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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킹오황 May 13. 2023

맛집 아는 것도 일이네요

비서관은 모시는 분의 식사도 잘 챙겨야 합니다. 다행히 이 분은 식사 메뉴를 알아서 다 정하시기 때문에 제가 어디가 맛있는 식당인지 찾아서 알려드려야 할 필요는 없습니다. 제 입장에선 이것만 해도 상당한 부담을 덜었죠. 저는 먹는 거에 관심이 없는 편이라 어디 가게가 맛있는지 기억을 거의 못하고 있거든요. (와이프가 옆에서 가게 이름은 커녕 그 가게에서 먹었는지 조차도 기억 못 한다고 하네요)


대학원 때는 식사를 할 때 항상 같은 음식만 배달시켜 먹었습니다. 한 중국집에서 탕볶밥(탕수육 반, 볶음밥 반)만 시켰죠. 그렇게 6개월을 똑같이 먹었더니 어느 날 배달하시던 분이 메뉴판을 주며 그러시더군요. 자기 집에 다른 메뉴들도 있으니 딴 것도 시켜보라고. 그 모습을 본 후배들이 깔깔 웃으며 그랬습니다. (맨날 같은 음식만 먹더니) 저 형 언젠가 저리 될 줄 알았다고.


세종에서라고 딱히 다르진 않습니다. 제 와이프가 맛집을 그렇게 좋아하는 사람이지만 제가 맛집 분야에 있어선 바보라는 걸 이해합니다. 연애시절부터 그랬거든요. 그래서 저에게서 맛집을 크게 기대하지 않습니다. 저도 나름 맛집을 알게 되면 카톡으로 알려주곤 그러지만, 와이프는 믿지 않고 항상 본인이 맛집을 검색해서 저를 데리고 갑니다. 와이프 덕분에 세상에 다양한 음식을 먹어보게 되었습니다.


최근에 이런 일이 있었습니다. 모시는 분께서 저에게 함께 저녁을 먹자며 '은이네'로 가자고 하시더군요. 저는 그 가게가 생소하게 들렸지만 차마 어딘지 모른다고 할 수 없었습니다. 그래서 일단 알겠다고 대답하면서 재빨리 핸드폰으로 검색을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여기서 은이네까지 거리가 25km. 걸어갈만한 거리가 아니었습니다. 심지어 가게 영업정보에 오늘은 휴일이라고 쓰여있는 바람에 이걸 말씀드려야 할지 말아야 할지도 모르겠더군요. 정신이 반쯤 나가서 안절부절 어쩔 줄을 모르고 있었습니다. 그러니깐 저에게 묻더군요.


자네, 은이네가 어디인지 모르나?

아 네, 죄송합니다. 핸드폰으로 검색했더니 생각보다 멀리 있어서요.

무슨 소리인가? 중앙타운 옆에 있는 은이네 몰라?

네, 모르겠습니다ㅠㅠ

모를 수도 있지. 날 따라오게.


그렇게 그분을 따라갔던 곳은 '은희네 해장국집'이었습니다. 가서 봤더니 밥 먹으러 지나다니면서 여러 번 본 가게였고, 한 번 먹었던 적도 있었던 것 같았습니다. 괜히 몰랐던 게 뻘쭘해서 새로 생긴 가게인가 봐요 했다가, 무슨 소리냐며 생긴 지 1년이 넘은 가게라고 한마디 더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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