부분도 많았지만 긍정적이고 적극적인 팀원들 덕분에 마무리를 할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아직까지도 소중한 인연을 이어나가고 있음에 감사하며, 덕분에 가치를 담은 서비스를 만들어나가는 즐거운 경험을 할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