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에 제품 관리, 기획의 필독서로 추천을 받은 마티 키건의 "인스파이어드"를 읽었습니다. 프로덕트 디자이너로 기획과 디자인을 하는 입장에서 책에 나온 다음 내용에 공감이 참 많이 갔습니다.
(워터폴) 모델에서 놓치는 가장 큰 기회는 엔지니어들이 너무 늦게 참여한다는 것이다.
제품 개발에서 작은 비밀이 있다면 엔지니어가 보통 혁신을 하는 데 가장 훌륭한 원천이라는 것이다.
저는 개발자를 기획 및 UX/UI디자인 과정에 참여시키는 조직에서 일을 해보기도 하고, 그렇지 않은 조직에서 일을 해보기도 했는데요. 개발자를 기획 및 디자인의 과정에 초대하고 참여시켰을 때 너무나 좋은 점이 많았고 효과적이었기 때문에 이 글은 너무나 공감이 되었습니다. 그래서 어떤 점이 효과적인지 4가지로 정리를 해봤습니다.
UX디자인을 한다는 것은 사용자가 겪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한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그런데 어떤 아이디어도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거라는 보장을 하지는 않습니다. 더 중요한 것은 아이디어를 빠른 실행력을 바탕으로 사용자를 통해 검증하는 것이며, 그래서 린(Lean)한 접근법이 점점 더 중용이 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참고 글: "왜 린스타트업이 중요해졌을까?")
아무리 대단하다고 "판단"되는 아이디어라고 해도 그것이 실제로 사용자의 문제를 해결하는데 효과적일 것이다라고 단정지을 수 없습니다. 더욱 중요한 것은 빠르게 실행하고 가설을 "검증"하는데 있으며 그래야 아이디어가 효과적인지 판단을 할 수 있습니다.
그렇다는 건 UX/UI디자이너나 기획자가 낸 아이디어라고 해서 성공의 가능성이 다른 직군에 있는 사람보다 더 좋다고 이야기할 수 없다는 의미가 됩니다.
그래서 다양한 관점에서 아이디어를 얻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볼 수 있는데요. 개발자는 기획자, 디자이너와는 또 다른 관점에서 문제를 바라볼 수도 있기 때문에 다양한 아이디어를 얻기 위해서 개발자를 기획/디자인 초기 단계에 초대하는 것은 도움이 됩니다. 참고로, 다른 직군에 있는 직원들 역시 좋은 아이디어를 낼 수 있기에 아이디어를 받아들이는 문은 늘 열어두는 것이 좋은 것 같습니다. 저는 브레인스토밍 회의에 개발자 뿐 아니라 고객센터 팀원, 영업팀 사원도 브레인스토밍에 참여시키고는 하는데 그들만이 가지고 있는 관점을 들을 수 있어서 너무나 좋았습니다.
개발자가 마케터, 디자이너, 프로덕트 매니저와 같은 다른 직군과 다른 점은 실제로 제품을 구현을 하는 사람들이라는 것입니다. 즉, 이 분들은 실제로 동작을 하는 소프트웨어, 앱, 웹사이트를 만들 수 있어요.
저는 혼자서 고민을 하고 많은 리소스와 노력을 들여서 디자인 결과물을 만들어 개발자에게 검토를 요청한 적이 있었는데요. 개발자와 이에 대한 논의를 해본 결과, 주어진 기간 내에 전혀 개발할 수 없으며, 결과적으로 디자인을 대폭 변경해야 되었습니다. 개발자가 아니면 실제로 구현하는 사람이 아니기 때문에 구현을 하는 입장을 모두 아는 데에 한계가 있습니다. 그래서 내는 아이디어가 탁상공론이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반대로 개발자를 브레인스토밍 회의에 초대해서 함께 아이디어를 낸 경험도 있는데요. 이 때에 개발자가 낸 아이디어 중에는 참신할 뿐 아니라 현실성까지 모두 고려된 좋은 아이디어가 많이 있었어요. 결과적으로 그들의 아이디어가 디자인에 반영이 되고, 최종적으로 구현까지 이루어져서 좋은 성과로까지 이어졌습니다.
무엇보다 좋았던 기억은 개발자 동료들이 자신이 낸 아이디어, 또는 최종 아이디어를 결정하는 과정에 참여한 만큼 구현 및 개발을 하는데 있어서 오너쉽을 가지고 멋진 결과물이 나오도록 했다는 것이었어요. (참고글: 참고 글: "디자인 퍼실리테이션을 하며 개발자들에게 생긴 변화들") 다같이 제품의 기획부터 출시, 가설의 검증까지의 과정을 거친 만큼 팀원으로서 끈끈해진 부분 역시 좋았습니다.
위 2번째 내용과 연결이 되는 부분인데요. 개발자가 기획 및 디자인 초기 단계에 참여를 하고 의견을 개진할 수 있다면 기획자, 디자이너가 기획 초기 단계에 탁상공론에 시간을 허비할 가능성을 확 낮추어 줍니다. 물론 당장은 개발까지 이어지지는 못하는 아이디어라고 해서 안 좋은 아이디어라는 것은 아닙니다. 이런 아이디어 역시 잘 보관해두었다가 실행 가능한 시점이 왔을 때 테스트를 하는 것은 너무나 좋습니다.
여기서 제가 말씀드리고자 하는 것은, 어떤 아이디어가 되었든 개발자와 일찌기 함께 논의를 한다면 조금이라도 더 현실성 있고, 우선순위가 높은 것들에 리소스를 투입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어느 조직이 되었든 시간과 리소스는 무한대가 아니기 때문에 중요도가 높은, 더 높은 가치가 있다고 판단되는 곳에 리소스를 투입하는 것은 당연한 부분이니까요.
제품, 개발 조직의 목적은 결과적으로 사용자의 문제를 해결하고 이것이 성공적인 비즈니스로 연결되도록 함에 있습니다. 즉, 하나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모인 하나의 팀이라는 점입니다. 그리고 앞서서 언급한대로 문제를 해결하는데 있어서 중요한 것은 아이디어가 좋다고 "판단"하는 게 아니라 그것을 빠르게 검증하는데 있습니다.
그런 만큼 개발자를 기획, 디자인의 초기 단계에 초대하고, 진행 과정을 함께 공유한다면 다양한 관점의 아이디어를 얻을 수 있고 현실성 있는 아이디어를 내거나 추릴 수 있으며, 이는 빠른 실행력으로 이어져 효과성을 빠르게 검증할 수 있어요. 그래서 저는 기획자, 디자이너가 개발자 또는 다른 직군에 있는 팀원들과 거리를 두기 보다는 서로 밍글되어서 진행을 하고 고민을 함께 공유하는 게 Lean한 흐름과 결을 같이 하는 것 같습니다.
안녕하세요 에릭입니다.
6년 전 유학을 와서 지금은 뉴욕의 테크 Scene에서 프로덕 디자이너로 일을 하고 있습니다. 세 아이의 아빠이고 육아와 요리, 교육에 관심이 많습니다.
'비전공자/입문자를 위한, 쉽게 이해하는 UX디자인 개론' 강의를 하고 있습니다.
UX를 전공하지 않은 분들, 학교에서 UX를 막 공부하기 시작한 분들이 쉽고 재미있게 UX분야에 입문할 수 있도록 첫 걸음을 안내해 드립니다. UX와 UX디자인의 본질에 대해서, 10여년 동안 이 업계에 있으면서 기업, 스타트업, 테크 회사, 프리랜서 등 다양한 곳에서 실무를 하며 얻은 노하우를 알려드리고 있습니다. UX디자이너가 어떻게 사용자에 대해서 배우고, 문제를 발견하며 솔루션을 만들어나가는지, 개발자, PM과는 어떻게 협업을 하는지 경험들을 방출합니다.
SNS를 통해 UX, UI 공부를 위한 정보를 공유하고 있으며, 오픈 1:1 채팅을 통해 상담 문의를 받고 있어요.
인스타그램 / 페이스북 / 1:1 카톡 오픈채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