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동물 1
나는 동물원에 안간지 꽤 됐다.
어렸을 땐 뭣도 모르고 가족 나들이나, 학교 현장학습으로 동물원에 다녔었다.
성인이 되어 태국여행에서 코끼리쇼를 본 후 동물원과 아쿠아리움에 가는 것을 그만두었다.
사육사가 갈고리처럼 생긴 막대로 코끼리 머리를 꾹꾹 누르면 코끼리가
그 큰 몸을 일으켜 사람이 앉듯이 척추를 기립해서 작은 의자에 앉는데,
이렇게 자연적이지 못한 행동을 보며 박수치고 웃는 사람들 사이에서
난 눈을 감아버렸다.
그땐 그냥 코끼리가 불쌍하다고만 생각했는데,
이후에 여러 가지 교양 수업을 듣고, 책을 읽고, 강연을 접하면서
내가 동물복지라는 것에 관심이 있다는 것을 알았다.
동물원의 역사는 이국적인 동물을 전시하기 위해 이집트, 로마, 중국 등에서 개인콜렉터에 의해 시작되었다.
이후엔 점점 사람들의 재미를 충족하기 위해 바뀌었고,
그렇게 오랜 세월이 지났는데도 여전히 그 목적이 크게 바뀌진 않는 것 같다.
2023년 8월 민간 목장에서 탈출한 사순이라는 사자가 사살되었다.
사진1. 사살된 사순이. (조선일보 기사)
동물원의 개념은 세상이 바뀌면서 바뀌어야 할텐데,
동물에 대한 가이드라인이 1900년대부터 계속 제시되면 뭐하나,
우리나라에선 바로 엊그제도 '민간 목장'에서 탈출한 사자가 사살되는 마당에.
평생 시멘트 위에서 저렇게 마른 몸으로,
자신이 타고난 행동들도 제대로 본능대로 해보지도 못하고
농장주의 실수로 탈출했다는 이유로,
마취 시도 조차 없이 사살되었다.
사순이가 비참하게 살 수 밖에 없었던 그 환경은 심지어 적법하여,
그 누구도, 어떤 처벌도 받지 않는다고 한다.
뭐 어쩌구저쩌구 법을 끌어와서
대구지방환경청은 농장주에게 과태료 100만원을 부과한다는데
그것이 사순이의 삶의 고통의 값이라니.
동물원이 사라지고 있는 마당에, 민간 목장이 있다는 사실도 놀라웠다.
동물원의 역할에 대해 다시 한 번 고민해야할 시기가 온 것 같다.
이제는 동물들을 돈벌이 수단으로만 생각하는 것과,
구경거리로 생각하며 신기해하는 것을 그만둘 때다.
멸종되는 동물종과, 멸종위기종은 점점 많아지고,
분명 인간은 그에 대한 책임이 있다.
그리고, 그것을 보존하는 노력을 해야하는 것도 인간이다.
재미, 혹은 전시의 목적으로만 존재하는 동물원에서
이제는 종을 보존하고, 연구하고, 보호하며 동물을 이해하는
그런 동물원이 필요하다.
이젠 Zoo에서 Sanctuary라는 개념으로 나아가야 할 때다.
왜냐하면,
우린 이제 가치소비를 할 수 있는 세대니까.
숨쉬고, 고통을 느끼고, 우리와 소통이 가능한 동물들을 더이상 물건처럼 대하지 말자.
하지만 이 과정은 개인이 하기엔 무리가 있다.
동물들이 자연적 습성을 유지할 수 있는 큰 부지와, 그것을 유지하는데 드는 비용, 인력 등이 필요한데,
국가적 지원은 당연한 것이다.
우리가 노란 하늘을 파랗게 만드는 것을 개인이 해야된다고 생각하지 않듯이.
동물들은 우리의 환경이고, 우리는 생명다양성을 보존해야 한다.
세계적으로 CITES나 RAMSAR 등의 협약이 존재하는 이유는
꼭 동물에게 중요해서가 아니라 인간에게도 중요해서 일 것이다.
왜냐면 인간은 인간중심적으로 사고하니까.
내가 동물복지를 동물을 위해서 외친다고 생각할 수 도 있지만
동물복지는 곰곰이 생각해보면 결국 우리의 생존과 직결된 문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