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사무실에는 스타벅스 커피 원두가 항상 비치되어 있다. 물론 핸드드립 세트도 함께. 상사를 비롯하여 비서관 2명, 비서 1명이 모두 커피를 즐기기 때문이다.
아침에는 보통 주무관님이 커피를 내린다. 가끔 내가 먼저 출근해서 여유가 있을 때는 내가 직접 커피를 내리기도 하는데, 그 맛이 영 주무관님을 따라갈 수가 없었다. 분명 원두를 많이 넣는데도 밍밍한 느낌에 씁쓸한 맛도 나며, 향도 전혀 나지 않아 스스로에게 불만이었다.
어느 날 주무관님께 물었다. 어떻게 하면 커피를 잘 끓일 수 있는지. 주무관님은 쑥스러운지 특별한 건 없다면서도 팁 몇 가지를 나에게 알려주었다. 원두의 양은 어느 정도가 적당한지, 커피를 내리기 전에 거름종이를 뜨거운 물에 적셔서 쓴 맛을 좀 빼준다든지, 커피를 내릴 땐 한 번에 빨리 내리는 게 좋다라든지 등.
그 후로 난 주무관님의 조언을 생각하며 커피를 내렸다. 그럴 때는 매번 주무관님께 시음을 권유했고, 평가를 해달라고 부탁했다. 그러면서 점점 맛이 괜찮아졌지만, 여전히 주무관님의 수준까진 미치진 못했다. 주무관님도 내 커피엔 뭔가 부족한 게 있는데 그게 뭔지 모르겠다며 아쉬워했다.
어쩌다 오는 여유로운 아침이었다. 평소에는 아침에 8시쯤 출근하면 바로 그날 안건 현황을 업데이트하고, 상사 일정도 챙기며, 그러고도 시간이 나면 조간 스크랩을 보면서 특별한 게 없나 모니터링을 하느라 일과시간이 되기 전까지도 바쁜 편이다. 그런데 그날은 유독 챙길 게 없는 날이었고, 이왕 시간이 나는 김에 커피를 제대로 한번 내려봐야겠다고 결심했다.
예전에 주무관님은 커피는 내릴 때 3분 안에 내리는 게 좋다고 하셨는데, 이걸 잘 지키지 못했다는 점이 생각났다. 따뜻한 물을 붓다가도 중간에 업무를 처리하느라 왔다 갔다 하는 일이 많았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이번엔 딱 그 자리를 지키고 온전히 커피에만 집중했다. 평소와 달리 원두가 마를 새도 없이 꾸준히 물을 부어 최대한 빨리 내릴 수 있게 노력했다.
그 커피를 마셔봤더니 예전보다 더 맛있었다. 밍밍함이 사라지고 커피에서 스타벅스 원두의 향이 더 진하게 느껴졌다. 신나는 마음에 주무관님이 출근하시기만을 기다렸다. 주무관님을 보자마자 난 오늘 커피는 좀 다를 거라며 다시 마셔달라고 부탁했다. 주무관님이 웃으셨다. 한 모금 마셔보더니 깜짝 놀라시며 정말 더 좋아졌다고, 그래서 비결이 뭐냐고 물으셨다. 난 의기양양하게 대답했다.
"비결이요? 커피에 정성을 한 스푼 담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