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지구상에는 호모 사피엔스가 생물종에서 압도적인 다수를 차지하고 있다. 다양한 종으로 가득했던 자연에서 비정상적으로 늘어난 호모 사피엔스는 자신들의 영역을 넓혔고, 다른 종의 삶의 터전을 침범했다. 그 과정에서 수많은 동물 종이 멸종했고, 살 곳을 잃어가고 있다.
인간의 행위로 인해 피해를 본 동물을 떠올릴 때 흔히 북극곰, 돌고래 등을 예로 들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가까이는 우리나라에서도 삵, 황조롱이, 솔부엉이, 직박구리 등이 우리 주변에 함께 살아가고 있다. 이런 야생동물을 치료하기 위해 국내에 15개 정도의 야생동물구조관리센터가 존재하고, 센터에는 ‘야생동물 수의사’가 다친 동물을 치료하고, 재활시킨다.
센터 견학 기회가 생겼을 때 야생동물 수의사라는 것을 처음 들어보기도 했고, 어떤 일을 하는지도 가늠이 안 갔다. 흔히 볼 수 있는 것이 로드킬이나 수로에 빠진 동물, 덫에 걸린 동물이어서 고라니 등의 포유류를 상상했는데, 위의 사진에서 보듯 구조된 동물의 비율에서 조류의 비율이 높고, 실제로 센터에도 조류가 정말 많았다.
동물들이 다친 이유는 여러 가지였지만 그중에 뇌리에 깊게 박힌 것은 건물 유리에 부딪혀 다친 새들이었다.
위의 표를 보면 조난 또는 부상 원인에서 ’충돌‘이 15.3%를 차지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투명한 유리가 위험할 것이라고 생각조차 못했었다. 하지만 새들이 날아다니는 경로에 있다면 새들은 피하지 못할 것이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 ‘버드세이버’라는 장치가 있었다.
이런 식으로 창문에 회색의 점을 붙여놓으면 새들이 창문을 인식하고 부딪히지 않을 수 있다.
또한 동물들의 부상 원인에서 가장 많이 차지하고 있는 기타 항목에는 끈끈이, 낚싯바늘, 기름노출 등이 있다. 끈끈이에 걸린 새는 끈끈이가 무엇인지 모를 테니 갑자기 움직이지 못하는 자기 자신이 당황스러울 것이고, 그것에서 벗어나기 위해 더욱 날갯짓을 할 것이다. 하지만 날갯짓을 하면 할수록 끈끈이는 날개에 더 붙어 날개가 뽑히고 날지 못하는 상태로 센터에 입소하게 된다. 새는 날개가 다시 자랄 때까지 센터에서 재활치료를 받으며 방생될 날을 기다린다.
야생동물들이 구조된 후 치료하고 방생되면 다행이겠지만, 폐사와 안락사의 비율을 합치면 46.4%로 거의 절반 정도는 센터로 와도 살지 못하고 죽는다. 치료 방법 또한 잘 알려져 있는 것도 아니다. 새의 날개에 덕지덕지 붙은 끈끈이를 제거할 수 있는 약물이 교과서에 나와있을까? 동물의 ‘종’이 다르듯 그 안의 생리적 작용이 다르고 이에 따른 약리적 작용이 달라 야생동물 치료 같은 경우엔 정확한 프로토콜을 찾기 어렵다.
그러니 우리가 알아차리지 못하는 자연에서 동물들은 부자연스러운 이유로 얼마나 많이 죽어가는 것일까?
얼마 전 총 맞은 북극곰의 모습을 기사로 보고 참 마음이 아팠다. 인간은 정말 끔찍한 도구를 잘도 개발하고, 잘도 사용한다. 그리고 야생의 동물들은 지극히 ’인간스럽고‘ ’부자연스러운 ‘ 위험에서 스스로 보호해야만 한다.
동물복지라는 단어가 존재하지만, 어쩌면 야생동물은 동물복지에서 가장 아래 순위에 존재하는 것 같다. 야생동물을 위한 모두의 노력에 감사하고, 나 또한 끊임없이 관심을 가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