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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킹오황 Jan 15. 2024

새벽 수영을 시작했다

지난여름. 더위에 지쳐있는 나를 보더니 상사가 말했다.


"비서관은 아무리 길어도 1년 6개월, 그 넘게는 못한다. 그 이상 하면 몸이 다 상하거든. 그러니 평소에 운동을 꾸준히 해서 체력관리를 잘하는 게 중요하단다."


그 말을 듣고 난 뭐라도 꾸준하게 할 수 있는 운동을 찾았다. 저녁은 언제 퇴근할지 모르니깐, 새벽에 할 수 있는 운동이 뭐가 있나 고민했다. 아무리 생각해도 수영뿐이었다. 그것도 정부세종청사체육관 수영장에서만 가능했다. 다만, 수영은 내가 하고 싶다고 할 수 있는 게 아니라 수영 강습에 신청해서 당첨되어야 할 수 있는데, 문제는 그 경쟁률이 10:1이 넘는다는 것이었다.


언젠가 되겠지 하면서 매달 신청한 결과, 정말 운 좋게도 반년만인 12월에 당첨됐다. 여름에 마음먹은 수영을 겨울에야 시작하게 되었다.


새벽 5시 반에 일어나기 위해서는 전날 밤 10시에 자러 누워야 했다. 그러려면 10시 전에 퇴근해야 했고, 그때까지 다 끝내지 못한 일은 주말에 했다. 12월 한 달 동안은 일과 수영에 묻혀 살았다. 컴퓨터 게임도, 책 읽기도, 브런치 글쓰기도 다 미루고 말이다.


새벽 수영은 처음이었다. 아침에 눈을 뜨면 마음은 오늘은 수영장에 가지 말아야 하는 이유를 찾고 속으로 되뇌면서도, 몸은 기계처럼 옷을 입고 수영장을 향해 운전을 한다. 새벽에 수영장 공기는 서늘해서 몸이 오들오들 떨리지만, 막상 물 안에 들어가면 몸에 딱 맞는 내복을 입듯이 따뜻하고 편안하다. 분명 일어날 때만 해도 몸이 축 처져 힘이 하나도 없었는데, 물 안에선 빨리 헤엄쳐서 앞으로 가고 싶은지 온몸에 에너지가 돈다. 수영하면서 손에 잡히는 물의 느낌이 부들부들해서 좋다. 내 몸이 쭈욱 하고 물 안에서 저항 없이 미끄러질 땐 잠깐 눈을 감고 현실을 잊는다. 혼나고 자책하면서 쌓인 마음속의 응어리가 풀린다. 수영이 끝나고 나와도 하늘은 어둑해서 나만 시간을 번 것 같다. 새벽 수영은 참 매력적이다.



매주 쳇바퀴 돌듯 지루한, 그러면서도 정신없이 바쁜 일상 속에서 새로운 취미 활동은 나에게 큰 활력소가 되었다. 같은 사무실 직원들은 나에게 새벽에 수영하고 출근한 날이 평소보다 더 활기차 보인다고 할 정도다. 몸에 힘이 생기니 집중력도 높아져서 일도 효율적으로 처리할 수 있었다.


아무리 어렵고 바쁜 자리라 하더라도 1년 정도 있다 보면 익숙해진다. 업무가 루틴 하게 돌아가는 게 보이면 지루해져서 대충 하고 싶다는 마음이 생기고, 매너리즘에 빠지기도 한다. 이럴 때 수영나 테니스, 아니면 다른 건전한 취미 생활을 시작하는 것은 어떨까. 일상을 환기하면 확실히 업무에도 도움이 되더라. 2년 전에는 브런치 글쓰기가 그랬고, 이젠 수영이 그렇다. 이왕 시작한 거 둘 다 오랫동안 함께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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