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의대 내에는 누구나 동의하는 의견이 있다. 그것은 '동물을 사랑하는 사람은 수의대를 다니는 것이 힘들 것이다.'라는 것이다. 수의대가 어떤 것을 배우는 곳인지 정확히 모를 땐, 이 말을 듣고 '동물을 치료하는 곳을 배우는 곳인데, 왜?'라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흔히 지역의 동물병원을 보고 그것이 수의사의 역할이라고 생각한다면 당신은 수의사 역할의 1% 정도를 안다고 할 수 있다.
내가 경험한 부분만 알 수 있겠지만, 사람 이외의 모든 종을 다뤄야 하는 만큼 수의대 6년의 커리큘럼은 짧다고 생각될 정도다. 동물을 나눌 때, 크게는 우리가 주로 키우는 반려동물 등의 소동물과 가축이라 불리며 산업동물로 키워지는 대동물로 나눌 수 있다. 이외에도 세분해서 나누려면 조류, 어류도 있고, 요즘 동물병원에서 자주 보이는 파충류 등도 있는데 이들은 편의상 특수동물로 분류된다.
이들의 병태생리를 알기 위해선 기초지식도 필요하기 때문에 생리학, 생화학, 바이러스학 등의 기초 학문도 배워야 한다. 이외에도 일일이 나열하기 어려울 정도로 배울 과목이 많다. 이로 미뤄봤을 때 수의사의 직업은 매우 다양해서, 수의사를 반려동물이랑만 연결 짓는 것은 편협한 생각이라 할 수 있다.
그중에 수의사가 꼭 필요한 분야가 무엇이냐고 묻는다면 '동물실험'이라고 답할 것이다. 내가 실습 때마다 힘들어하는 교과목이다. '동물실험을 안 하면 되는 거 아니야?'라고 생각한다면 당신은 두통을 느꼈을 때, 혹은 코로나 관련 증세로 집어 든 그 알약을 당장 내려놓아야 한다. 사람에게 사용되는 모든 약은 사람에게 임상시험을 하기 전 최소한 두 종의 동물에서 테스트가 끝난 것들이다.
동물실험에 사용되는 동물의 종류는 다양하다. 개, 토끼, 돼지 등을 사용하고, 각각의 목적이 다르다. 나는 동물복지 동아리 활동 중인데, 그 활동 중에는 우리 학교 실험실의 비글들을 산책시키는 봉사도 있다.
흔히 활발하고 밝은 아이돌에게 '비글돌'이라는 별명을 붙인다. 아마 3대 지랄견으로 알려진 비글이 활발하고 에너지가 넘치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동물실험에 사용된다니, 처음에는 비글을 사용하는 이유가 궁금했는데, 의외로 이유는 간단했다.
'가장 사람 말을 잘 들어서'
비글들은 장에 갇혀있고, 실험에 관한 처치가 필요할 때만 밖으로 나온다. 그러니 생전 처음 해보는 산책은 이들에게 두렵고 이상한 경험일 것이다.
올해 우리 동아리에서 처음 비글 산책을 시킨 아이인데 산책이라는 낯선 경험에 움직이지 않았다. 이 아이의 겁먹은 표정에 내 심장이 푹푹 찔리는 느낌이 들었다. 우리가 자주 신경 써주고 자주 들러서 아이가 여느 강아지들이 알고 있는 산책의 묘미를 느끼게 해주고 싶다.
첫 번째 대학교에서 집으로 가는 버스를 타려면 지름길을 지나야 했다. 그 지름길을 수의대 뒷길이었고, 거긴 늘 생선 비린내도 아닌 음식물 쓰레기 냄새도 아닌 처음 맡아보는 묘하게 기분 나쁜 냄새가 나서 지나가기 전 숨을 참고, 코를 막고 뛰어갔었다.
시간이 흐름 뒤 수의대에 입학하고 나서야 그 냄새의 원인을 알았다.
바로 '실험동물사'
반려동물뿐 아니라 식품과 연관된 돼지, 소 등의 산업동물 또한 수의학에서 중요도가 높다. 따라서 실험 동물사엔 여러 동물들이 존재한다. 분변, 오염물 등 여러 냄새가 섞여 실험 동물사 근처에 지나가기도 싫게 만든다.
산업동물들은 대량으로 키우기 때문에 실험에서 경제적인 부분도 중요하게 생각한다. '최소 비용, 최대 효율'을 위해 아기 돼지들에게 설사병 같은 전염병이 돌 때 싼 백신으로 최대한 많은 돼지를 살리는 것 등을 경제적인 이유라고 할 수 있겠다. 이를 위한 동물실험도 진행이 된다. 한 수업에서 돼지에게 자주 발생하는 설사병 실험을 진행하면서 매일매일 씁쓸했다. 물론 이런 과정으로 당신의 식탁에 삼겹살이 올라오는 것이지만 그룹을 나누어 백신을 맞은 실험군, 그렇지 않은 대조군 중 매일 방문할 때마다 점점 사라지는 대조군을 보며 백신의 효과를 입증할 수 있었다.
가장 흔하게 접할 수 있는 실험동물은 마우스이다. 인간과 유전적 동일성이 높기 때문이다. 나는 정말 이 수업시간들이 힘들다. 마우스 입장에선 갑자기 마우스를 잡아서 꼼짝 못 하게 만들고 주사를 놓고 뭘 먹이기도 하는데 무서울 수밖에 없다. 마우스가 오줌을 싸고 변을 지리기도 하는 모습을 보면 정말 수업 중에 뛰쳐나가고 싶다. 실험이 있으면 그 전날부터 긴장이 된다. 하지만 내가 잘못하면 고통이 길어질 수 있기 때문에 '제발 한 번에 잘하자, 제발 한 번에'를 마음속으로 끊임없이 외친다.
동물들이 고통을 받는 것은 알고 있지만, 잔인하게도 이 과정들은 우리의 삶을 위해 필요한 것이다. 우리는 식품을 소비하고, 아프면 약을 먹어야 하기 때문이다.
다만, 그 과정이 잔인하지 않길 바란다. 우리가 이 사실을 직시하고 실험동물들의 환경 개선에 관심을 가져주길 바란다. 그들의 희생을 잊지 않길 바란다.
마지막으로 동물 실험이 반드시 필요한 곳에서만 행해지길 바란다. 마스카라를 만들기 위해 토끼의 얼굴을 못 움직이게 고정하고, 눈도 감지 못하도록 고정시켜 하루에 수천번씩 마스카라 질을 하는 곳이 아닌, 생리대를 위해 토끼의 질에 하루 종일 생리대를 넣었다 뺐다 하는 곳이 아닌, 정말 인간의 생명과 직결된 곳에 사용되길 바라고 바란다.
나의 일상 속 숙제
- 동물 실험 안 하는 화장품 사용하기